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조원 현물출자 약속 번복 차입금 이자만 보존 입장
농협으로선 감당 못해…"관치금융 강화 포석 아니냐" 제기
농협으로선 감당 못해…"관치금융 강화 포석 아니냐" 제기
농협의 신ㆍ경분리 계획을 잘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이 주창하던 `자산 건전성' 강화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조원에 달하는 빚을 끌어 모아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인데, 이면에는 정부의 이중적인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자산건전성까지 끌어내리면서 신ㆍ경분리를 추진하는 데에는 바로 `관치 금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농협 안팎의 분석이다.
신ㆍ경 분리에 따른 자본금 조달 계획만 보더라도, 정부는 6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약속했다가 1조원만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대신 5조원은 농협중앙회가 알아서 차입하되, 그에 상응하는 이자를 보존해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당황한 농협은 기업은행 주식과 기타 상장주식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도로공사 주식을 금융지주로 직접 지원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농협이 도로공사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도 농협의 자기자본비율 11%유지를 위해서는 4400억원의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에 현금출자를 하게 되면, 정부는 상당부분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간섭이 가능하게 된다. 또 도로공사 주식의 매각 당사자인 정책금융공사가 시장에 정부의 방침대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농협은 수많은 소액주주의 경영권 간섭을 받게 된다.
아울러 IFRS(국제회계기준) 적용으로 바젤협약Ⅲ에 따라 현물출자분이 모두 차입금으로 계상되므로, 자본감소로 인한 농협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급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지주에 직접 출자하겠다는 데에는 농협중앙회의 경영건전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금융지주로 전환 후 부실화가 지속될 경우 극단적으로는 출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농협의 자산과 매출규모로는 신ㆍ경분리의 차입금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정부는 정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차입구조를 만들어 농협을 발 밑에 두겠다는 꼼수로 풀이된다.
과다한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농협은 최근 정부에게 국민연금에서 직접 재원을 조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이 제의를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또한 이자보전에 대해서도 정확한 지원 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농협입장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이자보전이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3∼5년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그럴 경우 농협은 현금 잔액 등의 급격한 감소로 3년 이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재 농협의 신용사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은 2조원을 넘어섰고, 대손 충당금은 금감원 규제 기준 101%, 은행 공시 기준 7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금융지주 구조로 은행을 출범할 경우 모든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은 피할 수 없다. 2012년도 기준 신ㆍ경분리에 따른 농협 금융지주가 추가로 부담해야할 금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당기순익 목표가 79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매년 5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금융 시장 환경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농협은 금융 토양의 건전성을 뒤로 한 채 부실경영을 그대로 승계하고, 이를 정부가 토닥여주는 `이상한 커넥션'을 이어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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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원에 달하는 빚을 끌어 모아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인데, 이면에는 정부의 이중적인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자산건전성까지 끌어내리면서 신ㆍ경분리를 추진하는 데에는 바로 `관치 금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농협 안팎의 분석이다.
신ㆍ경 분리에 따른 자본금 조달 계획만 보더라도, 정부는 6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약속했다가 1조원만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대신 5조원은 농협중앙회가 알아서 차입하되, 그에 상응하는 이자를 보존해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당황한 농협은 기업은행 주식과 기타 상장주식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도로공사 주식을 금융지주로 직접 지원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농협이 도로공사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도 농협의 자기자본비율 11%유지를 위해서는 4400억원의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에 현금출자를 하게 되면, 정부는 상당부분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간섭이 가능하게 된다. 또 도로공사 주식의 매각 당사자인 정책금융공사가 시장에 정부의 방침대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농협은 수많은 소액주주의 경영권 간섭을 받게 된다.
아울러 IFRS(국제회계기준) 적용으로 바젤협약Ⅲ에 따라 현물출자분이 모두 차입금으로 계상되므로, 자본감소로 인한 농협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급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지주에 직접 출자하겠다는 데에는 농협중앙회의 경영건전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금융지주로 전환 후 부실화가 지속될 경우 극단적으로는 출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농협의 자산과 매출규모로는 신ㆍ경분리의 차입금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정부는 정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차입구조를 만들어 농협을 발 밑에 두겠다는 꼼수로 풀이된다.
과다한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농협은 최근 정부에게 국민연금에서 직접 재원을 조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이 제의를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또한 이자보전에 대해서도 정확한 지원 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농협입장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이자보전이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3∼5년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그럴 경우 농협은 현금 잔액 등의 급격한 감소로 3년 이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재 농협의 신용사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은 2조원을 넘어섰고, 대손 충당금은 금감원 규제 기준 101%, 은행 공시 기준 7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금융지주 구조로 은행을 출범할 경우 모든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은 피할 수 없다. 2012년도 기준 신ㆍ경분리에 따른 농협 금융지주가 추가로 부담해야할 금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당기순익 목표가 79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매년 5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금융 시장 환경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농협은 금융 토양의 건전성을 뒤로 한 채 부실경영을 그대로 승계하고, 이를 정부가 토닥여주는 `이상한 커넥션'을 이어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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