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학계에는 지금 금관(金冠) 논쟁이 한창이다. 신라시대 금관의 기원을 놓고 북방 시베리아에서 전래됐다는 설과, 계림(초기 신라지명, 지금의 경주)의 독자적 양식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문화 전파론과 자생론간의 다툼이다.
신라는 지배 세력이 금(金)자를 성으로 쓸 정도로 황금의 나라였다. 천마총이나 황남대총 등에서 발굴된 금관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정수다. 신라인들은 금을 두드리고 펴 얇은 금판을 만들고, 이걸 오리고 접고 해서 금관을 만들었는데, 그 장식이 늘씬늘씬해 마치 하늘을 날 듯 가볍다.
전파론과 자생론 싸움의 발단은 바로 이 신라 금관의 장식에서 비롯된다. 금관 장식은 어찌 보면 사슴뿔 같기도, 어찌 보면 나무와 수풀 같기도 하다.
전파론에 따르면 신라 금관은 북방 시베리아 샤먼들이 제사 지낼 때 쓰는 철관을 그 기원으로 한다고 한다. 샤먼들이 쓰던 철관에는 사슴뿔을 형상화한 장식들이 붙어있다. 하지만 자생론은 금관 장식을 나무와 수풀로 보고 있다. 신라의 시조 가운데 하나인 김알지를 담은 궤가 하늘에서 내려와 앉은 계림(鷄林)을 형상화한 것이란 것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역사학계는 신라 금관의 유물적 가치와 예술성만큼은 유일무이, 세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금관 기원논쟁을 보면서 문득 애초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디지털분야에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IT기술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본다. 물론 한국의 IT기술은 이론의 여지없이 외래에서 전파된 것이다.
IT기반 제조업의 근간인 트랜지스터, IC(집적회로), 반도체, LCD는 물론이고 컴퓨팅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 서비스분야의 원천기술이 모두 다 그렇다. 디지털 시대의 자생론과 전파론은 특허권이란 인식 표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으니 속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렇게 받아들인 기술을 통해 제2의 기원으로 기록될 기술적, 산업적 개가를 올렸다. 반도체, LCD, 휴대폰의 원천기술은 모두 서구가 지니고 있지만, 생산공정과 디자인 경쟁력을 통해 `메이드인 코리아'는 실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는 우리가 확보한 원천기술을 글로벌 스탠더드로까지 격상시킨 사례다. 우리를 IT 기술종주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개가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와이브로와 DMB가 우리 땅에서 부진한 것이 아주 슬픈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닌 다른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먼 훗날 "한국이 기원인 와이브로와 DMB…"란 수식어를 남기는 것 또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남방문화와 북방문와의 경계선, 동북아시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은 위로부터 받든, 아래로부터 받든, 그 받은 것에 새로운 무언가를 덧붙여 세계로 되돌려줄 지정학적 운명을 타고 났다.
김응열기자 uykim@
신라는 지배 세력이 금(金)자를 성으로 쓸 정도로 황금의 나라였다. 천마총이나 황남대총 등에서 발굴된 금관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정수다. 신라인들은 금을 두드리고 펴 얇은 금판을 만들고, 이걸 오리고 접고 해서 금관을 만들었는데, 그 장식이 늘씬늘씬해 마치 하늘을 날 듯 가볍다.
전파론과 자생론 싸움의 발단은 바로 이 신라 금관의 장식에서 비롯된다. 금관 장식은 어찌 보면 사슴뿔 같기도, 어찌 보면 나무와 수풀 같기도 하다.
전파론에 따르면 신라 금관은 북방 시베리아 샤먼들이 제사 지낼 때 쓰는 철관을 그 기원으로 한다고 한다. 샤먼들이 쓰던 철관에는 사슴뿔을 형상화한 장식들이 붙어있다. 하지만 자생론은 금관 장식을 나무와 수풀로 보고 있다. 신라의 시조 가운데 하나인 김알지를 담은 궤가 하늘에서 내려와 앉은 계림(鷄林)을 형상화한 것이란 것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역사학계는 신라 금관의 유물적 가치와 예술성만큼은 유일무이, 세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금관 기원논쟁을 보면서 문득 애초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디지털분야에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IT기술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본다. 물론 한국의 IT기술은 이론의 여지없이 외래에서 전파된 것이다.
IT기반 제조업의 근간인 트랜지스터, IC(집적회로), 반도체, LCD는 물론이고 컴퓨팅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 서비스분야의 원천기술이 모두 다 그렇다. 디지털 시대의 자생론과 전파론은 특허권이란 인식 표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으니 속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렇게 받아들인 기술을 통해 제2의 기원으로 기록될 기술적, 산업적 개가를 올렸다. 반도체, LCD, 휴대폰의 원천기술은 모두 서구가 지니고 있지만, 생산공정과 디자인 경쟁력을 통해 `메이드인 코리아'는 실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는 우리가 확보한 원천기술을 글로벌 스탠더드로까지 격상시킨 사례다. 우리를 IT 기술종주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개가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와이브로와 DMB가 우리 땅에서 부진한 것이 아주 슬픈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닌 다른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먼 훗날 "한국이 기원인 와이브로와 DMB…"란 수식어를 남기는 것 또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남방문화와 북방문와의 경계선, 동북아시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은 위로부터 받든, 아래로부터 받든, 그 받은 것에 새로운 무언가를 덧붙여 세계로 되돌려줄 지정학적 운명을 타고 났다.
김응열기자 u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