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과물 치중 국책과제 소홀 초래
4개부처로 기능분산 예산한계도 노출
미래 R&D 프로젝트 정부 지원 필요
4개부처로 기능분산 예산한계도 노출
미래 R&D 프로젝트 정부 지원 필요
■ 비전 2020 스마트코리아-스마트 거버넌스
Ⅲ 스마트 거버넌스 복원하자
(3) R&D 컨트롤타워 복원해야
"CDMA시스템 개발은 제품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CDMA 개발기술이 업체로 이전되고, 업체에서 개발한 제품은 사업자인 이동통신회사가 쓰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3개의 주체를 연결하려면 과거 TDX(전전자교환기) 개발당시와 같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전체적인 관리를 맡도록 해야한다."
1993년 윤동윤 체신부 장관은 CDMA 기술개발을 앞두고 원천 기술 제공자인 퀄컴과 공동개발자인 삼성전자, LG전자, 연구소 간에 사사건건 대립이 일자 CDMA시스템 개발 사업단을 만들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발사업을 마무리짓는다.
1980년대 국책사업인 TDX 개발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교환기는 그 기술이 업체로 이전돼 생산으로 이어지고,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은 실수요자인 한국통신이 상용화함으로써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1983년에도 전기통신연구소에 별도의 개발단을 꾸려, 개발-생산-서비스를 주도했다. 정부가 전담조직인 TDX 개발팀에 막대한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개발단장이 전권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국내 통신 인프라의 초석인 TDX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TDX, CDMA가 대한민국의 국부산업인 IT 성장동력의 주축을 이룬 반면에,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토종기술, 와이브로는 탄생 10년 만에 국내 통신업계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와이브로도 200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세계 모바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연구소-생산업체-이동통신사간에 유기적인 관계가 조성되지 못해,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들은 현 정부들어 과거 IT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R&D(연구개발) 중심축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잘게 쪼개진 IT관련 기관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 R&D-생산-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연구결과에 집중하다보니, 미래 대한민국 ICT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중장기 R&D 정책에 인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들어 와이브로, DMB(이동형멀티미디어방송) 수출 프로젝트가 많았지만, 이마저도 방통위, 지경부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전시성 행사로 전락했다"며 "해외 파트너들 조차 누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체냐며 곤혹스러워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제대로 메가 트랜드를 파악해서 하나의 기관이 로드맵, R&D, 사후관리 등 전체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와 같이 하나의 산업을 부문별로, 시장별로 쪼개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국가 R&D 정책의 파편화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R&D 정책 부재, 단기성과물에만 급급 = 우리나라의 1가구 1전화 시대는 1978년부터 장장 16년간 진행된 TDX 개발결과의 산물이다. 당시 정부는 총 1076억원의 예산과 3146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했다. 이어 진행된 CDMA 개발사업에도 1986년부터 8년간 996억원의 예산과 1042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라는 성과를 남겼다. 또한 지상파 DMB는 2002년부터 5년간 227명이 투입돼 ITU공식 표준기술이 됐으며, 와이브로는 2003년부터 3년간 총 285억원의 예산과 256명의 인력이 투입돼 2007년에 3G(IMT-2000)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LTE어드밴스드에도 2006년부터 645억원을 투입해 5년간 연구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 세계 최초의 시제품을 만들며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선도한 기술들은 수년간 막대한 예산과 인력투입을 통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국책과제는 거의 소멸된 상태다. IT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예산문제에서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ICT R&D 사업이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등으로 흩어져 진행되다 보니 각 기관별로 기술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연구소, 학계는 5년 이상의 중장기 연구개발사업을 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차세대 IT 기술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실종됐고, 당장 정부 당국으로부터 칭찬을 받을만한 단기적인 R&D 프로젝트에만 돈이 몰렸다.
실제 지난달 본지가 2006년 정보통신부 산하 시절과 2010년 지식경제부 산하 시절 ETRI의 연구과제별 수주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통부 해체 이후 단기 소형과제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ETRI 연구개발사업의 평균 예산은 18억4000만원에서 2010년 11억5000만원으로 37.5%나 줄었다. 또 CDMA, 지상파 DMB, 와이브로 등의 대형 연구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5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사업 수행건수는 2006년 35건에서 2010년 20건으로 42.9%나 감소했다.
결국, 각 기관별로 보여주기식 기술 개발에 급급하면서 미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국책과제는 실종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기관이 성과를 올리기 바쁘다 보니, 학계와 국책연구소에서는 빠르게 기술개발을 완료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과제들이 주를 이뤘다.
ETRI 등 국책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이론을 기반으로 근본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되는 학계에서도 단기성과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 모바일 등 IT계열 교수들은 "당장 상용화하는 기술에만 치중돼 있다보니, 미래를 보고 근본적인 접근을 요하는 연구를 할 겨를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경부 등 국가가 추진하는 것만 따르다 보니 차세대 CDMA, LTE어드밴스드 같은 기술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정부차원의 R&D 정책의 틀 세워야= 최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IT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주도로 중국의 네트워크의 초석을 다지는 화웨이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중국은 비록 부실한 기술이라도 중국 내 통신인프라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되도 화웨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면적상 외산 통신 장비를 구입해서 쓰는 것은 비용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시작한 화웨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통신인프라를 이끄는 것은 물론 높은 수출로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수출 프로젝트가 생기면 중국 정부까지 직접 나서서 차관과 인력들을 지원한다. 실제 화웨이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정부가 유지보수 인력을 300명 씩 수송기로 실어서 보낸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민간업체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미래 R&D 프로젝트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IT 산업의 밑바당이 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R&D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SA IT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년 연속 IT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2011년 현재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별기획팀=최경섭부장 kschoi@ 한민옥차장 mohan@ 강희종기자 mindle@ 박지성기자 jspark@ 김유정기자 clickyj@ 김나리기자 nar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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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스마트 거버넌스 복원하자
(3) R&D 컨트롤타워 복원해야
"CDMA시스템 개발은 제품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CDMA 개발기술이 업체로 이전되고, 업체에서 개발한 제품은 사업자인 이동통신회사가 쓰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3개의 주체를 연결하려면 과거 TDX(전전자교환기) 개발당시와 같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전체적인 관리를 맡도록 해야한다."
