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기술자 경력관리…시장 구조적 문제해결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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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 등급 = 인건비' 민감

미국 자격제 최소 가이드라인 역할만
세계적 사례없어 세부사안 이해 충돌



■ SW기술자 경력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하>경력 관리 선진사례와 대안


내달 초 시행되는 소프트웨어(SW)기술자 신고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기술자 권익 보호는 물론 국내 SW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자 신고제가 `미시(마이크로)' 영역이라면 SW 시장 구조개편은 `거시(매크로)' 영역으로 구조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신고제 제도의 실효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SW기술자 신고제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봐도 파격적인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제도 입안시 참고한 미국의 경우 대학-기초시험(FE)-실무경험-전문시험(PE) 등 4단계에 거친 `엔지니어 자격제도(Licensure for Engineers)'를 운영하고 있다. 4년 정도의 실무경험을 쌓은 이후에야 전문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도입해 IT는 물론 건축, 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식 자격제도는 이 직종의 직업을 갖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요건 정도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SW기술자 신고제와는 차이가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보수교육을 받지 않으면 자격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해 자격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반면 SW기술자 신고제에는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경력 자체를 관리해서 개인의 등급 결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시행 이후를 예측할 수 없는 참고자료가 없다보니 세부 사안을 놓고 이해당사자 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김종주 지식경제부 SW산업과 사무관은 "중소SW 기술자들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사업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실효성을, 프리랜서 SW기술자들은 경력신고 과정에서 불이익을 각각 우려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이슈들은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SW기술자 신고제 논란의 근본 원인은 `경력-등급-대가'로 연결되는 국내 SW시장만의 독특한 인건비 책정 과정이라고 한목소리로 지목한다. 경력관리 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한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제도를 두고 말이 많은 것은 (경력에 따라 매겨지는) 등급과 사업대가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SW기술자의 기본적인 소양을 자격으로 증명할 뿐 시장에서의 대가는 정부와 기업, 기업과 개인간의 `사적 계약', 즉 시장에서 가격 형성을 중시한다. SW기술자 개인의 실력은 이전 직장의 추천서나 근무 태도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 등이 일반화돼있고, SW기술자 단체와 전문 시장조사업체들이 매년 분야별 평균 인건비를 조사해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과 근무연수를 기준으로 SW기술자 경력을 산정하고 기술자 등급을 매긴다. 그리고 이를 인건비 산정의 기준으로 삼아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SW사업대가 기준과 연동한다. 일부 업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경력 부풀리기에 나서는 것도 이처럼 경력이 등급이고 곧 인건비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이렇게 정해진 단가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한 중소SW 업체 대표는 "원도급자와 계약할 때는 보통 정부 단가 기준 60~70% 선에서 계약하는데 단계가 늘어나면 더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SW개발자 신고제가 선후가 바뀐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작 국내 IT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제도를 또다시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한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기능점수(FP), SW분리발주 등 기존 제도의 실효성도 담보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전형적인 탁상공론이고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IT 업계는 정부의 SW 산업에 대한 철학과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SW산업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W사업대가를 올리고 기술자 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SW기술자 권익을 보호하고 SW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지에서부터 역사가 채 10년에 불과한 SW사업대가 정부고시에 대해서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SW산업 특성상 IT서비스, 패키지SW개발 등 사업형태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 연구기획실 김신표 박사는 "MB 노믹스의 기본은 10% 재정 감축 등에서 볼 수 있듯 긴축정책인데 이것은 SW 분야에서도 소비, 생산,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며 "SW산업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고급 SW기술자에 대한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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