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충모 교수팀… 작물 유전자변형 연구 활용 전망
모든 생명활동은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을 통해 이뤄진다. 한정된 유전자에서 다양한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생명체는 `선택적 재조합(alternative splic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가지 유전자에서 여러 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일한 유전자로부터 특정 기능을 하는 단백질과, 그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또다른 단백질이 함께 만들어져 외부 환경에 따라 단백질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서울대 박충모 교수(화학부ㆍ사진)와 서필준 박사 연구팀은 두해살이풀인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식물의 당대사를 조절함으로써 저온저항성을 높이는 `IDD14'라는 유전자에서 `IDD14알파'라는 단백질과 함께 `IDD14베타'라는 또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단백질이 IDD14알파와 결합하면 IDD14알파의 기능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자 내에 상황에 따라 단백질 기능을 `오프'시킬 수 있는 스위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IDD14 유전자의 선택적 재조합이 저온환경에서 촉진돼 IDD14베타 단백질 합성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보통 온도에서는 IDD14알파 단백질이 만들어져 이것이 당대사 조절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저온환경에서는 IDD14베타 단백질 합성이 촉진돼 이것이 IDD14알파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당대사를 억제시키고, 그 결과 저온에 잘 견딜 수 있게 한다는 것. 당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식물이 탄수화물 소비를 줄이고 쌓아놓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의 자가조절이 단백질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RNA 수준에서 기능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과 구분해 `펩티드간섭(PEPi)'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작물유전자 변형, 식물 생체시계 조작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충모 교수는 "PEPi 원리를 이용한 작물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벼와 에너지 작물을 대상으로 보완 연구를 하고 있다"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식물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에 PEPi를 적용, 생체시계가 망가진 식물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작물의 생체시계를 조작하면, 저온 및 병해충 저항성이 뛰어난 작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5월호에 게재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일한 유전자로부터 특정 기능을 하는 단백질과, 그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또다른 단백질이 함께 만들어져 외부 환경에 따라 단백질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서울대 박충모 교수(화학부ㆍ사진)와 서필준 박사 연구팀은 두해살이풀인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식물의 당대사를 조절함으로써 저온저항성을 높이는 `IDD14'라는 유전자에서 `IDD14알파'라는 단백질과 함께 `IDD14베타'라는 또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단백질이 IDD14알파와 결합하면 IDD14알파의 기능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자 내에 상황에 따라 단백질 기능을 `오프'시킬 수 있는 스위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IDD14 유전자의 선택적 재조합이 저온환경에서 촉진돼 IDD14베타 단백질 합성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보통 온도에서는 IDD14알파 단백질이 만들어져 이것이 당대사 조절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저온환경에서는 IDD14베타 단백질 합성이 촉진돼 이것이 IDD14알파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당대사를 억제시키고, 그 결과 저온에 잘 견딜 수 있게 한다는 것. 당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식물이 탄수화물 소비를 줄이고 쌓아놓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의 자가조절이 단백질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RNA 수준에서 기능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과 구분해 `펩티드간섭(PEPi)'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작물유전자 변형, 식물 생체시계 조작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충모 교수는 "PEPi 원리를 이용한 작물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벼와 에너지 작물을 대상으로 보완 연구를 하고 있다"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식물 생체시계 조절 유전자에 PEPi를 적용, 생체시계가 망가진 식물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작물의 생체시계를 조작하면, 저온 및 병해충 저항성이 뛰어난 작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5월호에 게재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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