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견디는 벼' 등 10년간 특허 262건
다국적기업에 116억 규모 기술이전 성과
다국적기업에 116억 규모 기술이전 성과
■ 21세기 프론티어사업 R&D 새 지평 열다
(5) 작물유전체사업단
그들은 `과학자'라는 호칭에 더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낸 `개척자'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만하다. `21세기 프론티어'라는 사업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일을 해온 그들은 바로 최양도 단장(사진)이 이끄는 21세기 프론티어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다.
국내 농업, 특히 종자산업은 정부가 지금까지 산업계의 역할을 대신해 오면서 제대로 산업을 형성하지 못했다. 종자시장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곡물종자는 정부가 계속 맡아서 개발과 공급을 해왔고, 나머지인 채소종자는 절반을 외국계 기업이, 4분의1을 단일 기업이, 나머지 25%는 약 200개의 영세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이렇다 보니 민간분야의 종자산업 R&D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종자 및 농업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다 보니 R&D의 효과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01년 9월 발족한 작물유전체사업단은 사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의 1.5%밖에 안 되는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통일벼, 고추종자 개발 등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종자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생명공학기술로 글로벌시장 `승부'=작물끼리 끊임없이 교배를 해서 더 나은 형질을 얻어내는 전통육종기술은 기술 개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사업단은 유전자변형이라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를 얻는 것으로 전략을 설정했다.
유전자변형작물은 국내에서 반대 정서와 산업화할 종자기업의 부재, 재배할 농민의 부재라는 3가지의 거대한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해외밖에 길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최양도 단장은 "이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유전자변형 연구를 일부 했을 뿐 유용 유전자 발굴 능력이 떨어져 연구자들은 알려진 유전자로 연습하는 수준의 연구를 하거나, 유전자 이식이 생물특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등 기초연구에 더 관심이 많았다"며 "프론티어 사업단은 이런 산발적인 연구들을 산업화를 염두에 둔 한 단계 진보된 R&D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유용유전자 500종 이상 발굴 목표=유전자변형작물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유용한 유전자를 찾는 일이다. 사업단은 500가지 이상의 유용유전자를 발굴하고, 이를 이용해 신기능 신품종 작물 10종 이상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유용유전자 탐색과 형질전환 기술 및 형질전환체 개발, DNA 마커 개발, 고유 유전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병행하면서 유전자변형작물 연구를 계속해 갔다.
1,2,3단계 연구를 거치면서 경쟁력 없는 연구자는 과감히 제외시켰다.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전체의 3분의1 정도는 지원을 중단하고 새로 선정했다. 3단계 막바지인 지금 처음부터 참여해온 연구자는 절반 정도다. 현재 약 30개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6만종 벼 유전자칩 제작(서울대 김민균 교수 등) △바이러스 내성 고추 육성(농우바이오 한지학 박사) △식물의 온도 및 빛 신호 감응ㆍ조절 메커니즘 규명(포스텍 남홍길 교수) △벼알마름병 저항성 벼 개발(서울대 황인규 교수) △가뭄에 견디는 벼 개발(명지대 김주곤 교수) △수확량 획기적으로 늘린 벼 육성(최양도 단장) 등의 주요 연구성과를 얻었다. 10년간 발표한 국내외 논문은 총 831건, 특허출원은 487건, 특허등록은 262건이다.
◇해외기술이전 `대박'=사업단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것은 116억3300만원이라는 대규모 기술이전을 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첫 기술이전은 명지대 김주곤 교수가 이뤄냈다. 세계적인 벼 연구 석학이자 김 교수의 스승이기도 한 코넬대 레이 우 교수와 공동 연구한 가뭄저항성 벼 기술을 인도 마히코(Mahyco)에 7억5000만원(정액기술료)에 이전했다. 국내 농생명공학 분야 최초의 해외기술이전 사례다. 공동 연구를 한 코넬대 측에서 기술이전의 거의 전 과정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가 이후 사업단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과정에서 100% 활용됐다.
