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젖줄' 삼아 하늘덮은 포도넝쿨
투루판(吐魯番)시는 인구가 약 25만 정도인 작은 도시이다. 연 강수량은 15㎜에 불과한데 증발량은 2714㎜나 되기 때문에 극심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여름에는 고온현상이 지속되어 `화주(火州)'라고 불릴 정도로 몹시 더운 고장으로 정말 가마솥에 들어앉아 있다는 표현이 딱 맞는 곳이다.
티앤산(天山) 산맥의 봉우리에서 만년설이 녹아내려 냇물을 이루는 5월부터 결빙이 되는 10월까지는 물줄기를 따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주위 자연환경과는 달리 `투루판'이란 이름은 웨이우얼어로 `비옥한 땅'이란 뜻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로 비옥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포도 왕국 `트루판'=투루판의 포도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그냥 먹는 맛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주 탁월한 맛이지만 잘 말려 만든 건포도는 단연 세계 제일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투루판의 명물인 포도를 맛보기 위해 포도원에 도착했다.
포도원 입구에는 티옌산에서 눈이 녹아서 만들어진 얼음같이 찬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물이 절대 부족할 것만 같은 이곳에 이렇게 세찬 급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포도밭의 규모에 또 한번 놀란다. 투루판이 중국 최대의 포도 산지임을 뽐내듯 포도원의 길이는 8㎞, 폭은 2㎞에 이르는 실로 광대한 포도밭이다.
포도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포도 넝쿨이 뒤덮인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머리 위에는 싱그러운 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연못가 평상에 앉아 웨이우얼족 전통복장을 입은 아가씨들이 쟁반에 담아주는 탐스런 포도를 실컷 먹었다. 웨이우얼족의 생활 습관대로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아 포도를 먹고 있자니 마치 여름밤 시골 마당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듯한 정겨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투루판 포도원 내의 포도 전시관에 가보니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한 역사가 2000년 이상이고, 그 종류만도 100여 가지에 이르렀다. 특히 이곳의 특산물인 건포도는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머루빛 색깔이 아니라 속이 비치는 연한 연두색도 있고 연한 노란색도 있다. 적당히 건조된 포도의 색깔은 마치 봄날 나뭇가지에 움튼 새싹과도 같아 보기에도 좋지만 달콤하면서도 졸깃졸깃한 맛에 매료되어 계속 손이 가게 된다.
투루판의 포도는 당도가 높고 사막 기후의 특성상 병충해가 거의 없다. 밭에서 방금 딴 포도를 물에 한 번 헹구는 정도로 가볍게 씻고는 한 송이를 통째로 들고 입으로 따서 껍질까지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천산산맥 만년설을 이용한 인공수로 `칸얼징'=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투루판이 세계적인 포도 생산지가 된 것은 칸얼징이 있기 때문이다. 칸얼징(坎爾井, Karez의 중국식 표기)은 일종의 인공수로이다. 천산산맥의 만년설을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인간의 지혜가 창조한 걸출한 세계적 명물이다. 투루판의 칸얼징은 물길만 2000여개나 되고, 물길의 총 길이는 5000여㎞나 되는 아주 길고도 정교한 구조로 돼 있다. 이것은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황하의 길이와 비슷하며 중국이 자랑하는 대운하의 길이 3200㎞를 훌쩍 초과하는 것이다. 때문에 투루판의 칸얼징은 중국에서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3대 대역사로 평가되고 있다.
칸얼징의 구조는 크게 수정(垂井), 암거(暗渠), 명거(明渠), 노패의 네 부분으로 돼 있다. 수정은 지면에서 수직으로 파내려간 우물이고, 암거는 일정한 간격으로 파내려가, 수정과 수정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 수로이다. 그리고 명거는 지하수로가 지면에 드러나는 곳이고, 노패는 수로의 종점에 물을 가두어두는 작은 저수지이다.
칸얼징 위의 지상은 마치 키 작은 굴뚝들이 줄을 지어 일정한 간격으로 도열해 있는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타원형 혹은 장방형으로 땅을 파내려간 수정 입구이다. 수정은 공기와 햇빛을 통하게 해주는 역할과 토사에 의해 물길이 막힐 경우 칸얼징을 수리하는 사람이 드나들고 도르래를 이용해 흙을 퍼 올리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하나의 물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개 수십 개의 수정을 판 후 수정과 수정 사이를 연결한다. 이 연결통로인 암거가 발원지에서부터 종점까지 완만한 경사 각도를 유지해야 물이 원활하게 흐르게 된다. 그래서 칸얼징은 발원지로 갈수록 수정의 깊이가 깊고 종점인 명거로 갈수록 깊이가 낮아진다. 가장 깊은 수정의 깊이는 약 70m에 이르고 가장 낮은 수정의 깊이는 10m 정도이다. 이것은 분지인 투루판의 지표면이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가면서 완만하게 경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명거에서 세상과 만난 물줄기는 잠시 노패에 머물렀다가 주거지역 또는 농경지로 보내진다.
