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내 비리ㆍ부정 신고자 익명성 보장 고발시스템 아웃소싱 바람

25개 공공기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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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내 비리와 부정부패를 신고하는 고발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부고발 시스템을 통째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관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4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원장 박종선)에 따르면 국내 25개 공공기관과 기업이 연구원의 `내부통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조직 내외의 이해 관계자들이 익명으로 해당 조직에 대해 제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사실상 내부고발 프로세스 전체를 외부 기관에 아웃소싱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익명성이 보장한다는 점이다. 조직 내에서 내부 고발을 할 경우 IP를 비롯해 최소한의 정보가 기록, 공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고자의 IP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일체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연구원측 설명이다.

전용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팀장은 "고발자 관련된 정보는 어떤 것도 해당 조직에 알려주지 않는다"며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고발한 건에 대한 조치 결과 등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기관은 서울시와 경기도, 노동부, 경찰청,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다양하다. 지난달에만 대한지적공사, 부산지방공단스포원,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과 중견기업인 세아 등이 가입했다.

내부고발 아웃소싱의 성과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내부 고발건수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고 25개 기관 전체적으로는 연간 수백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내부고발 시스템 아웃소싱이 주목받는 것은 사회 전반에 걸친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부터 공정사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불공정거래 척결 등 이슈가 잇달아 부상하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의 경우 민원 제기자에 대한 비보복 원칙이 법 조항에 명시돼 고발자의 부담을 낮췄다.

특히 공공기관의 성과평가에 반부패, 청렴도 등의 지표가 반영되면서 적극적으로 외부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신세계와 세아 두곳 뿐이지만 서비스 이용에 대한 문의는 10건 이상이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국내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의 경우 조직내부 문제를 외부의 독립된 전문기관을 통해 신고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일반화돼 있다. 미국 글로벌컴플라이언스는 4000개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의 내부고발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고 일본 인테그렉스는 600개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전 팀장은 "부정행위를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익명성을 갖춘 신고제도'라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 확인된 사실"이라며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확립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내부고발 아웃소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연간 이용료가 500만원에 달해 중소기업들에게 다소 부담이다. 또 외부 시스템을 통한 고발 건수만 집계할 뿐 실제 어떤 내용의 고발이 이뤄져 어느 정도의 개선효과가 있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원은 고발 이외에 제안과 민원 접수, 익명성이 보장된 설문조사 등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팀장은 "아직도 일부 임원들은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내부고발 시스템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부고발을 통해 오히려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소속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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