사업단은 차별화된 기술이전 전략을 세웠다. 독일 바스프를 개발 유전자 성능검증 공동연구에 참여시킨 것. 바스프는 사업단과 공동으로 자체 형질전환체 성능검증 기술을 이용해 50개 정도의 유전자를 검증한 후 10여개를 기술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정액기술료만 92억2500만원에 달한다.
최 단장은 "2001년부터 3년간 해외 10여개 회사를 찾아가 공동연구를 제의했지만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며 "바스프는 막상 기술을 검증해본 뒤 적극적으로 이전계약을 맺었다"고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유일한 방법은 다국적 기업에 올라타는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맞아들어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최 단장과 김주곤 명지대 교수 등은 끊임없는 발품을 팔아야 했다. 국내에는 도와줄 변리사도 변호사도 찾을 수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과의 문제, 외국과의 문제 등을 푸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최 단장은 "당시 과기부의 마인드가 열려 있었고 부처 내에서는 누구든 긍정적으로 도와주고 믿어줬다"며 "그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다만 공무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너무 짧아 어려움이 있었다.
바스프는 전략적 제휴사인 몬산토와 함께 옥수수, 유채, 사탕수수 등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단계가 올라갈수록 정액기술료보다 훨씬 많은 기술료가 국내로 들어온다. 특허는 사업단 소유로 돼 있다. 개별적으로 일일이 기술이전을 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창구를 일원화하고 특허를 패키지로 꾸린 것.
◇2,3번째 기술이전 추진=사업단의 성과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이게 시작이라고 최 단장은 말한다. 바스프와의 대규모 계약에 이어 또다른 2번째, 3번째 이전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대상은 다변화되고,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최 단장은 "기술력을 확인한 다국적 기업들이 이제 경쟁적으로 기술을 이전해 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사업단은 내년 3월 종료된다. 계획대로라면 재단법인이 해체돼야 하지만 특허권이 사업단 소유로 돼 있어 특허권자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만큼 지원이 없더라도 사업단 명칭은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업단을 `회사'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최 단장은 "간판만 유지된다면 지원이 없더라도 꾸려가겠다"고 말한다.
안경애기자 naturean@
공동기획 :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 디지털타임스
(5) 작물유전체사업단
그들은 `과학자'라는 호칭에 더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낸 `개척자'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만하다. `21세기 프론티어'라는 사업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일을 해온 그들은 바로 최양도 단장(사진)이 이끄는 21세기 프론티어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다.
국내 농업, 특히 종자산업은 정부가 지금까지 산업계의 역할을 대신해 오면서 제대로 산업을 형성하지 못했다. 종자시장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곡물종자는 정부가 계속 맡아서 개발과 공급을 해왔고, 나머지인 채소종자는 절반을 외국계 기업이, 4분의1을 단일 기업이, 나머지 25%는 약 200개의 영세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이렇다 보니 민간분야의 종자산업 R&D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종자 및 농업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다 보니 R&D의 효과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01년 9월 발족한 작물유전체사업단은 사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의 1.5%밖에 안 되는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통일벼, 고추종자 개발 등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종자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생명공학기술로 글로벌시장 `승부'=작물끼리 끊임없이 교배를 해서 더 나은 형질을 얻어내는 전통육종기술은 기술 개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사업단은 유전자변형이라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를 얻는 것으로 전략을 설정했다.
유전자변형작물은 국내에서 반대 정서와 산업화할 종자기업의 부재, 재배할 농민의 부재라는 3가지의 거대한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해외밖에 길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최양도 단장은 "이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유전자변형 연구를 일부 했을 뿐 유용 유전자 발굴 능력이 떨어져 연구자들은 알려진 유전자로 연습하는 수준의 연구를 하거나, 유전자 이식이 생물특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등 기초연구에 더 관심이 많았다"며 "프론티어 사업단은 이런 산발적인 연구들을 산업화를 염두에 둔 한 단계 진보된 R&D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유용유전자 500종 이상 발굴 목표=유전자변형작물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유용한 유전자를 찾는 일이다. 사업단은 500가지 이상의 유용유전자를 발굴하고, 이를 이용해 신기능 신품종 작물 10종 이상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유용유전자 탐색과 형질전환 기술 및 형질전환체 개발, DNA 마커 개발, 고유 유전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병행하면서 유전자변형작물 연구를 계속해 갔다.