1993년 윤동윤 체신부 장관은 CDMA 기술개발을 앞두고 원천 기술 제공자인 퀄컴과 공동개발자인 삼성전자, LG전자, 연구소 간에 사사건건 대립이 일자 CDMA시스템 개발 사업단을 만들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발사업을 마무리짓는다.
1980년대 국책사업인 TDX 개발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교환기는 그 기술이 업체로 이전돼 생산으로 이어지고,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은 실수요자인 한국통신이 상용화함으로써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1983년에도 전기통신연구소에 별도의 개발단을 꾸려, 개발-생산-서비스를 주도했다. 정부가 전담조직인 TDX 개발팀에 막대한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개발단장이 전권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국내 통신 인프라의 초석인 TDX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TDX, CDMA가 대한민국의 국부산업인 IT 성장동력의 주축을 이룬 반면에,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토종기술, 와이브로는 탄생 10년 만에 국내 통신업계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와이브로도 200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세계 모바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연구소-생산업체-이동통신사간에 유기적인 관계가 조성되지 못해,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들은 현 정부들어 과거 IT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R&D(연구개발) 중심축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잘게 쪼개진 IT관련 기관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 R&D-생산-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연구결과에 집중하다보니, 미래 대한민국 ICT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중장기 R&D 정책에 인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들어 와이브로, DMB(이동형멀티미디어방송) 수출 프로젝트가 많았지만, 이마저도 방통위, 지경부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전시성 행사로 전락했다"며 "해외 파트너들 조차 누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체냐며 곤혹스러워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제대로 메가 트랜드를 파악해서 하나의 기관이 로드맵, R&D, 사후관리 등 전체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와 같이 하나의 산업을 부문별로, 시장별로 쪼개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국가 R&D 정책의 파편화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R&D 정책 부재, 단기성과물에만 급급 = 우리나라의 1가구 1전화 시대는 1978년부터 장장 16년간 진행된 TDX 개발결과의 산물이다. 당시 정부는 총 1076억원의 예산과 3146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했다. 이어 진행된 CDMA 개발사업에도 1986년부터 8년간 996억원의 예산과 1042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라는 성과를 남겼다. 또한 지상파 DMB는 2002년부터 5년간 227명이 투입돼 ITU공식 표준기술이 됐으며, 와이브로는 2003년부터 3년간 총 285억원의 예산과 256명의 인력이 투입돼 2007년에 3G(IMT-2000)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LTE어드밴스드에도 2006년부터 645억원을 투입해 5년간 연구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 세계 최초의 시제품을 만들며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선도한 기술들은 수년간 막대한 예산과 인력투입을 통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국책과제는 거의 소멸된 상태다. IT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예산문제에서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ICT R&D 사업이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등으로 흩어져 진행되다 보니 각 기관별로 기술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연구소, 학계는 5년 이상의 중장기 연구개발사업을 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차세대 IT 기술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실종됐고, 당장 정부 당국으로부터 칭찬을 받을만한 단기적인 R&D 프로젝트에만 돈이 몰렸다.
실제 지난달 본지가 2006년 정보통신부 산하 시절과 2010년 지식경제부 산하 시절 ETRI의 연구과제별 수주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통부 해체 이후 단기 소형과제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ETRI 연구개발사업의 평균 예산은 18억4000만원에서 2010년 11억5000만원으로 37.5%나 줄었다. 또 CDMA, 지상파 DMB, 와이브로 등의 대형 연구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5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사업 수행건수는 2006년 35건에서 2010년 20건으로 42.9%나 감소했다.
결국, 각 기관별로 보여주기식 기술 개발에 급급하면서 미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국책과제는 실종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기관이 성과를 올리기 바쁘다 보니, 학계와 국책연구소에서는 빠르게 기술개발을 완료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과제들이 주를 이뤘다.
ETRI 등 국책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이론을 기반으로 근본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되는 학계에서도 단기성과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 모바일 등 IT계열 교수들은 "당장 상용화하는 기술에만 치중돼 있다보니, 미래를 보고 근본적인 접근을 요하는 연구를 할 겨를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경부 등 국가가 추진하는 것만 따르다 보니 차세대 CDMA, LTE어드밴스드 같은 기술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정부차원의 R&D 정책의 틀 세워야= 최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IT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주도로 중국의 네트워크의 초석을 다지는 화웨이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중국은 비록 부실한 기술이라도 중국 내 통신인프라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되도 화웨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면적상 외산 통신 장비를 구입해서 쓰는 것은 비용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시작한 화웨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통신인프라를 이끄는 것은 물론 높은 수출로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수출 프로젝트가 생기면 중국 정부까지 직접 나서서 차관과 인력들을 지원한다. 실제 화웨이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정부가 유지보수 인력을 300명 씩 수송기로 실어서 보낸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민간업체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미래 R&D 프로젝트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IT 산업의 밑바당이 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R&D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SA IT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년 연속 IT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2011년 현재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별기획팀=최경섭부장 kschoi@ 한민옥차장 mohan@ 강희종기자 mindle@ 박지성기자 jspark@ 김유정기자 clickyj@ 김나리기자 nar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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