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나프타 분해 플랜트' 신기술 수출신화
삼성전자, 부도체에 전자저장 150여개 특허 확보
삼성전자, 부도체에 전자저장 150여개 특허 확보
■ 그린 프론티어 산업현장을 가다
(1) R&D 10년, 녹색산업혁명 씨앗으로
정부가 나노, 바이오, 환경 등의 핵심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화로 연계하기 위해 1999년부터 추진한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이 여러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를 배출하면서 산업현장의 녹색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첨단 원천기술을 통한 녹색변화 현장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를 16회에 걸쳐 싣는다.
`석유화학 기술 종속국에서 기술 종주국으로.'
세계 최초로 친환경 나프타 분해 플랜트 상용화에 성공한 SK에너지가 `석유화학 신기술 수출신화' 도전에 나서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뽑고 남은 물질로, 여기에 1000℃에 가까운 고열을 가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원료를 얻을 수 있어 `석유화학계의 쌀'로 불린다. SK에너지는 한국화학연구원 박용기 박사팀과의 10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열분해 방식이 아니라 모래에서 얻은 실리카라는 물질을 이용해 나프타를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 에너지 비용과 투자비를 각각 20%, 30% 낮추는 획기적인 기술을 상용화했다. 밀가루같이 고운 입자로 된 촉매와 나프타를 접촉시켜 나프타를 2∼3개로 분해하는 원리다.
외국의 플랜트 설계를 도입해 공장을 짓는 데 익숙했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세계시장을 뒤집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에너지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회사인 미 KBR과 기술사업화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해 울산공장에 연간 4만톤 규모의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데모플랜트를 건설해 기술 수준을 검증했다. 이제 중국, 중동, 남미 등 세계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중국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 한 곳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나프타 분해 플랜트 1기 건설에는 약 1조원이 들어가고, SK에너지와 KBR이 직접 투자하면 1기당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플랜트 1기가 연간 사용하는 촉매만 300억∼4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박상도 21세기 프론티어 이산화탄소사업단장은 "이 기술은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으로 기존 용광로 기술을 대체해 세계 철강기술 역사를 새로 쓰는 것에 비견될 수 있어 `석유화학계의 파이넥스 공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산업계 파급효과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석유화학 기술종속국에서 선도국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땅에서 찾아낸 미생물 하나로 아미노산 사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 회사는 흙 속에서 자라는 `코리네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동물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 생산기술을 개발,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해외공장에서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6억달러어치 라이신을 생산하는 CJ는 이 미생물 하나로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원가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생산한 아미노산은 유럽, 미국, 동남아, 남미 등 세계로 수출된다.
이 기술은 CJ를 세계 아미노산 시장의 기술 선두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중국 GBT, 일본 아지노모도와 라이신 시장 선두다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기업이 대장균을 쓰는 데 비해 CJ는 생산성이 훨씬 우수한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경쟁력에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임상조 CJ 바이오기술연구소 상무는 "이 기술을 적용한 라이신 공장을 중국, 미국 등에 추가로 짓고 있어 2013년에는 생산량이 기존 35만톤에서 55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라이신 외에 다른 아미노산 생산에도 이 박테리아를 적용하고, 아미노산 품목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 전자를 저장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담은 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개발, 테라급 반도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 회사가 반도체 기술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21세기 프론티어 테라급나노소자사업단이 개발한 원천기술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얻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CTF 기술에 대한 150여개 특허를 확보했다.
정부의 장기 대형 R&D 지원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원천기술들이 기업에 가져온 `녹색산업혁명'의 예는 이밖에도 많다. R&D 성과 하나만 보고 창업해 새로운 시장을 일구는 벤처기업이 있는가 하면 요소기술 하나만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정부 대형 R&D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은 특히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99년부터 2013년까지 분야별로 16개 사업단을 선정해 사업단별로 연 100억원 가량의 거대 연구비를 투자함으로써 지금까지 총 433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기술이전 계약금액만 1350억원에 달하고, 매출에 따른 러닝로열티가 발생하면 기술료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전 수익 자체보다 이전된 기술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주력산업을 키우는 씨앗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의 생산성 증가, 녹색 신시장 개척으로 이어지면서 `녹색 프론티어 기업'이 하나둘 성장하고 있다.
