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오만함과 배심원단의 황당함을 확인하는데 평결 후 1주일은 필요 이상으로 길었다.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에 완승을 안겨준 미 캘리포니아 법원 배심원 평결은 지금 기술 전문가들의 날선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배심원제도의 권위를 백 번 존중한다해도, 전문 영역의 소송에서 드러난 배심원들의 한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배심원단은 애플에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으로 일컬어지는 `D087 특허'를 비롯해 이른바 `애플풍'의 `느낌'을 광범위하게 특허로 인정 해줘버렸다. 반면 삼성측의 기술특허는 사실상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재판제도와 배심원들의 분위기를 사전에 파악,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삼성전자를 탓하기도 한다. 또, 디자인 특허침해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는 서구의 재판경향에 삼성이 보다 치밀하게 대응했어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데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외국관광객들은 한국의 한옥에서 중국과는 사뭇 다른 곡선과 기와 한 장 한 장에 스며 있는 부드러움의 매력에 푹 빠진다. 시골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가지붕의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조차 둥근 자연과 닮아 있다. 국내 한 식품업체는 이미 1977년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깻잎 통조림을 디자인했다. 스티브잡스가 깻잎 통조림 디자인을 베낀 것인가.
이런 상식적 디자인에 광범위한 특허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지하철 창문과 버스 창들의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을 언제부터 애플이 설계했던가. 세상의 모든 사물이 아이폰을 베꼈다는 평결과 다름없다. 세상은 네모가 아니면 둥글고, 모서리가 아프게 느껴질 때면 부드러워지는 법이다. 모난 돌이 정을 맞기에 한국사람들은 구르고 굴러 스스로 둥글어지기도 한다.
이쯤 되니 배심원들은 자신들이 무슨 평결을 내렸는지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삼성전자의 통신기술에 대해 시간이 없어 넘어갔다고 스스로 자백한 것이나, 주말 요트여행을 위해 판결을 서둘렀다는 증언은 황당함 자체다. 엔니니어 출신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스마트폰 통신기술 특허 보유소식도 평결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특허재판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이 때문이다. "상식 밖의 배심원 평결은 우리의 특허 프로세스가 원천 아이디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무기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한 LA타임스의 자성은 눈 여겨 볼만하다.
애플은 균형 잃은 배심원 평결에 환호하며 기세 등등이다. 팀 쿡 CEO는 삼성전자의 도둑질에 대해 배심원단이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의기 양양하며, 곧바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소송도 제기했다. 삼성을 때리는 한편으로 팀 쿡은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양사간 특허분쟁을 포함해 `지적재산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비밀협상을 시작했다. 삼성에 대한 승리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 스스로 항복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애플이 주장하는 혁신은 창조적인가. 디자인의 중요성과 고귀함을 말해야 무엇하겠는가만, 그들이 주장하는 혁신의 바탕엔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작용한 통신기술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수없이 많은 날들을 연구소에서 불 밝히며 뜨거운 피와 열정을 쏟아낸 엔지니어들로부터 나온다. 캘리포니아 법원 배심원단이 범한 가장 큰 죄는 이런 `기술'의 영역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이다. 보고 싶어했던 부분만 `감성'적으로 보았고, 정작 이성적으로 살폈어야할 `기술'은 뒷전이었다.
기술 없는 감성만으로,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다른 이들의 기술로 애플이 혁신을 얘기한다면 그것 참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임윤규 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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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배심원제도의 권위를 백 번 존중한다해도, 전문 영역의 소송에서 드러난 배심원들의 한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배심원단은 애플에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으로 일컬어지는 `D087 특허'를 비롯해 이른바 `애플풍'의 `느낌'을 광범위하게 특허로 인정 해줘버렸다. 반면 삼성측의 기술특허는 사실상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재판제도와 배심원들의 분위기를 사전에 파악,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삼성전자를 탓하기도 한다. 또, 디자인 특허침해에 대해 강한 제재를 가하는 서구의 재판경향에 삼성이 보다 치밀하게 대응했어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데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외국관광객들은 한국의 한옥에서 중국과는 사뭇 다른 곡선과 기와 한 장 한 장에 스며 있는 부드러움의 매력에 푹 빠진다. 시골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가지붕의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조차 둥근 자연과 닮아 있다. 국내 한 식품업체는 이미 1977년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깻잎 통조림을 디자인했다. 스티브잡스가 깻잎 통조림 디자인을 베낀 것인가.
이런 상식적 디자인에 광범위한 특허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지하철 창문과 버스 창들의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을 언제부터 애플이 설계했던가. 세상의 모든 사물이 아이폰을 베꼈다는 평결과 다름없다. 세상은 네모가 아니면 둥글고, 모서리가 아프게 느껴질 때면 부드러워지는 법이다. 모난 돌이 정을 맞기에 한국사람들은 구르고 굴러 스스로 둥글어지기도 한다.
이쯤 되니 배심원들은 자신들이 무슨 평결을 내렸는지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삼성전자의 통신기술에 대해 시간이 없어 넘어갔다고 스스로 자백한 것이나, 주말 요트여행을 위해 판결을 서둘렀다는 증언은 황당함 자체다. 엔니니어 출신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스마트폰 통신기술 특허 보유소식도 평결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특허재판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이 때문이다. "상식 밖의 배심원 평결은 우리의 특허 프로세스가 원천 아이디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무기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한 LA타임스의 자성은 눈 여겨 볼만하다.
애플은 균형 잃은 배심원 평결에 환호하며 기세 등등이다. 팀 쿡 CEO는 삼성전자의 도둑질에 대해 배심원단이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의기 양양하며, 곧바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소송도 제기했다. 삼성을 때리는 한편으로 팀 쿡은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양사간 특허분쟁을 포함해 `지적재산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비밀협상을 시작했다. 삼성에 대한 승리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 스스로 항복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애플이 주장하는 혁신은 창조적인가. 디자인의 중요성과 고귀함을 말해야 무엇하겠는가만, 그들이 주장하는 혁신의 바탕엔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작용한 통신기술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수없이 많은 날들을 연구소에서 불 밝히며 뜨거운 피와 열정을 쏟아낸 엔지니어들로부터 나온다. 캘리포니아 법원 배심원단이 범한 가장 큰 죄는 이런 `기술'의 영역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이다. 보고 싶어했던 부분만 `감성'적으로 보았고, 정작 이성적으로 살폈어야할 `기술'은 뒷전이었다.
기술 없는 감성만으로,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다른 이들의 기술로 애플이 혁신을 얘기한다면 그것 참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임윤규 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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