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지속적인 소통 '묘미'
한번 맛들이면 엔딩까지 쭉∼
한번 맛들이면 엔딩까지 쭉∼
■ 이군의 게임산책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스토리 진행을 중심으로 하는 장르적 특성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게임 플랫폼의 표현력이 계속 발전하면서 타 장르의 게임들에서도 게임 스토리의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장르의 쇠락보다는 타 장르와의 융합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이에 따라 최근 어드벤처라는 장르는 단순한 스토리의 진행을 넘어서 연출의 강화에 힘을 기울이면서 나름대로의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헤비 레인'은 이러한 움직임의 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게임은 각각 별도의 시나리오 속에서 움직이는 네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중심 스토리로 연결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시나리오 전체의 얼개를 각 플레이어들에게서 조금씩 맞춰 나가는 구성을 띠고 있어, 처음 전개가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는 여지를 지니고 있다.
이 게임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과는 달리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직접 플레이어가 수행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를 닦는 장면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에서야 욕실을 선택하고 세면대를 선택하는 정도로 진행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실제로 패드를 움직여 가면서 이를 닦는 액션까지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은 어드벤처 게임이 가지고 있는 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행동을 강조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은 기존에도 분명 존재해 왔지만, 결국은 액션게임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었던 만큼(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임이 `용과 같이'가 아닐까) 헤비 레인의 게임 방식은 어드벤처라는 게임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게임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다고 하겠다.
또 다른 해결 방법은 비주얼이다. 전반적인 그래픽의 품질이 대단히 우수할 뿐 아니라, 18세 이용가라는 이용 등급에 걸맞게 다소 파격적인 연출들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하지만 영화 `쏘우'를 연상하게 할 정도의 잔혹한 상황 설정과, 이를 뛰어난 그래픽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호불호는 갈리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게임 방식이나 특징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헤비 레인이라는 게임의 가장 큰 미덕은 독특함이다. 때문에 처음 접할 때는 어느 정도 낯선 느낌이겠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여간해서 패드를 놓기가 쉽지 않다. 분명 주류가 되기는 힘들지만 `21세기형 어드벤처'가 가야 할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한 게임이라고 해도 큰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 게임이 단순히 독특함만으로 승부하는 게임은 아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기본기가 충실할 뿐 아니라, 그래픽이나 사운드와 같은 게임의 기본적 요소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개발사인 퀀틱 드림이 전작인 `인디고 프로페시'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어드벤처 게임의 진화형이 이 게임에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다. 참고로 인디고 프로페시 역시 국내에 정식 발매된 바 있다. 한글화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큰 인기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연출이나 시나리오 구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헤비 레인에 영향을 끼쳤던 작품이므로, 여건이 된다면 한 번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외에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라는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되는 상황이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PS3의 조작계와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게임인 만큼 타 기종으로의 발매는 요원해 보인다.
특히 이 게임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대단히 충실한 한글화다. 게임 내에서의 자막 배치 등이 평범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 어찌 보면 국내에서 한글화되어 온 게임 중 가장 한글화 난이도가 높지 않을까 싶은데, 번역은 물론 세세한 연출 하나하나도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면 그 수요층이 대단히 제한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뛰어난 한글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한번 정도는 해 봐야 할 게임이 아닐까 싶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조작이 조금 불편하다. 그리고 게임 특성 상 몇 번의 반복 플레이가 필요한데 이벤트 신 등을 스킵할 수 없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게임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제작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똑 같은 장면을 몇 번씩 보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싶다.
결론적으로 헤비레인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게임은 절대 아니지만, 일단 한번 맛을 들이면 엔딩까지 쉼 없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게임에 작가주의라는 말을 붙이는 게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그러한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리뷰만으로 게임에 대한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없는 분들이라면, 일단 PS 스토어에 등록된 체험판을 즐겨본 이후에 결정해도 좋을 것이다.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스토리 진행을 중심으로 하는 장르적 특성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게임 플랫폼의 표현력이 계속 발전하면서 타 장르의 게임들에서도 게임 스토리의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장르의 쇠락보다는 타 장르와의 융합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이에 따라 최근 어드벤처라는 장르는 단순한 스토리의 진행을 넘어서 연출의 강화에 힘을 기울이면서 나름대로의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헤비 레인'은 이러한 움직임의 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게임은 각각 별도의 시나리오 속에서 움직이는 네명의 주인공이 하나의 중심 스토리로 연결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시나리오 전체의 얼개를 각 플레이어들에게서 조금씩 맞춰 나가는 구성을 띠고 있어, 처음 전개가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는 여지를 지니고 있다.
이 게임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과는 달리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를 직접 플레이어가 수행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를 닦는 장면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에서야 욕실을 선택하고 세면대를 선택하는 정도로 진행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실제로 패드를 움직여 가면서 이를 닦는 액션까지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은 어드벤처 게임이 가지고 있는 정적인 이미지를 타파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행동을 강조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은 기존에도 분명 존재해 왔지만, 결국은 액션게임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었던 만큼(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임이 `용과 같이'가 아닐까) 헤비 레인의 게임 방식은 어드벤처라는 게임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게임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다고 하겠다.
또 다른 해결 방법은 비주얼이다. 전반적인 그래픽의 품질이 대단히 우수할 뿐 아니라, 18세 이용가라는 이용 등급에 걸맞게 다소 파격적인 연출들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하지만 영화 `쏘우'를 연상하게 할 정도의 잔혹한 상황 설정과, 이를 뛰어난 그래픽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호불호는 갈리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게임 방식이나 특징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헤비 레인이라는 게임의 가장 큰 미덕은 독특함이다. 때문에 처음 접할 때는 어느 정도 낯선 느낌이겠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여간해서 패드를 놓기가 쉽지 않다. 분명 주류가 되기는 힘들지만 `21세기형 어드벤처'가 가야 할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한 게임이라고 해도 큰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 게임이 단순히 독특함만으로 승부하는 게임은 아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기본기가 충실할 뿐 아니라, 그래픽이나 사운드와 같은 게임의 기본적 요소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개발사인 퀀틱 드림이 전작인 `인디고 프로페시'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어드벤처 게임의 진화형이 이 게임에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다. 참고로 인디고 프로페시 역시 국내에 정식 발매된 바 있다. 한글화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큰 인기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연출이나 시나리오 구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헤비 레인에 영향을 끼쳤던 작품이므로, 여건이 된다면 한 번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외에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라는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되는 상황이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PS3의 조작계와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게임인 만큼 타 기종으로의 발매는 요원해 보인다.
특히 이 게임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대단히 충실한 한글화다. 게임 내에서의 자막 배치 등이 평범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 어찌 보면 국내에서 한글화되어 온 게임 중 가장 한글화 난이도가 높지 않을까 싶은데, 번역은 물론 세세한 연출 하나하나도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면 그 수요층이 대단히 제한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뛰어난 한글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한번 정도는 해 봐야 할 게임이 아닐까 싶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조작이 조금 불편하다. 그리고 게임 특성 상 몇 번의 반복 플레이가 필요한데 이벤트 신 등을 스킵할 수 없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게임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제작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똑 같은 장면을 몇 번씩 보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싶다.
결론적으로 헤비레인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게임은 절대 아니지만, 일단 한번 맛을 들이면 엔딩까지 쉼 없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게임에 작가주의라는 말을 붙이는 게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그러한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리뷰만으로 게임에 대한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없는 분들이라면, 일단 PS 스토어에 등록된 체험판을 즐겨본 이후에 결정해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