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주도권 잡기 파격적 할부상품 등 출시 경쟁 본격화
연간 13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할부(오토론) 시장에 국내 은행이 속속 진출하면서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캐피탈과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그동안 오토론 시장은 자동차 판매 딜러망과 차량 제조사 네트워크를 보유한 캐피탈의 독점시장이었다. 이 상황에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을 비롯해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며 은행과 캐피탈사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농협,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도 곧 오토론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알려져 기존 캐피탈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은행과 캐피탈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부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할부 요건을 완화하는 등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아직까지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성적표는 저조한 편이다. 지난 2월 자동차 할부 상품을 선보인 신한은행은 현재까지 약 45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자동차 딜러와 유대관계가 없고, 현재 자동차 구매고객이 캐피탈의 영업성격에 익숙해져 있어, 오토론 상품을 갈아타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은행들이 편의성을 확대할 경우 장기적으로 은행들의 주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이 오토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동차 제조사 및 영업소와 연결되는 망과, 실제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딜러망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캐피탈에 맞설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사들과 연계 서비스를 검토 중에 있으며,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토론 시장의 약 30%를 점유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또 가장 취약한 점으로 꼽혔던 상품 이용고객 신용 등급의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은 그간 상품 이용고객을 5등급으로 제한해 왔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우리V오토론을 출시하고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달간 약 30억원의 실적을 거뒀고,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진입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큰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곧 내부 목표를 설정하고 오토론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이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농협과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도 오토론 시장 진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토론 대출 기능이 약하고 제한적인 은행 시스템으로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한 상품당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이 캐피탈사가 보유한 추심기능과 저신용자의 대출을 늘리는 등 경쟁력이 향상되면, 시기를 봐서 우리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오토론 시장 진출에 신경을 쓰지 않던 캐피탈사도 최근 표면금리를 인하하거나 은행을 인식해 차별화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견제에 돌입했다.
할부금융 시장의 터주대감인 현대캐피탈은 표면금리를 최대 4% 인하한 바 있으며, 6월에도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최고 인기차종에 무이자ㆍ저금리 할부 시행을 확대하며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은 이달 1일부터 신차할부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가치보장 할부를 시행 중이다. 이는 대출금에서 차량의 중고차 가치만큼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할부대금을 납부, 할부금 부담을 대폭 낮춘 상품이다.
아주캐피탈도 매월 주요 차량에 대해 저금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 드라이브 카드를 사용할 경우 아반테, 포르테 등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금액을 4.9% 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고, 선수율과 할부조건에 따라 쌍용차, GM대우 등 다른 차종도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 영업점에서 차량을 선택하면 곧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편의성도 캐피탈의 주무기다. 은행에 직접 찾아가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등 번거로운 대출 신청 절차를 간소화시킨 것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은행 오토론 고객은 일시불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해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금융감독원도 캐피탈과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자 은행들의 진출 여부를 파악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과열 양상이 심화될 경우 은행과 캐피탈간 골이 깊어져 금융당국의 자동차 할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은행에 오토론 시장 진출 여부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13조원 규모의 오토론 시장을 둘러싸고 은행과 캐피탈간 경쟁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자동차 딜러가 금융상품을 연계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 여부 등 민감한 사안들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길재식ㆍ서희연 기자 osolgil@
그동안 오토론 시장은 자동차 판매 딜러망과 차량 제조사 네트워크를 보유한 캐피탈의 독점시장이었다. 이 상황에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을 비롯해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이 시장에 진출하며 은행과 캐피탈사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농협,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도 곧 오토론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알려져 기존 캐피탈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은행과 캐피탈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부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할부 요건을 완화하는 등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아직까지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성적표는 저조한 편이다. 지난 2월 자동차 할부 상품을 선보인 신한은행은 현재까지 약 45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자동차 딜러와 유대관계가 없고, 현재 자동차 구매고객이 캐피탈의 영업성격에 익숙해져 있어, 오토론 상품을 갈아타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은행들이 편의성을 확대할 경우 장기적으로 은행들의 주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이 오토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동차 제조사 및 영업소와 연결되는 망과, 실제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딜러망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캐피탈에 맞설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사들과 연계 서비스를 검토 중에 있으며,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토론 시장의 약 30%를 점유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또 가장 취약한 점으로 꼽혔던 상품 이용고객 신용 등급의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은 그간 상품 이용고객을 5등급으로 제한해 왔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우리V오토론을 출시하고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달간 약 30억원의 실적을 거뒀고,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진입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큰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곧 내부 목표를 설정하고 오토론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이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농협과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도 오토론 시장 진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토론 대출 기능이 약하고 제한적인 은행 시스템으로 자동차 할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한 상품당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이 캐피탈사가 보유한 추심기능과 저신용자의 대출을 늘리는 등 경쟁력이 향상되면, 시기를 봐서 우리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오토론 시장 진출에 신경을 쓰지 않던 캐피탈사도 최근 표면금리를 인하하거나 은행을 인식해 차별화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견제에 돌입했다.
할부금융 시장의 터주대감인 현대캐피탈은 표면금리를 최대 4% 인하한 바 있으며, 6월에도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최고 인기차종에 무이자ㆍ저금리 할부 시행을 확대하며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은 이달 1일부터 신차할부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가치보장 할부를 시행 중이다. 이는 대출금에서 차량의 중고차 가치만큼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할부대금을 납부, 할부금 부담을 대폭 낮춘 상품이다.
아주캐피탈도 매월 주요 차량에 대해 저금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 드라이브 카드를 사용할 경우 아반테, 포르테 등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금액을 4.9% 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고, 선수율과 할부조건에 따라 쌍용차, GM대우 등 다른 차종도 구입할 수 있다.
자동차 영업점에서 차량을 선택하면 곧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편의성도 캐피탈의 주무기다. 은행에 직접 찾아가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등 번거로운 대출 신청 절차를 간소화시킨 것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은행 오토론 고객은 일시불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해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금융감독원도 캐피탈과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자 은행들의 진출 여부를 파악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과열 양상이 심화될 경우 은행과 캐피탈간 골이 깊어져 금융당국의 자동차 할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은행에 오토론 시장 진출 여부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13조원 규모의 오토론 시장을 둘러싸고 은행과 캐피탈간 경쟁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자동차 딜러가 금융상품을 연계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 여부 등 민감한 사안들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길재식ㆍ서희연 기자 osolg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