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게임에 대해 볼멘 소리를 털어 놓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24시간이건만, 게임의 매력을 알아버린 사람에게 이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다. 겨우 주어진 휴식 시간은 물론이고 다음의 업무를 위해 반드시 아껴두어야 할 체력 재생산의 시간마저도 게임에 바쳐야 한다. 그러나 게이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런 `끔찍하게 매력적인' 게임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1시간 정도 플레이 한 후 조용히 한 구석으로 밀어놓으면 충분한 게임들이 대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처럼 무시무시한 게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면 어떻게 할까. 플레이스테이션 2의 `갓 오브 워'와 PC 게임 `던전 시즈 2'가 그런 게임들이다.
영웅적 서사를 경험한다. `갓 오브 워'
액션 어드벤처가 매달리는 건 언제나 영웅이다. 게이머가 움직이는 한 명의 캐릭터와 그에 맞설 우주적 악당이 맞닥뜨려야 하는 데 `영웅 이야기' 이외의 방법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 영웅적 풍모를 게이머 스스로가 플레이하면서 느끼게 하느냐는 것이다. 만일 거창한 이야기만으로 이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면,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게이머는 플레이를 통해서 시각, 청각, 조작감, 게임과의 상호 작용 이 모든 걸 이야기와 합친 후에야, 하나의 경험을 형성한다.
물론 이것은 이상이다. 그래서 많은 게임들이 영웅의 단편을 택할 뿐이다. 예를 들어 고독하게 망토를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아대는 모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독한 영웅의 일면을 환기시킨다. 끊임없이 되뇌어지는 운명의 아이라는 대사 역시 타고난 영웅임을 게이머에게 확인시킨다.
`갓 오브 워' 역시 무언가를 통해 게이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훌륭한 이야기와 운명을 건 퀘스트 등이 영웅의 무게를 더해주고, 떼로 쏟아지는 적과 싸우는 것 역시 매력적이지만, 이 게임을 가장 확실하게 특징짓는 건 `시선'이다. 많은 3인칭 액션 어드벤처가 게이머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를 고정한다.
물론 줌을 함으로써 그 거리를 조정할 수 있지만, 손을 대지 않는다면 이 거리는 고정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게임에서 시선은 정태적이거나 수동적이다. 예를 들어 좁은 방 안에서 여러 적과 싸워야 하는 게이머는 붙어서 싸우기고, 멀리 떨어져서 싸우기도 하지만, 게이머와 맺는 거리가 같기 때문에 전투의 흐름에서 게이머는 떨어져 있는 소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시선은 쉴 새 없이 흐른다. 적과 붙어서 싸워야 할 때 카메라는 거칠게 땀이 튀는 싸움의 현장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멀리 휘두르는 무기를 따라서 카메라는 줌 아웃을 하고, 얼마나 많은 적들이 주인공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기울어진 배를 따라 위태롭게 따라가는 카메라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는 시선 등은 게이머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갓 오브 워'의 이야기가 충실하지만, 그 충실성은 인터랙션을 보장하면서도 흐름을 끊기지 않게 장면들을 하나의 실로 엮어내는 카메라의 힘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미 친숙한 그리스의 신들과 반인반수의 존재들 역시 게이머의 심장을 뛰게 한다.
자잘한 이야기들이 다리를 잡다 `던전 시즈 2'
`던전 시즈 2'는 1편에서도 그랬듯 게이머에게 뭔가 대단한 스펙타클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넓은 세계이긴 하지만, 그 세계는 수많은 자그마한 지역들의 합일 뿐,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걸어가는 것으로만 며칠이 걸린다는 대작 롤 플레잉 게임들의 기세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만드는 데만 몇 억이 든다고 하는 화려한 동영상 역시 이 게임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리얼 타임 렌더링으로 돌리는 자잘한 단막극이 연출될 뿐이다.
게임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1편에 비해 여러 가지 손질을 가하기는 했지만 핵심적인 것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게임의 재미를 결정짓는 성장 시스템 부분은 전작을 기반으로 스킬 시스템 등을 좀 더 발전시켰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뼈대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재미 역시 변화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덫이 있다. 익숙한, 그리고 자그마한 크기의 소품 같은 느낌의 게임을 쥐고서 게이머는 `간단하게' 플레이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지역들은 수많은 퀘스트, 시나리오 퀘스트와 부가 퀘스트 등을 씨줄로, 일찍부터 쏟아지는 세트 아이템들을 날줄로 게이머를 묶어놓아 버린다.
조금만 왔다 갔다 하면 퀘스트가 끝날 테니 거기까지만 해야지라고 마음 먹는 게이머를 위해 사이에 부가 퀘스트를 튀어나오게 한다. 그나마 거창한 동영상이라도 나오면 그래 이 정도면 오늘은 됐어 싶을 텐데, 작은 단막극만으로는 게임을 멈출 동기를 주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사이에 해가 떠 출근 시간이 된다.