1,2,3단계 연구를 거치면서 경쟁력 없는 연구자는 과감히 제외시켰다.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전체의 3분의1 정도는 지원을 중단하고 새로 선정했다. 3단계 막바지인 지금 처음부터 참여해온 연구자는 절반 정도다. 현재 약 30개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6만종 벼 유전자칩 제작(서울대 김민균 교수 등) △바이러스 내성 고추 육성(농우바이오 한지학 박사) △식물의 온도 및 빛 신호 감응ㆍ조절 메커니즘 규명(포스텍 남홍길 교수) △벼알마름병 저항성 벼 개발(서울대 황인규 교수) △가뭄에 견디는 벼 개발(명지대 김주곤 교수) △수확량 획기적으로 늘린 벼 육성(최양도 단장) 등의 주요 연구성과를 얻었다. 10년간 발표한 국내외 논문은 총 831건, 특허출원은 487건, 특허등록은 262건이다.
◇해외기술이전 `대박'=사업단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것은 116억3300만원이라는 대규모 기술이전을 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첫 기술이전은 명지대 김주곤 교수가 이뤄냈다. 세계적인 벼 연구 석학이자 김 교수의 스승이기도 한 코넬대 레이 우 교수와 공동 연구한 가뭄저항성 벼 기술을 인도 마히코(Mahyco)에 7억5000만원(정액기술료)에 이전했다. 국내 농생명공학 분야 최초의 해외기술이전 사례다. 공동 연구를 한 코넬대 측에서 기술이전의 거의 전 과정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가 이후 사업단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과정에서 100% 활용됐다.
사업단은 차별화된 기술이전 전략을 세웠다. 독일 바스프를 개발 유전자 성능검증 공동연구에 참여시킨 것. 바스프는 사업단과 공동으로 자체 형질전환체 성능검증 기술을 이용해 50개 정도의 유전자를 검증한 후 10여개를 기술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정액기술료만 92억2500만원에 달한다.
최 단장은 "2001년부터 3년간 해외 10여개 회사를 찾아가 공동연구를 제의했지만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며 "바스프는 막상 기술을 검증해본 뒤 적극적으로 이전계약을 맺었다"고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유일한 방법은 다국적 기업에 올라타는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맞아들어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최 단장과 김주곤 명지대 교수 등은 끊임없는 발품을 팔아야 했다. 국내에는 도와줄 변리사도 변호사도 찾을 수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과의 문제, 외국과의 문제 등을 푸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최 단장은 "당시 과기부의 마인드가 열려 있었고 부처 내에서는 누구든 긍정적으로 도와주고 믿어줬다"며 "그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다만 공무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너무 짧아 어려움이 있었다.
바스프는 전략적 제휴사인 몬산토와 함께 옥수수, 유채, 사탕수수 등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단계가 올라갈수록 정액기술료보다 훨씬 많은 기술료가 국내로 들어온다. 특허는 사업단 소유로 돼 있다. 개별적으로 일일이 기술이전을 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창구를 일원화하고 특허를 패키지로 꾸린 것.
◇2,3번째 기술이전 추진=사업단의 성과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이게 시작이라고 최 단장은 말한다. 바스프와의 대규모 계약에 이어 또다른 2번째, 3번째 이전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대상은 다변화되고,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최 단장은 "기술력을 확인한 다국적 기업들이 이제 경쟁적으로 기술을 이전해 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사업단은 내년 3월 종료된다. 계획대로라면 재단법인이 해체돼야 하지만 특허권이 사업단 소유로 돼 있어 특허권자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만큼 지원이 없더라도 사업단 명칭은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업단을 `회사'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최 단장은 "간판만 유지된다면 지원이 없더라도 꾸려가겠다"고 말한다.
안경애기자 naturean@
공동기획 :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 디지털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