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군의 게임산책 - 메탈기어솔리드 피스워
여러명 게임 '코옵 모드'도 갖춰
지금 와서 PSP를 생각해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 시기에 이 정도의 기계를 만들어낼 생각을 했을까'라는 감탄이 나온다. 현재 PS1(플레이스테이션1) 게임들이 PSP에서 구동되는 점을 본다면, 적어도 하드웨어 성능 상으로는 PS1을 한참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PSP가 처음 발매된 때는 2004년이었다. PS1이 1994년에 발매됐으니, 단 10년만에 그보다 뛰어난 성능의 하드웨어를 화면까지 포함된 휴대용 기기로 만들었다는 점은 놀랍기 그지없다.
문제는 휴대용 게임기에서 그 정도의 게임을 개발할 여력이 있는 회사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PS1 이상의 성능이란 곧 PS1 이상의 개발비용을 의미하는데, 이 정도의 개발비용을 새로 만들어진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이미 충분한 인기를 얻고 있는 PS2 혹은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닌텐도DS(이하 NDS)에 투자해 복수의 게임을 만드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PSP의 초기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이유이다.
하지만 요사이의 PSP 라인업을 보고 있자면, 소니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준비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PSP의 보급 대수가 늘어나고, `몬스터헌터 2' 같은 통신 기능을 사용한 흥행 게임이 등장하면서, PSP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수준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퀘어 에닉스나 남코, 세가, 코나미 등의 서드파티가 만들어내는 게임은 이제 단순한 `심심풀이로 잠깐씩 즐기는 게임'이라는 기존 휴대용 게임의 일반 상식을 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최근 PSP의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워커'(이하 피스워커)이다. 메탈기어 시리즈는 의외로 PSP로 많이 나왔지만(메탈기어 애시드 1, 2편과 포터블 옵스, 그리고 포터블 옵스 플러스 등 네 작품이 출시되었다) 이번의 피스워커는 그야말로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이 게임을 접하는 이용자들이 가장 놀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은 역시 그래픽이다. 최근의 PSP 게임들이 보여주는 그래픽의 수준은 대단히 높아져 있지만, 피스워커의 그래픽은 그야말로 업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특히 하드웨어의 성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자연경관의 표현은 이제까지의 PSP 게임 중 단연 최고로 꼽아야 할 것이다. PSP의 발매 년도와 이제까지의 게임들이 보여온 그래픽의 발전을 고려해 볼 때, 피스워커의 그래픽은 PSP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그래픽만큼이나 발전한 것은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의 느낌이다. 이전에 PSP로 발매된 메탈기어 시리즈의 경우, 지나치게 `휴대용 게임기'라는 특성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이었다. 때문에 움직임과 미션 구성을 최대한 단순화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시리즈의 경우는 이 구성 그대로 거치형 게임기로 나와도 어색함이 없어 보일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호흡이 지나치게 길어서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지는 등의 단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액션 중심의 구성은 이전 시리즈들보다 높은 속도감을 느끼게 해 준다.
적 캐릭터를 포획해서 이용하는 등의 시스템은 전작에서 보인 적이 있지만, 좀 더 훌륭하게 튜닝되어 있어서 그 활용도가 높아졌다. 자기 기지를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화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컬렉션 요소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도 짧은 호흡으로 계속, 그리고 의외로 오래 즐기게 되는 휴대용 게임기의 속성에 잘 들어맞는다고 보인다.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코옵 모드를 집어넣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어찌 보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더군다나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극도로 중요한 이 게임에서) 플레이 방식의 다양화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그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단지, 보컬로이드 기능이나 다양한 매체와의 마케팅 협력(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 펩시콜라, 몬스터 헌터, 만화잡지 등)이라는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트렌드를 따라도 너무 따라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양념으로서 참신한 맛은 있지만, 시리즈 특유의 진중함이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메탈기어 솔리드 2 서브스탠스'와 `메탈기어 애시드 2'의 한글화 이후로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한글화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특히 피스워커의 경우 한글화에 대한 루머가 상당히 신뢰성 있게 돌기도 했지만, 결국은 한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텍스트의 양이 많을 뿐 아니라 내용에 대한 파악 역시 중요한 시리즈의 특성 상 한글화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을 한글로 즐기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메탈기어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1편의 배경인 `아우터헤븐'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는 게임 시나리오의 특성상 전후의 시리즈들과의 관계성까지 생각한다면 그 메시지가 더욱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 와서 PSP를 생각해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 시기에 이 정도의 기계를 만들어낼 생각을 했을까'라는 감탄이 나온다. 현재 PS1(플레이스테이션1) 게임들이 PSP에서 구동되는 점을 본다면, 적어도 하드웨어 성능 상으로는 PS1을 한참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PSP가 처음 발매된 때는 2004년이었다. PS1이 1994년에 발매됐으니, 단 10년만에 그보다 뛰어난 성능의 하드웨어를 화면까지 포함된 휴대용 기기로 만들었다는 점은 놀랍기 그지없다.
