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디지털 산책] 애플의 메시지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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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희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요 근래 우리나라 IT계는 `아이폰'이라는 펀치에 한 대 얻어맞고 정신이 얼얼한 상태이며, 아직 거기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선 스마트폰은 기존 PC와 휴대폰의 융합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마트폰은 단말융합 차원의 기기혁신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 산업의 경쟁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이동통신과 컴퓨터 산업간의 본격적인 융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히 `IT계의 충격'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아이폰을 얘기하려면 애플을 얘기해야하고, 애플을 얘기하자면 스티브 잡스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학문에 있어서 대가를 연상케 한다. 새로운 학문을 세상에 내 놓으면, 많은 후학들이 바로 뒤를 이어 그 분야에 연구 업적을 쏟아 내어 꽃을 피워 거대한 조류를 형성한다. 그러는 사이 그는 어느새 저만치 가고 있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는 이노베이터의 전형이다. 사실 아이폰은 거대한 이노베이션이라 할 수 없다. 기술의 진화 방향에서 작은 물줄기를 바꾼 것에 비유된다. 가령 DOS에서 Windows라든지, 유선에서 무선과 같은 큰 물줄기를 바꾸는 것에 비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비효과처럼 미래의 진화방향을 결정짓는 충분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아이폰은 기존 기기제조업자나 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시장을 바라보고 사업에 임하는 자세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의 통신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든데다, 아이브로 등 새로운 서비스도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상황이었다. 기존 휴대폰은 작은 화면에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과 같은 인터넷 효용을 구현하기에는 뭔가 부자연스런 구석이 있었다. 노트북은 휴대에 불편하여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와이파이나 이동 중에도 빠른 속도의 인터넷 접속을 보장하는 와이브로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민첩한 MVNO도 없었다. 겉으론 평온했지만 내심 불안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그 틈을 타서 혜성같이 나타난 것이 아이폰이었다. 앱스토어라는 중간 단계를 만들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적중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종속된 것과는 달리 스스로 콘텐츠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즉 개발자 및 사용자에게 APA(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제공 서비스와 SDK(Software Developer's Kit)를 공급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가 생산자가 되어 스마트폰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는 새로운 모바일 인터넷 사업모델을 제시하였다. 범용 OS 기반의 플랫폼 개방과 모바일 응용 프로그램의 거래장터(앱스토어) 활성화는 공급자 및 소비자의 증가를 가져오고, 스마트폰의 구매 수요를 증가시키고, 나아가 관련 콘텐츠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비즈니스 환경으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다. 더불어 애플(아이폰) 대 구글(안드로이드)의 경쟁구도로 시장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애플은 `공성신퇴(攻城身退)의 도(道)'를 떠올리게 한다. `공을 세워 이룬 후에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얘기지만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삼가 하여 뒤를 돌아보고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라'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기업으로 치면 항상 위기를 대비하여 관리하고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경영 방식으로 해석된다.축적한 원금으로부터의 이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원금을 키워나가는 자세다. MVNO 도입 및 와이브로 상용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방황하고 있는 틈을 아이폰이 차지하면서 그 충격의 파고가 자못 크다. 이러한 상황은 역으로 소프트웨어, 콘텐츠, Wi-Fi, WiBro, MVNO 촉진의 계기를 만들고 있지만, IT 강국을 자임하던 우리나라로서는 자존심에 크게 상처받은 것은 틀림없다. 이제 자존심 상함에 넋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통신사업자-기기제조업자-ISP-콘텐츠업자 간 개방적 협력을 통해 다가올 생태계를 선점함으로써 자존심 상하는 일은 이번 한번으로 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