게임은 게이머의 성취동기를 자극한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거대한 어떤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일상의 자잘한 것을 이룰 때에도 행복을 느낀다. 심지어 이 달에 내야할 공납금을 합산하다가 끝자리가 깨끗하게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기뻐지는 것이다. `던전 시즈 2'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주지만, 어느 사이에 그 소소함이 산더미처럼 쌓여 게이머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임이다.
영웅적 서사를 경험한다. `갓 오브 워'
액션 어드벤처가 매달리는 건 언제나 영웅이다. 게이머가 움직이는 한 명의 캐릭터와 그에 맞설 우주적 악당이 맞닥뜨려야 하는 데 `영웅 이야기' 이외의 방법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 영웅적 풍모를 게이머 스스로가 플레이하면서 느끼게 하느냐는 것이다. 만일 거창한 이야기만으로 이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면,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게이머는 플레이를 통해서 시각, 청각, 조작감, 게임과의 상호 작용 이 모든 걸 이야기와 합친 후에야, 하나의 경험을 형성한다.
물론 이것은 이상이다. 그래서 많은 게임들이 영웅의 단편을 택할 뿐이다. 예를 들어 고독하게 망토를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아대는 모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독한 영웅의 일면을 환기시킨다. 끊임없이 되뇌어지는 운명의 아이라는 대사 역시 타고난 영웅임을 게이머에게 확인시킨다.
`갓 오브 워' 역시 무언가를 통해 게이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훌륭한 이야기와 운명을 건 퀘스트 등이 영웅의 무게를 더해주고, 떼로 쏟아지는 적과 싸우는 것 역시 매력적이지만, 이 게임을 가장 확실하게 특징짓는 건 `시선'이다. 많은 3인칭 액션 어드벤처가 게이머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를 고정한다.
물론 줌을 함으로써 그 거리를 조정할 수 있지만, 손을 대지 않는다면 이 거리는 고정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게임에서 시선은 정태적이거나 수동적이다. 예를 들어 좁은 방 안에서 여러 적과 싸워야 하는 게이머는 붙어서 싸우기고, 멀리 떨어져서 싸우기도 하지만, 게이머와 맺는 거리가 같기 때문에 전투의 흐름에서 게이머는 떨어져 있는 소외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시선은 쉴 새 없이 흐른다. 적과 붙어서 싸워야 할 때 카메라는 거칠게 땀이 튀는 싸움의 현장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멀리 휘두르는 무기를 따라서 카메라는 줌 아웃을 하고, 얼마나 많은 적들이 주인공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기울어진 배를 따라 위태롭게 따라가는 카메라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는 시선 등은 게이머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갓 오브 워'의 이야기가 충실하지만, 그 충실성은 인터랙션을 보장하면서도 흐름을 끊기지 않게 장면들을 하나의 실로 엮어내는 카메라의 힘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미 친숙한 그리스의 신들과 반인반수의 존재들 역시 게이머의 심장을 뛰게 한다.
자잘한 이야기들이 다리를 잡다 `던전 시즈 2'
`던전 시즈 2'는 1편에서도 그랬듯 게이머에게 뭔가 대단한 스펙타클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넓은 세계이긴 하지만, 그 세계는 수많은 자그마한 지역들의 합일 뿐,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걸어가는 것으로만 며칠이 걸린다는 대작 롤 플레잉 게임들의 기세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만드는 데만 몇 억이 든다고 하는 화려한 동영상 역시 이 게임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리얼 타임 렌더링으로 돌리는 자잘한 단막극이 연출될 뿐이다.
게임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1편에 비해 여러 가지 손질을 가하기는 했지만 핵심적인 것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게임의 재미를 결정짓는 성장 시스템 부분은 전작을 기반으로 스킬 시스템 등을 좀 더 발전시켰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뼈대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재미 역시 변화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덫이 있다. 익숙한, 그리고 자그마한 크기의 소품 같은 느낌의 게임을 쥐고서 게이머는 `간단하게' 플레이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지역들은 수많은 퀘스트, 시나리오 퀘스트와 부가 퀘스트 등을 씨줄로, 일찍부터 쏟아지는 세트 아이템들을 날줄로 게이머를 묶어놓아 버린다.
조금만 왔다 갔다 하면 퀘스트가 끝날 테니 거기까지만 해야지라고 마음 먹는 게이머를 위해 사이에 부가 퀘스트를 튀어나오게 한다. 그나마 거창한 동영상이라도 나오면 그래 이 정도면 오늘은 됐어 싶을 텐데, 작은 단막극만으로는 게임을 멈출 동기를 주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사이에 해가 떠 출근 시간이 된다.
게임은 게이머의 성취동기를 자극한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거대한 어떤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일상의 자잘한 것을 이룰 때에도 행복을 느낀다. 심지어 이 달에 내야할 공납금을 합산하다가 끝자리가 깨끗하게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기뻐지는 것이다. `던전 시즈 2'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주지만, 어느 사이에 그 소소함이 산더미처럼 쌓여 게이머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