문제는 휴대용 게임기에서 그 정도의 게임을 개발할 여력이 있는 회사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PS1 이상의 성능이란 곧 PS1 이상의 개발비용을 의미하는데, 이 정도의 개발비용을 새로 만들어진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이미 충분한 인기를 얻고 있는 PS2 혹은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닌텐도DS(이하 NDS)에 투자해 복수의 게임을 만드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PSP의 초기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이유이다.
하지만 요사이의 PSP 라인업을 보고 있자면, 소니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준비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PSP의 보급 대수가 늘어나고, `몬스터헌터 2' 같은 통신 기능을 사용한 흥행 게임이 등장하면서, PSP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수준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퀘어 에닉스나 남코, 세가, 코나미 등의 서드파티가 만들어내는 게임은 이제 단순한 `심심풀이로 잠깐씩 즐기는 게임'이라는 기존 휴대용 게임의 일반 상식을 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최근 PSP의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워커'(이하 피스워커)이다. 메탈기어 시리즈는 의외로 PSP로 많이 나왔지만(메탈기어 애시드 1, 2편과 포터블 옵스, 그리고 포터블 옵스 플러스 등 네 작품이 출시되었다) 이번의 피스워커는 그야말로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이 게임을 접하는 이용자들이 가장 놀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은 역시 그래픽이다. 최근의 PSP 게임들이 보여주는 그래픽의 수준은 대단히 높아져 있지만, 피스워커의 그래픽은 그야말로 업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특히 하드웨어의 성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자연경관의 표현은 이제까지의 PSP 게임 중 단연 최고로 꼽아야 할 것이다. PSP의 발매 년도와 이제까지의 게임들이 보여온 그래픽의 발전을 고려해 볼 때, 피스워커의 그래픽은 PSP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그래픽만큼이나 발전한 것은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의 느낌이다. 이전에 PSP로 발매된 메탈기어 시리즈의 경우, 지나치게 `휴대용 게임기'라는 특성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이었다. 때문에 움직임과 미션 구성을 최대한 단순화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시리즈의 경우는 이 구성 그대로 거치형 게임기로 나와도 어색함이 없어 보일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호흡이 지나치게 길어서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지는 등의 단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액션 중심의 구성은 이전 시리즈들보다 높은 속도감을 느끼게 해 준다.
적 캐릭터를 포획해서 이용하는 등의 시스템은 전작에서 보인 적이 있지만, 좀 더 훌륭하게 튜닝되어 있어서 그 활용도가 높아졌다. 자기 기지를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화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컬렉션 요소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도 짧은 호흡으로 계속, 그리고 의외로 오래 즐기게 되는 휴대용 게임기의 속성에 잘 들어맞는다고 보인다.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코옵 모드를 집어넣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어찌 보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더군다나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극도로 중요한 이 게임에서) 플레이 방식의 다양화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그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단지, 보컬로이드 기능이나 다양한 매체와의 마케팅 협력(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 펩시콜라, 몬스터 헌터, 만화잡지 등)이라는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트렌드를 따라도 너무 따라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양념으로서 참신한 맛은 있지만, 시리즈 특유의 진중함이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메탈기어 솔리드 2 서브스탠스'와 `메탈기어 애시드 2'의 한글화 이후로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한글화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특히 피스워커의 경우 한글화에 대한 루머가 상당히 신뢰성 있게 돌기도 했지만, 결국은 한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텍스트의 양이 많을 뿐 아니라 내용에 대한 파악 역시 중요한 시리즈의 특성 상 한글화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을 한글로 즐기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메탈기어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1편의 배경인 `아우터헤븐'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는 게임 시나리오의 특성상 전후의 시리즈들과의 관계성까지 생각한다면 그 메시지가 더욱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