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지하수 연령측정과 활용

고동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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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7-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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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물은 대기, 하천, 호수, 바다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는데, 이를 물 순환이라고 한다. 이 순환계에서 물이 머무르는 시간, 즉 체류시간은 대기에서 약 1.5주, 하천에서 2주 정도로 공간적 거리에 비해 순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

호수나 저수지에서는 상대적으로 긴 10년 정도의 체류시간을 가지고, 바다에서는 이보다 훨씬 긴 약 4000년이다. 지구상 담수의 1/3을 차지하는 지하수(groundwater)의 체류시간은 천부에서는 수 개월에서 수 십년의 범위이지만 심부에서는 빙하와 맞먹는 수 만년에 이른다.

지하수는 느리기는 하지만 지형적으로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하천이나 호수 등에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샘이 마르지 않고, 하천에는 물이 계속 흐르는 것은 땅속에 저장되어 있는 지하수가 계속 흘러들기 때문이다. 지하수도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물 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것이다.

지하수의 연령은 지상에서 지하로 물이 들어온 이후에 경과된 시간으로 지하에서의 체류시간과 같은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를 연구할 때는 측정이 쉬운 지하수위와 수리적(hydrologic) 변수들간의 물리적 관계를 이용하여 대수층내에서 지하수의 분포나 이동 특성을 추정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역해방법으로 추정된 인자들은 유일성(uniqueness)을 가지기 어렵다.

추가적으로 지하수 연령을 안다면, 지하수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지하수 연령은 지하수위보다 더 직접적으로 대수층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나이가 오래된 지하수가 분포하는 대수층에는 지표의 물이 적게 유입되는데, 지하수를 과잉 채수하게 되면 지하수가 고갈될 위험이 있어 지하수 자원 확보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 그러나 지하수 오염 측면에서 보면 지상의 오염물질이 대수층으로 느리게 유입된다는 의미가 된다. 느린 이동속도는 오염물질의 이동을 지연하고, 저감할 수 있는 여러 물리, 화학적 반응들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므로 지하수의 나이가 오래된 대수층은 지상의 오염원에 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하수의 연령을 측정하는 방법은 고고학에서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방사성 탄소(14C)와 1960년대 최고조에 달했던 대기중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삼중수소(3H)를 이용하는 방법이 먼저 이용되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적절한 해석 모형이나 추가적인 자료가 있어야만 정량적인 의미에서 지하수 연령 측정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에 걸쳐 극미량의 화학물질과 희유기체 동위원소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장비들이 개발됨에 따라 주로 60년 이내의 젊은 연령을 가지는 지하수를 대상으로 한 정교한 연령 측정 방법들이 개발되었고, 이 방법들은 특히 전형적인 수리지질학적 모형이 잘 적용되지 않는 결정질암, 화산암, 석회암 대수층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3H, 14C 및 CFCs를 이용한 지하수 연령 측정을 다양한 지질조건에서 수행하고 있다. 제주도의 적용 사례를 살펴보자. 제주도는 투수성이 좋은 4기 화산암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반적으로는 지하수 산출특성이 우수하나 지층에 따라 물성 차이가 매우 커서 기존의 수리지질학적 기법으로는 대수층 특성 파악에 어려움이 컸다. 3H/3He 및 CFCs를 이용한 지하수 연령 조사를 통해 제주도에는 수리지질학적으로 구분되는 여러 대수층이 존재함이 밝혀졌다.

제주도 서부 해안 지역의 경우, 상부 대수층은 20년 이내의 지하수 연령을 가지고, 하부 대수층은 60년 이상의 연령을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상당수 관정들은 두 대수층으로부터 유래된 지하수가 혼합되어 산출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제주도 지하수 관리가 대수층과 관정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함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다공질 매질보다는 파쇄 암반층이 우세하여 대수층 특성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지하수 연령 측정을 통해 효율적인 지하수자원 관리가 이루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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