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66) 인공박테리아의 정체는

[이덕환의 과학세상] (266) 인공박테리아의 정체는
    입력: 2010-06-09 21:49
DNA 화학적 합성… 잠재력 큰 기술혁명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 기업이 `인공' 박테리아를 만들었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큰 기술이라고 한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이나 체세포 복제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기술이지만 무작정 두려워하고 외면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철학적, 윤리적, 문화적으로 깊은 고민이 꼭 필요하다.

인공 박테리아 탄생의 핵심은 DNA 합성이다. 데옥시리보스라는 당(糖)과 인산 그리고 유기 염기를 차례로 연결시켜 독특한 이중 나선 구조의 DNA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DNA의 화학적인 합성은 1970년대에 처음 시작되어 이제는 비교적 일반화된 생명공학의 핵심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거나, 유전자 치료를 시도하거나,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변형시키고 싶을 때 꼭 필요한 원천 기술이다. 원하는 DNA 조각들을 만든 후에 이어 붙이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DNA 합성에서는 A, T, G, C로 표현되는 유기 염기의 순서를 정확하게 통제해야 한다. 생명을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핵심적인 유전 정보가 유기 염기가 연결된 순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등장한 인공 박테리아는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라는 초소형 박테리아에서 밝혀낸 염기 서열을 이용한 것이다.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의 DNA는 대략 100만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된 사람의 유전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수준이다. 미코플라스마는 생존과 번식 등의 생명 현상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 정보로 살아가는 `최소 생명체'로 알려져 있고, 생명의 본질을 알아내려는 다양한 연구의 핵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이미 알려져 있는 미코이데스의 염기 서열을 가진 인공 DNA를 합성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DNA의 염기 서열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DNA의 염기 서열에 담겨 있는 유전 정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유전 정보를 읽어내고, 그런 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필요하다. DNA에 담긴 유전 정보가 실제로 발현되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DNA는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지만, 살아 움직이고 번식을 하는 세포의 다른 기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실험에서는 유전 정보를 얻어낸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와 닮은 점이 많은 미코플라스마 카프리콜룸이라는 박테리아를 이용했다. 카프리콜룸의 DNA를 제거한 후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DNA을 주입시켰다. 미코이데스의 유전 정보와 카프리콜룸의 유전자 활용 기능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인공 박테리아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아가 유전 정보를 제공한 미코이데스와 똑같은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냈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DNA가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더욱이 10만번이 넘는 자가 복제(증식) 과정에서도 인공 DNA의 염기 서열은 손상되지 않고 멀쩡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그동안 `생명의 책'으로 알려진 DNA의 기능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박테리아의 생물학적 특성이 DNA에 의해 결정되고, 유전 정보를 활용하는 기능은 어느 정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내일 당장 `인조' 인간이 걸어 다니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인간의 DNA는 3000 배 이상 길고, DNA에 담겨 있는 유전 정보가 발현되는 과정도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인공 박테리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 문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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