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이끈 2700만번의'변심'
그녀가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할 때만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쉽게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고, 사람의 마음이 식는 것이라고. 그래서 행동도 바뀌는 것이라고. 사람들, 참. 그렇다고 끌리면 끌리는 대로 그렇게 막 바꿔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 한 번 정주면,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변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어느 순간 그렇게 얼굴을 바꿔도 되는지 말이야.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서비스 가입자는 2008년 3월말 현재 모두 6785만여 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집계한 수치인데 이 가운데 이동전화가 4427만, 시내전화가 2310만으로 사실상 통신서비스 전체를 차지한다. TRS(주파수공용통신)가 34만, 무선데이터통신이 10만 정도. 이밖에도 서비스는 많지만 의미 있는 수치는 내지 못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전체로 보면 가입자는 이미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 5000만 명을 넘어버렸다. 갓 태어나는 아이들을 포함해도, 국민 한 사람이 1.4개 가량의 유무선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셈이다. 그렇다면 통신가입자 증가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까.
가입자 한계는 서비스의 진화와 경쟁 앞에선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술진화는 소비자의 편견을 부수고 경쟁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지금 가지고 있어도 다시 새로운 것을 갖고 싶은 마음, 기술의 진화와 시장경쟁이 소비자들의 이같은 욕구를 파고든다.
이처럼 끝없는 가입자 증식과정에서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은 각각의 역무에서 치열한 가입자 뺏기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동전화가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이른바 `유무선 대체현상`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진전속도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 유선 집전화 가입자와 맞먹을 때만해도, 유무선 대체현상이 심화돼 유선전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선의 생명력은 질기고 튼실했다. 유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외침은 일종의 위기감 환기차원의 엄살과도 같았다.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지만, 유선은 인터넷전화(VoIP)로 바뀌어 가면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니 VoIP 활성화에 따라 1가구 2유선전화 시대를 열며 오히려 가입자를 늘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전한 PSTN전화 한 대, 그리고 값싼 인터넷전화 1대를 설치하는 것이 집전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이동전화 역시 시장 포화국면이라는 시장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가입자는 반응하며 시장은 요동쳤다. 2006년 11월 가입자 4000만 돌파 이후에도 매달 30만명 안팎의 가입자가 순수하게 증가(순증)해 지난 2월말 4400만을 넘겼고, 3월말에는 4427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4427만으로 끝이 아닐 것 같다. 사업자간 USIM(범용가입자인증모듈) 개방이 타 사업자로까지 확대될 경우 이동전화 사용자들은 몇 개의 번호, 몇 개의 USIM카드를 가질 수 있다. 하나의 단말기로 여러 통신사의 여러가지 번호를 이용하려는 욕구를 USIM 개방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사람이 여러 통신사의 USIM카드를 구매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동전화 보급률은 5000만 인구대비 200%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니 이래저래 마음은 자꾸 움직인다.
경쟁의 중심에는 기술의 진화와 함께 사업자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이 최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번호이동은 사용중인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서비스업체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결국 마음의 이동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동전화와 유선전화에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6월이면 인터넷전화에도 이 제도가 도입된다. 이 가운데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시장활성화를 이뤘다. 2004년 제도시행 이후 지난 3월말까지 2700만 가입자가 사업자를 바꿨다. 물론 이 중에는 한 사람이 여러 번 바꾼 경우도 많다. 어찌됐든 가입자의 마음이 4년 3개월 동안 무려 2700만 번이나 바뀌었다는 얘기다. 단말기에 끌렸든, 고객 서비스에 끌렸든, 새로운 기술에 끌렸든.
2700만 번의 마음의 이동,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데 마음은 수시로 변했다. USIM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시장에서 번호이동은 곧 단말기 교체를 의미한다. 2700만 번의 마음의 이동은 2700만대의 새 단말기가 판매됐음을 뜻한다. 통신사업자, 더 나아가 휴대폰을 만드는 단말기제조업체는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어 먹고산다.
이제 인터넷전화에도 번호이동이 실시된다. 이동전화에 비해 번호이동절차가 까다롭다고 하는데도 벌써부터 사업자들은 긴장한다.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값싼 인터넷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까.
통화버튼만 누르면 그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1인 1휴대폰 시대인데도 아직 남아 있는 3만9569명의 무선호출기(삐삐) 사용자처럼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고 일편단심 민들레로 남아 있다면,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버리지 못해 사람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기술진화는 훨씬 더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 아이러니다. 사람 마음의 변화, 마음의 이동이 진화를 촉진시킨다니.