SK에너지에 나프라 분해 촉매 기술을 이전한 화학연 박용기 박사는 "세계 톱 원천기술을 확보한 데 만족하지 않고 계속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며 "연구자들이 한 분야에서 깊이 있게 연구하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갖춰지면 이런 세계 일등 기술은 자연스럽게 속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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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D 10년, 녹색산업혁명 씨앗으로
정부가 나노, 바이오, 환경 등의 핵심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화로 연계하기 위해 1999년부터 추진한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이 여러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를 배출하면서 산업현장의 녹색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첨단 원천기술을 통한 녹색변화 현장을 소개하는 기획시리즈를 16회에 걸쳐 싣는다.
`석유화학 기술 종속국에서 기술 종주국으로.'
세계 최초로 친환경 나프타 분해 플랜트 상용화에 성공한 SK에너지가 `석유화학 신기술 수출신화' 도전에 나서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뽑고 남은 물질로, 여기에 1000℃에 가까운 고열을 가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원료를 얻을 수 있어 `석유화학계의 쌀'로 불린다. SK에너지는 한국화학연구원 박용기 박사팀과의 10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열분해 방식이 아니라 모래에서 얻은 실리카라는 물질을 이용해 나프타를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 에너지 비용과 투자비를 각각 20%, 30% 낮추는 획기적인 기술을 상용화했다. 밀가루같이 고운 입자로 된 촉매와 나프타를 접촉시켜 나프타를 2∼3개로 분해하는 원리다.
외국의 플랜트 설계를 도입해 공장을 짓는 데 익숙했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세계시장을 뒤집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에너지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회사인 미 KBR과 기술사업화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해 울산공장에 연간 4만톤 규모의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데모플랜트를 건설해 기술 수준을 검증했다. 이제 중국, 중동, 남미 등 세계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중국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 한 곳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나프타 분해 플랜트 1기 건설에는 약 1조원이 들어가고, SK에너지와 KBR이 직접 투자하면 1기당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플랜트 1기가 연간 사용하는 촉매만 300억∼4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박상도 21세기 프론티어 이산화탄소사업단장은 "이 기술은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으로 기존 용광로 기술을 대체해 세계 철강기술 역사를 새로 쓰는 것에 비견될 수 있어 `석유화학계의 파이넥스 공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산업계 파급효과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석유화학 기술종속국에서 선도국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땅에서 찾아낸 미생물 하나로 아미노산 사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 회사는 흙 속에서 자라는 `코리네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동물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 생산기술을 개발,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해외공장에서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6억달러어치 라이신을 생산하는 CJ는 이 미생물 하나로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원가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생산한 아미노산은 유럽, 미국, 동남아, 남미 등 세계로 수출된다.
이 기술은 CJ를 세계 아미노산 시장의 기술 선두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중국 GBT, 일본 아지노모도와 라이신 시장 선두다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기업이 대장균을 쓰는 데 비해 CJ는 생산성이 훨씬 우수한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경쟁력에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임상조 CJ 바이오기술연구소 상무는 "이 기술을 적용한 라이신 공장을 중국, 미국 등에 추가로 짓고 있어 2013년에는 생산량이 기존 35만톤에서 55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라이신 외에 다른 아미노산 생산에도 이 박테리아를 적용하고, 아미노산 품목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 전자를 저장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담은 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개발, 테라급 반도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 회사가 반도체 기술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21세기 프론티어 테라급나노소자사업단이 개발한 원천기술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얻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CTF 기술에 대한 150여개 특허를 확보했다.
정부의 장기 대형 R&D 지원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원천기술들이 기업에 가져온 `녹색산업혁명'의 예는 이밖에도 많다. R&D 성과 하나만 보고 창업해 새로운 시장을 일구는 벤처기업이 있는가 하면 요소기술 하나만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정부 대형 R&D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은 특히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99년부터 2013년까지 분야별로 16개 사업단을 선정해 사업단별로 연 100억원 가량의 거대 연구비를 투자함으로써 지금까지 총 433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기술이전 계약금액만 1350억원에 달하고, 매출에 따른 러닝로열티가 발생하면 기술료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전 수익 자체보다 이전된 기술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주력산업을 키우는 씨앗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의 생산성 증가, 녹색 신시장 개척으로 이어지면서 `녹색 프론티어 기업'이 하나둘 성장하고 있다.
SK에너지에 나프라 분해 촉매 기술을 이전한 화학연 박용기 박사는 "세계 톱 원천기술을 확보한 데 만족하지 않고 계속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며 "연구자들이 한 분야에서 깊이 있게 연구하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갖춰지면 이런 세계 일등 기술은 자연스럽게 속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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