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십 % 이상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던 10년 전 아르헨티나에서는 버스보다 택시를 타는 것이 싸다는 농담이 생겼다고 한다. 버스를 탈 때는 요금을 선불하지만, 택시는 내릴 때 내므로 그 동안 요금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물가와 싸우는 서민들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장렬하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에 달했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지난 여름 집중호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공급 부족과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것만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주체들의 행동양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인플레이션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신흥국이 심하다. 중국과 브라질 등은 임금상승과 외자 유입 등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일시적 공급 요인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고용 사정이 나아졌지만 임금 인상은 억제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임금근로자의 50%에 이르고 중산층이 하층으로 밀리고 있다. 팽창했던 정부 지출도 정상 궤로 돌아섰다. 소비 급증을 유발할 요인이 없다. 그런데도 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줄곧 4%대를 유지하며 정부의 억제선을 넘어섰다.
욕망을 채우려는 개인들의 이기적 행동이 전체 경제 시스템을 돌아가게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이타적 결과까지 잉태하는 것이 경제다. 다만, 경제주체들의 이기적 행동에는 전제가 따른다.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전 단계에 사(詐)자가 끼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여 분을 넘어서는 이익을 취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소버린 쇼크까지 3년 동안 사람들은 부가가치 이전단계, 즉 거래에 대한 불신을 쌓아왔다. 거의 쓰레기수준의 금융상품이 윤색돼 판매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후 불안한 거래에 대한 보전 차원에서 거래 비용을 높였다. 이기적 개인의 건전한 욕망 채우기가 탐욕으로 바뀌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가 일단 주어지면 경제주체들은 때 만난 매미처럼 탐욕을 구애했다. 특히 조직화된 공급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국제 유가는 과도하게 상승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한 술 더 떠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
부채 떠넘기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성격이 다르지만, 결국 빚을 진 사람과 갚을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탐욕에 젖은 금융사들이 진 빚을 국민이 지게 된 것이고 남유럽 국가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과 탈세를 밥먹듯 한 경제적 상층이 빚을 진 장본인이다. 그것을 애꿎은 일반 국민들이 갚아야 한다니 난리가 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정부부채 435조원 외에 사실상의 정부부채인 공기업 부채 350조원이 문제다. 이 빚도 결국은 부채 떠넘기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감당 능력을 상실한 공기업의 부채는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득권 층들은 위기 이후 더 뻔뻔스러워졌다. 가공식품기업들은 국제 원자재가를 핑계삼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대형 할인유통업체들도 최대 이익을 창출했다. 이들의 농산품 가격이 재래시장 보다 20% 비싸다는 엊그제 통계는 무얼 말하는가.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들에 30%가 넘는 수수료를 떼는 것은 납품업체뿐 아니라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88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도 결국은 깎인 소득을 부채로 보전한 결과다. 공급자의 탐욕은 양극화를 빚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서둘러 대기업 프렌들리에서 시장 프렌들리로 바꿨어야 했다. 탐욕에 물든 거래를 가려내고 룰을 어길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란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했다. 지난주 대통령과 대기업 그룹사 경영인들과의 회동을 놓고 대기업들을 줄 세우려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부가 대기업들에 끌려 다니고 있다. 문제를 푸는 것은 결국 정치다. `큰 정부'가 아니라 룰을 세우고 엄정히 시행하는 `강한 정부'가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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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에 달했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지난 여름 집중호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공급 부족과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것만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주체들의 행동양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인플레이션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신흥국이 심하다. 중국과 브라질 등은 임금상승과 외자 유입 등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일시적 공급 요인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고용 사정이 나아졌지만 임금 인상은 억제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임금근로자의 50%에 이르고 중산층이 하층으로 밀리고 있다. 팽창했던 정부 지출도 정상 궤로 돌아섰다. 소비 급증을 유발할 요인이 없다. 그런데도 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줄곧 4%대를 유지하며 정부의 억제선을 넘어섰다.
욕망을 채우려는 개인들의 이기적 행동이 전체 경제 시스템을 돌아가게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이타적 결과까지 잉태하는 것이 경제다. 다만, 경제주체들의 이기적 행동에는 전제가 따른다.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전 단계에 사(詐)자가 끼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여 분을 넘어서는 이익을 취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소버린 쇼크까지 3년 동안 사람들은 부가가치 이전단계, 즉 거래에 대한 불신을 쌓아왔다. 거의 쓰레기수준의 금융상품이 윤색돼 판매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후 불안한 거래에 대한 보전 차원에서 거래 비용을 높였다. 이기적 개인의 건전한 욕망 채우기가 탐욕으로 바뀌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가 일단 주어지면 경제주체들은 때 만난 매미처럼 탐욕을 구애했다. 특히 조직화된 공급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국제 유가는 과도하게 상승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한 술 더 떠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
부채 떠넘기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성격이 다르지만, 결국 빚을 진 사람과 갚을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탐욕에 젖은 금융사들이 진 빚을 국민이 지게 된 것이고 남유럽 국가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과 탈세를 밥먹듯 한 경제적 상층이 빚을 진 장본인이다. 그것을 애꿎은 일반 국민들이 갚아야 한다니 난리가 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정부부채 435조원 외에 사실상의 정부부채인 공기업 부채 350조원이 문제다. 이 빚도 결국은 부채 떠넘기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감당 능력을 상실한 공기업의 부채는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득권 층들은 위기 이후 더 뻔뻔스러워졌다. 가공식품기업들은 국제 원자재가를 핑계삼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대형 할인유통업체들도 최대 이익을 창출했다. 이들의 농산품 가격이 재래시장 보다 20% 비싸다는 엊그제 통계는 무얼 말하는가.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들에 30%가 넘는 수수료를 떼는 것은 납품업체뿐 아니라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88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도 결국은 깎인 소득을 부채로 보전한 결과다. 공급자의 탐욕은 양극화를 빚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서둘러 대기업 프렌들리에서 시장 프렌들리로 바꿨어야 했다. 탐욕에 물든 거래를 가려내고 룰을 어길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란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했다. 지난주 대통령과 대기업 그룹사 경영인들과의 회동을 놓고 대기업들을 줄 세우려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부가 대기업들에 끌려 다니고 있다. 문제를 푸는 것은 결국 정치다. `큰 정부'가 아니라 룰을 세우고 엄정히 시행하는 `강한 정부'가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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