칸얼징은 건조한 기후에 의해 증발되는 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모래를 동반한 강풍에 의한 파손 및 외부로부터의 오염원을 차단할 수 있으며, 물의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이다. 물은 인체의 혈관처럼 연결된 지상 수로를 통해 마을의 도로 옆까지 돌고 돌아 가로수에까지 공급되고 꼬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투루판(吐魯番)시는 인구가 약 25만 정도인 작은 도시이다. 연 강수량은 15㎜에 불과한데 증발량은 2714㎜나 되기 때문에 극심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여름에는 고온현상이 지속되어 `화주(火州)'라고 불릴 정도로 몹시 더운 고장으로 정말 가마솥에 들어앉아 있다는 표현이 딱 맞는 곳이다.
티앤산(天山) 산맥의 봉우리에서 만년설이 녹아내려 냇물을 이루는 5월부터 결빙이 되는 10월까지는 물줄기를 따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주위 자연환경과는 달리 `투루판'이란 이름은 웨이우얼어로 `비옥한 땅'이란 뜻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로 비옥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포도 왕국 `트루판'=투루판의 포도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그냥 먹는 맛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주 탁월한 맛이지만 잘 말려 만든 건포도는 단연 세계 제일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투루판의 명물인 포도를 맛보기 위해 포도원에 도착했다.
포도원 입구에는 티옌산에서 눈이 녹아서 만들어진 얼음같이 찬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물이 절대 부족할 것만 같은 이곳에 이렇게 세찬 급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포도밭의 규모에 또 한번 놀란다. 투루판이 중국 최대의 포도 산지임을 뽐내듯 포도원의 길이는 8㎞, 폭은 2㎞에 이르는 실로 광대한 포도밭이다.
포도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포도 넝쿨이 뒤덮인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머리 위에는 싱그러운 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연못가 평상에 앉아 웨이우얼족 전통복장을 입은 아가씨들이 쟁반에 담아주는 탐스런 포도를 실컷 먹었다. 웨이우얼족의 생활 습관대로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아 포도를 먹고 있자니 마치 여름밤 시골 마당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듯한 정겨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투루판 포도원 내의 포도 전시관에 가보니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한 역사가 2000년 이상이고, 그 종류만도 100여 가지에 이르렀다. 특히 이곳의 특산물인 건포도는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머루빛 색깔이 아니라 속이 비치는 연한 연두색도 있고 연한 노란색도 있다. 적당히 건조된 포도의 색깔은 마치 봄날 나뭇가지에 움튼 새싹과도 같아 보기에도 좋지만 달콤하면서도 졸깃졸깃한 맛에 매료되어 계속 손이 가게 된다.
투루판의 포도는 당도가 높고 사막 기후의 특성상 병충해가 거의 없다. 밭에서 방금 딴 포도를 물에 한 번 헹구는 정도로 가볍게 씻고는 한 송이를 통째로 들고 입으로 따서 껍질까지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천산산맥 만년설을 이용한 인공수로 `칸얼징'=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투루판이 세계적인 포도 생산지가 된 것은 칸얼징이 있기 때문이다. 칸얼징(坎爾井, Karez의 중국식 표기)은 일종의 인공수로이다. 천산산맥의 만년설을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인간의 지혜가 창조한 걸출한 세계적 명물이다. 투루판의 칸얼징은 물길만 2000여개나 되고, 물길의 총 길이는 5000여㎞나 되는 아주 길고도 정교한 구조로 돼 있다. 이것은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황하의 길이와 비슷하며 중국이 자랑하는 대운하의 길이 3200㎞를 훌쩍 초과하는 것이다. 때문에 투루판의 칸얼징은 중국에서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3대 대역사로 평가되고 있다.
칸얼징의 구조는 크게 수정(垂井), 암거(暗渠), 명거(明渠), 노패의 네 부분으로 돼 있다. 수정은 지면에서 수직으로 파내려간 우물이고, 암거는 일정한 간격으로 파내려가, 수정과 수정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 수로이다. 그리고 명거는 지하수로가 지면에 드러나는 곳이고, 노패는 수로의 종점에 물을 가두어두는 작은 저수지이다.
칸얼징 위의 지상은 마치 키 작은 굴뚝들이 줄을 지어 일정한 간격으로 도열해 있는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타원형 혹은 장방형으로 땅을 파내려간 수정 입구이다. 수정은 공기와 햇빛을 통하게 해주는 역할과 토사에 의해 물길이 막힐 경우 칸얼징을 수리하는 사람이 드나들고 도르래를 이용해 흙을 퍼 올리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하나의 물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개 수십 개의 수정을 판 후 수정과 수정 사이를 연결한다. 이 연결통로인 암거가 발원지에서부터 종점까지 완만한 경사 각도를 유지해야 물이 원활하게 흐르게 된다. 그래서 칸얼징은 발원지로 갈수록 수정의 깊이가 깊고 종점인 명거로 갈수록 깊이가 낮아진다. 가장 깊은 수정의 깊이는 약 70m에 이르고 가장 낮은 수정의 깊이는 10m 정도이다. 이것은 분지인 투루판의 지표면이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가면서 완만하게 경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명거에서 세상과 만난 물줄기는 잠시 노패에 머물렀다가 주거지역 또는 농경지로 보내진다.
칸얼징은 건조한 기후에 의해 증발되는 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모래를 동반한 강풍에 의한 파손 및 외부로부터의 오염원을 차단할 수 있으며, 물의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이다. 물은 인체의 혈관처럼 연결된 지상 수로를 통해 마을의 도로 옆까지 돌고 돌아 가로수에까지 공급되고 꼬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