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m 돌계단에 새긴
마야의 '찬란한 여정'
`깊음'이라는 뜻을 가진 중미의 작은 나라 온두라스. 온두라스는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그런 온두라스로 발길을 옮긴 이유는 신비로운 마야 문명을 만나기 위해서다.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북미 대륙을 훑고 내려오면서, 오랜 역사를 더듬을 수 있는 찬란한 유적들이 은근히 그리웠기 때문에 마야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코판에 닿기 위해서는 온두라스에서도 서쪽 끝, 과테말라와 접경 부근에 `코판(copin) 루이나스'라는 마을로 가야 했다. 중미의 시골마을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파나마에서 출발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엘 살바도르를 거쳐 온두라스로 가기 위해 야간 버스를 부지기수로 타야했다. 온두라스에 도착해서도 친절한 온두라스 사람들 덕분에 부지기수로 길을 헤매다(세 명에게 길을 물어보면 모두 다른 길을 가르쳐줬다), 조명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에 혼자 내려지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코판 루이나스는 소박했다. 무척 아담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30분이면 넉넉했다. 집들은 어도비 벽돌로 지어져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고 바닥에 깔린 자갈길은 마을을 고풍스럽게 만들었다.
#마야문명의 섬세한 조각을 볼 수 있는 코판
코판 루이나스에 도착한 다음날 마을에서 1km 떨어진 마야 유적지 `코판'으로 향했다. 마야 문명은 최초로 0의 개념을 발견하고 천문학적 지식을 꽃피웠던 문명으로, 과테말라와 벨리즈, 온두라스, 멕시코 남부 지역에서 흔적이 남아있다. 이중에서도 코판은 섬세한 조각상이 유명하다.
한가로운 나무숲을 지나니 어디선가 `올라(안녕)'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표소 앞에서 형형색색의 케찰(앵무새처럼 생긴 새)들이 환영인사를 하고 있었다. 케찰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밀림을 따라 들어가니 대광장에 있는 피라미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달리 낮고 편안해 보이는 피라미드였다.
코판 유적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거대한 계단(Hieroglyphic Stairway)이었다. 32미터 높이의 돌계단에 8세기 중엽 통치자의 일대기가 빼곡이 기록되어 있었다. 마야 문명이 남긴 문자 자료 중 가장 긴 기록이라는데, 그야말로 계단 자체가 역사책이었다. 마야인들은 석기만을 이용했다는데, 돌로 이 조각들을 만들었을 것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코판에서 각광받는 또다른 유적은 8세기경 코판을 지배했던 `에이틴 래빗 킹'의 모습을 네 면에 조각해 놓은 `제단석 Q'. 이 제단석의 주인공은 야스 팍(Yax pac)왕으로, 제단석에는 `763년 7월 7일'이라는 그의 등극일이 새겨져 있다.
#목숨 걸고 공놀이하던 마야인들
코판에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장소 중 `볼코트'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마야인들이 공놀이를 하던 곳이다. 평소 마야인들이 공놀이를 즐겼다고 하는데, 이면에는 더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마야인들은 비와 태양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올렸는데, 공놀이에서 진 팀의 수장이 주로 희생양이 되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공놀이를 해야 한다니, 이건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생존경쟁이었다. 박물관 그림 속에서 본 공놀이를 하는 마야인들 표정이 진지하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코판의 투박하지만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조각들과 무시무시한 공놀이 풍습을 듣다보니, 오랜만에 고대 문명에 대한 호기심이 포르르 솟아났다. 과테말라의 티칼과 멕시코 빨렝께의 유적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마야의 '찬란한 여정'
`깊음'이라는 뜻을 가진 중미의 작은 나라 온두라스. 온두라스는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그런 온두라스로 발길을 옮긴 이유는 신비로운 마야 문명을 만나기 위해서다.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북미 대륙을 훑고 내려오면서, 오랜 역사를 더듬을 수 있는 찬란한 유적들이 은근히 그리웠기 때문에 마야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코판에 닿기 위해서는 온두라스에서도 서쪽 끝, 과테말라와 접경 부근에 `코판(copin) 루이나스'라는 마을로 가야 했다. 중미의 시골마을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파나마에서 출발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엘 살바도르를 거쳐 온두라스로 가기 위해 야간 버스를 부지기수로 타야했다. 온두라스에 도착해서도 친절한 온두라스 사람들 덕분에 부지기수로 길을 헤매다(세 명에게 길을 물어보면 모두 다른 길을 가르쳐줬다), 조명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에 혼자 내려지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코판 루이나스는 소박했다. 무척 아담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30분이면 넉넉했다. 집들은 어도비 벽돌로 지어져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고 바닥에 깔린 자갈길은 마을을 고풍스럽게 만들었다.
#마야문명의 섬세한 조각을 볼 수 있는 코판
코판 루이나스에 도착한 다음날 마을에서 1km 떨어진 마야 유적지 `코판'으로 향했다. 마야 문명은 최초로 0의 개념을 발견하고 천문학적 지식을 꽃피웠던 문명으로, 과테말라와 벨리즈, 온두라스, 멕시코 남부 지역에서 흔적이 남아있다. 이중에서도 코판은 섬세한 조각상이 유명하다.
한가로운 나무숲을 지나니 어디선가 `올라(안녕)'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표소 앞에서 형형색색의 케찰(앵무새처럼 생긴 새)들이 환영인사를 하고 있었다. 케찰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밀림을 따라 들어가니 대광장에 있는 피라미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달리 낮고 편안해 보이는 피라미드였다.
코판 유적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거대한 계단(Hieroglyphic Stairway)이었다. 32미터 높이의 돌계단에 8세기 중엽 통치자의 일대기가 빼곡이 기록되어 있었다. 마야 문명이 남긴 문자 자료 중 가장 긴 기록이라는데, 그야말로 계단 자체가 역사책이었다. 마야인들은 석기만을 이용했다는데, 돌로 이 조각들을 만들었을 것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코판에서 각광받는 또다른 유적은 8세기경 코판을 지배했던 `에이틴 래빗 킹'의 모습을 네 면에 조각해 놓은 `제단석 Q'. 이 제단석의 주인공은 야스 팍(Yax pac)왕으로, 제단석에는 `763년 7월 7일'이라는 그의 등극일이 새겨져 있다.
#목숨 걸고 공놀이하던 마야인들
코판에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장소 중 `볼코트'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마야인들이 공놀이를 하던 곳이다. 평소 마야인들이 공놀이를 즐겼다고 하는데, 이면에는 더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마야인들은 비와 태양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올렸는데, 공놀이에서 진 팀의 수장이 주로 희생양이 되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공놀이를 해야 한다니, 이건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생존경쟁이었다. 박물관 그림 속에서 본 공놀이를 하는 마야인들 표정이 진지하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코판의 투박하지만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조각들과 무시무시한 공놀이 풍습을 듣다보니, 오랜만에 고대 문명에 대한 호기심이 포르르 솟아났다. 과테말라의 티칼과 멕시코 빨렝께의 유적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