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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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3-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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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접근성 제공' 설계표준 노력 기울이자


■ 유니버셜 디자인을 주목하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인구와 장애인구의 증가로 인해 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시설물 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러한 설계방법을 반드시 필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가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개념이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제품과 시설물을 전담해 생산ㆍ판매하기에는 이러한 계층의 수요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나 장애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환경의 설계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됐고, 미국에서 시작된 유니버설 디자인이 이러한 설계방법으로 제시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한마디로 모든 일반적인 제품과 환경, 서비스에 신체적, 정신적 접근성(accessibility)을 제공하자는 개념의 설계방식이다. 접근성은 사용자가 제품이나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말하는데, 일단 접근이 가능해야 이러한 제품과 시설물이 편리한지, 불편한지와 같은 사용성(usability)을 따질 수 있는 것이다.

고령자나 장애인의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는 설계방법에는 가장 기본적으로 장애인 보조기구처럼 이들만을 위한 전용의 제품과 시설물을 만들어주거나 계단 옆에 기다란 경사로용 강판을 놓아주는 것처럼 기존의 제품과 시설물을 적절히 뜯어 고쳐 고령자나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있다.

이와 달리 유니버설 디자인은 제품이나 환경의 설계 초기부터 고령자나 장애인이 일반인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모든 제품과 환경에 그야말로 보편적(universal)으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개념 자체가 이상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완벽한 보편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많은 제품에,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에게, 가능한 한 높은 수준의 접근성을 제공하는 설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설계가 그들의 편리를 도모하지만, 그 방식이 일반인의 사용을 방해한다거나 일반인의 사용과 전혀 동떨어진 방법이라면, 수적으로 절대 다수인 일반인의 일상제품 또는 시설물의 디자인에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편의를 한꺼번에 도모할 수 있고 누구나 간단한 조작으로 자신에 맞게 조절해 쓸 수 있다면, 제작이나 판매, 사용 모든 측면에서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제품이 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제품의 설계를 뜻한다.

정보통신 환경에서도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지나쳐서 그렇지,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PC 운영체제의 제어판에 있는 `내게 필요한 옵션` 기능이다. 여기에는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마우스를 사용하기 힘든 사용자가 숫자 키만을 사용해 마우스 포인터를 화면상에서 이동한다든지, 시력에 문제가 있는 사용자를 위해 읽기 쉬운 색상 및 글꼴을 지정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다. 이러한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는 제어판을 통해 옵션을 조절하면 되고, 필요 없는 사용자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 즉, 이러한 기능들 덕택에 일반인이나 고령자, 장애인, 누구나 동일한 PC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휴대폰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이 사용하기 쉽도록 키나 화면이 큼직하게 디자인된 휴대폰이 등장한 지도 꽤 됐다. 비단 키패드나 화면 크기뿐 아니라 메뉴를 통해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의 색상이나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읽어주는 기능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휴대폰도 많다.

장애인과 고령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웹페이지에 접근성을 부여해주는 개념의 웹 접근성은 최근 정부와 관련부처의 노력으로 많이 확산됐다. 웹페이지를 글자의 크기를 조절해 볼 수 있거나, 시각장애인이 화면낭독기를 사용해 PC 상에서 읽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법 또한 정보통신 서비스에 대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모든 제품과 환경에 널리 적용되려면 제품과 시설물의 설계에 대한 표준이 제공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자동화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표준이 채택된 바 있으며, 유니버설 디자인이 사회 전반에 정착된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적용된 제품과 시설물의 설계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국제표준으로 채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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