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세계일주 따라잡기] (41) 볼리비아 - 우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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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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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세계일주 따라잡기] (41) 볼리비아 - 우유니
하늘을 머금은 소금호수


남미의 가난한 나라 볼리비아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하늘을 담고 있는 소금사막,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다. 소금 사막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우유니'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로 가야했다. 포토시를 출발한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황량한 산을 끝도 없이 넘었다. 딱딱한 의자는 참을 만 했지만 발가락을 곱게 만드는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밖의 풍경도 어찌나 을씨년스럽던지…. 정작 우유니에 도착했을 때는 지구의 어느 구석으로 추방이라도 당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유니에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여행사를 찾았다. 삭막해 보이는 이 마을에 그다지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 마을에서 여행사 프로그램을 통해 소금 사막을 보러간다. 혼자 배낭을 지고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보통 시간이 없는 이들은 1일 투어, 칠레로 여행을 계속할 사람들은 2박3일 투어, 다시 우유니로 돌아올 여행자들은 3박4일 투어를 선택한다.

# 360도 사방이 모두 하늘

우유니 마을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스웨덴 커플과 미국,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덜컹거리는 지프를 타고 소금 사막으로 출발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볼리비아 특유의 황량함이 느껴지는 길들이 나타났다. 그 길들 구석구석에는 귀여운 야마들이 우리 일행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차가 하늘 한 가운데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하늘이었다. 위도 아래도 옆도 대각선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늘이었다. 바람과 쨍한 햇살이 몸에 떨어졌다. 이렇게 발가벗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하늘을 소재로 그린 데칼코마니 작품처럼 소금 호수 안에는 또 하나의 하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안에 서 있는 나는 마치 스카이다이빙을 하듯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그 어느 방향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1만2000평방미터나 된다니 그럴 만도 하지. 원래 바다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물이 모두 증발해 사막이 된 것이라고 하는데. 해발 3656m에 이렇게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순간에 볼이라도 꼬집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 소금 호수에 들어있는 또 다른 나

소금 사막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물이 많아져 사막이라기보다는 얕은 호수 같았다. 얼마 전 비가 내렸기 때문이란다. 소금 호수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소금 호텔. 소금을 큐빅 모양으로 잘라 탁자와 의자, 조각상, 벽을 만들었다. 이곳의 소금은 물이 닿아도 좀처럼 녹지 않아 단단한 돌처럼 보였다. 건기에는 이곳에서 묵을 수도 있다는데, 소금호수에서 설탕처럼 달콤한 하룻밤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소금 호텔에서 나와 샌들을 신고 소금 호수 안으로 들어가, 일곱 살 개구쟁이라도 된 듯 첨벙첨벙 돌아다녔다. 어디에 가든 나의 클론이 따라다녔다. 그림자처럼 새까만 클론이 아니라 거울처럼 나를 똑같이 비추는 클론. 하늘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었다. 마치 마술을 처음 봤을 때처럼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사진 찍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저 소금 호수 속에 있는 나와 여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었다.

늦었다며, 서두르라는 가이드 아저씨의 목소리도 못들은 척하며 멍하니 그 소금 호수 속의 하늘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나 아쉽던지, 소금 호수에 심장이라도 빠트리고 온 사람처럼 호수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차에 앉아 목을 내밀고 소금 호수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2박3일 우유니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소금 호수 여행은 첫날 끝났지만 두 번째 날 들른 붉은 빛깔의 호수 라구아 꼴로라다(Laguna Colorada)와 마지막 날 돌아본 간헐천 솔데 마냐나(Sol de Manana)도 상상하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줬다.

행복했던 여행의 마지막은 노천 온천에서의 따끈한 사우나였다. 가이드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로 작은 연못이었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따뜻한 온천수가 퐁퐁 솟고 있었다.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단 온천 안에 들어가니, 추위는 물론이고 2박3일간 강행군으로 쌓인 피로가 모두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여행작가/www.traveldesign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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