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yklim@
그녀가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할 때만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쉽게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고, 사람의 마음이 식는 것이라고. 그래서 행동도 바뀌는 것이라고. 사람들, 참. 그렇다고 끌리면 끌리는 대로 그렇게 막 바꿔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 한 번 정주면,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변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어느 순간 그렇게 얼굴을 바꿔도 되는지 말이야.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서비스 가입자는 2008년 3월말 현재 모두 6785만여 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집계한 수치인데 이 가운데 이동전화가 4427만, 시내전화가 2310만으로 사실상 통신서비스 전체를 차지한다. TRS(주파수공용통신)가 34만, 무선데이터통신이 10만 정도. 이밖에도 서비스는 많지만 의미 있는 수치는 내지 못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전체로 보면 가입자는 이미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 5000만 명을 넘어버렸다. 갓 태어나는 아이들을 포함해도, 국민 한 사람이 1.4개 가량의 유무선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셈이다. 그렇다면 통신가입자 증가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까.
가입자 한계는 서비스의 진화와 경쟁 앞에선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술진화는 소비자의 편견을 부수고 경쟁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지금 가지고 있어도 다시 새로운 것을 갖고 싶은 마음, 기술의 진화와 시장경쟁이 소비자들의 이같은 욕구를 파고든다.
이처럼 끝없는 가입자 증식과정에서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은 각각의 역무에서 치열한 가입자 뺏기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동전화가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이른바 `유무선 대체현상`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진전속도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 유선 집전화 가입자와 맞먹을 때만해도, 유무선 대체현상이 심화돼 유선전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선의 생명력은 질기고 튼실했다. 유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외침은 일종의 위기감 환기차원의 엄살과도 같았다.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지만, 유선은 인터넷전화(VoIP)로 바뀌어 가면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니 VoIP 활성화에 따라 1가구 2유선전화 시대를 열며 오히려 가입자를 늘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전한 PSTN전화 한 대, 그리고 값싼 인터넷전화 1대를 설치하는 것이 집전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이동전화 역시 시장 포화국면이라는 시장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가입자는 반응하며 시장은 요동쳤다. 2006년 11월 가입자 4000만 돌파 이후에도 매달 30만명 안팎의 가입자가 순수하게 증가(순증)해 지난 2월말 4400만을 넘겼고, 3월말에는 4427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4427만으로 끝이 아닐 것 같다. 사업자간 USIM(범용가입자인증모듈) 개방이 타 사업자로까지 확대될 경우 이동전화 사용자들은 몇 개의 번호, 몇 개의 USIM카드를 가질 수 있다. 하나의 단말기로 여러 통신사의 여러가지 번호를 이용하려는 욕구를 USIM 개방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사람이 여러 통신사의 USIM카드를 구매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동전화 보급률은 5000만 인구대비 200%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니 이래저래 마음은 자꾸 움직인다.
경쟁의 중심에는 기술의 진화와 함께 사업자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이 최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번호이동은 사용중인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서비스업체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결국 마음의 이동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동전화와 유선전화에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6월이면 인터넷전화에도 이 제도가 도입된다. 이 가운데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시장활성화를 이뤘다. 2004년 제도시행 이후 지난 3월말까지 2700만 가입자가 사업자를 바꿨다. 물론 이 중에는 한 사람이 여러 번 바꾼 경우도 많다. 어찌됐든 가입자의 마음이 4년 3개월 동안 무려 2700만 번이나 바뀌었다는 얘기다. 단말기에 끌렸든, 고객 서비스에 끌렸든, 새로운 기술에 끌렸든.
2700만 번의 마음의 이동,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데 마음은 수시로 변했다. USIM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시장에서 번호이동은 곧 단말기 교체를 의미한다. 2700만 번의 마음의 이동은 2700만대의 새 단말기가 판매됐음을 뜻한다. 통신사업자, 더 나아가 휴대폰을 만드는 단말기제조업체는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어 먹고산다.
이제 인터넷전화에도 번호이동이 실시된다. 이동전화에 비해 번호이동절차가 까다롭다고 하는데도 벌써부터 사업자들은 긴장한다.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값싼 인터넷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까.
통화버튼만 누르면 그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1인 1휴대폰 시대인데도 아직 남아 있는 3만9569명의 무선호출기(삐삐) 사용자처럼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고 일편단심 민들레로 남아 있다면,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버리지 못해 사람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기술진화는 훨씬 더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 아이러니다. 사람 마음의 변화, 마음의 이동이 진화를 촉진시킨다니.
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