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 국가 국채 매입으로 유로존 위기가 다시 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해소 전망은 불투명하다. 관건은 EU 결속을 위한 회원국의 대타협(grand bargain)이다. 그 핵심은 독일 등 EU 부국의 고통 분담과 그리스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주변국(peripheries)의 과감한 재정 개혁 및 생산성 향상이다.
특히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은 독일이다. 독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럽중앙은행을 통한 주변국의 국채 매입도 힘들 뿐 아니라, 주변국 지원을 위한 재원 확충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한 회원국이 독일보다도 더 단호하게 주변국 구제에 반대하고, 여차하면 EU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위태위태한 EU 해법에 그나마 찬물을 끼얹는 국가는 어디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인구 약 540만의 소국 핀란드이다. 핀란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1년 말 기준 4만9000달러로 독일보다도 크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8.6%로 독일은 물론 EU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이들 국가의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며 반대하는 것일까?
그 답은 인구구조에 있다. 핀란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은 2010년말 기준 17.2%, 2050년에는 25.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이 2010년말 기준 20.4%, 2050년 30.9%에 이르는 등 EU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고 있어 고령화가 핀란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핀란드는 고령화에 대한 불안이 한층 크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경제의 활력은 쇠퇴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비록 현재의 재정이 넉넉할지라도 단 한 푼도 헛되이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이 핀란드의 시각이다.
이는 고령화와 재정 부담과 관련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 보게 한다. 비록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2010년 말 현재 11%로 한국의 고령화 수준은 EU 국가와 비교하여 제법 양호한 편이지만, 2050년 이 비중은 37.4%에 이르러 대부분의 선진국을 추월한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60~70년대, 즉 1958년에서 1974년까지 한 해 출생한 인구는 연간 90만 명을 넘었다. 거의 지금 성남시나 고양시 정도의 규모가 매년 탄생한 셈이다. 이들이 이제 50대에 접어들고 은퇴를 맞이하며 노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단순하게 출생 이후 사망률이 제로라고 본다면 성남시나 고양시에 해당하는 인구가 앞으로 매년 고령 인구 편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살림을 늘려가며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켰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들이다. 그러나 퇴직 시점인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들이 거꾸로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키고 가계부채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네 명 중 한 명이라는 자영업자의 폭증도 이들 퇴직 세대의 유입에 따른 그림자이다.
이것으로 끝일까? 이들 퇴직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이른바 인구 배당금(demographic dividend)이라던 과거 한국 경제를 살찌웠던 생산인구가 오로지 퇴직소득만 바라보게 되면 소비도 줄고, 투자도 줄고, 생산성도 떨어지고, 실질임금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EU나 일본에서 목격하고 있는 경제의 활력 상실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이제는 이것을 직시할 때다. 이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한국 사회는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서 묘사된 스투룰드브루그 사람(struldbrugs)의 사회처럼 변할지 모른다. 그 사회는 다음과 같다.
"그들은 다른 늙은이들의 허약한 특징 모두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결코 죽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예상에서 생긴 약점까지 보였다. 그들은 의견이 강하고 역정을 잘 내고 탐욕스럽고 허영심이 강하고 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우정을 키울 줄 모른다. 그들을 지배하는 열정은 시기와 근거 없는 욕망이다."
박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특히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은 독일이다. 독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럽중앙은행을 통한 주변국의 국채 매입도 힘들 뿐 아니라, 주변국 지원을 위한 재원 확충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한 회원국이 독일보다도 더 단호하게 주변국 구제에 반대하고, 여차하면 EU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위태위태한 EU 해법에 그나마 찬물을 끼얹는 국가는 어디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인구 약 540만의 소국 핀란드이다. 핀란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1년 말 기준 4만9000달러로 독일보다도 크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8.6%로 독일은 물론 EU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이들 국가의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며 반대하는 것일까?
그 답은 인구구조에 있다. 핀란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은 2010년말 기준 17.2%, 2050년에는 25.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이 2010년말 기준 20.4%, 2050년 30.9%에 이르는 등 EU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고 있어 고령화가 핀란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핀란드는 고령화에 대한 불안이 한층 크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경제의 활력은 쇠퇴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비록 현재의 재정이 넉넉할지라도 단 한 푼도 헛되이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이 핀란드의 시각이다.
이는 고령화와 재정 부담과 관련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 보게 한다. 비록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2010년 말 현재 11%로 한국의 고령화 수준은 EU 국가와 비교하여 제법 양호한 편이지만, 2050년 이 비중은 37.4%에 이르러 대부분의 선진국을 추월한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60~70년대, 즉 1958년에서 1974년까지 한 해 출생한 인구는 연간 90만 명을 넘었다. 거의 지금 성남시나 고양시 정도의 규모가 매년 탄생한 셈이다. 이들이 이제 50대에 접어들고 은퇴를 맞이하며 노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단순하게 출생 이후 사망률이 제로라고 본다면 성남시나 고양시에 해당하는 인구가 앞으로 매년 고령 인구 편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살림을 늘려가며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켰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들이다. 그러나 퇴직 시점인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들이 거꾸로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키고 가계부채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네 명 중 한 명이라는 자영업자의 폭증도 이들 퇴직 세대의 유입에 따른 그림자이다.
이것으로 끝일까? 이들 퇴직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이른바 인구 배당금(demographic dividend)이라던 과거 한국 경제를 살찌웠던 생산인구가 오로지 퇴직소득만 바라보게 되면 소비도 줄고, 투자도 줄고, 생산성도 떨어지고, 실질임금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EU나 일본에서 목격하고 있는 경제의 활력 상실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이제는 이것을 직시할 때다. 이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한국 사회는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서 묘사된 스투룰드브루그 사람(struldbrugs)의 사회처럼 변할지 모른다. 그 사회는 다음과 같다.
"그들은 다른 늙은이들의 허약한 특징 모두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결코 죽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예상에서 생긴 약점까지 보였다. 그들은 의견이 강하고 역정을 잘 내고 탐욕스럽고 허영심이 강하고 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우정을 키울 줄 모른다. 그들을 지배하는 열정은 시기와 근거 없는 욕망이다."
박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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