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액션 실감’-‘화려한 건슈팅’ 생생
아슬아슬한 점프와 장애물 넘기는 추상적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경험될 수 있다. 그러나 액션의 폭력성은 구체성을 띌 때에만 더 생생한 경험이 된다. 그래서 아케이드 액션이 사랑받던 패미컴의 시대와 달리 플레이스테이션 2는 바이올런스 액션을 선호한다. 많은 제작자가 게임을 만들고, 이들은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서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바이올런스 액션도 `진 삼국무쌍'이 개척한 `1 대 다'의 난전, `데빌 메이 크라이'가 만들어 낸 스타일리쉬한 분위기라는 커다란 흐름이 이런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분명한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게임들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노브레이커'와 `츠키요니사라바'는 이에 대해 힘겹게 답을 하려 한다.
피의 메타포, `나노브레이커'
`나노브레이커'가 치열한 액션 게임의 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건 피다.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 여기에 몇 가지 키 조작으로 가능해지는 필살기 등 게임의 핵심적인 전투 시스템 부분은 여타의 액션 게임, 특히 대부분의 칼부림 게임과 마찬가지다. 다만 칼이 만들어내는 검막을 보다 크고 분명하게 그려내서 칼을 휘두를 때 마다 만들어지는 유연한 원형들이 칼질을 더욱 화려하게 한다는 정도가 두드러지는 정도다.
다만 시스템에서 다른 칼부림 게임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면 게임의 기본 얼개가 되고 있는 `나노 테크놀로지'라는 요소의 사용 정도다.
`나노 테크놀로지'의 덕분에 사용하는 최신 무기는 무기의 별도 교체 없이 키 조작만으로 다른 형태로 변형되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의 검이 몇 개의 키 조합을 거대한 대검으로 바뀌기도 하고, 장창이나 커다란 도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은 게임 진행 중에 얻어내는 업그레이드 파트를 활용하면 다양하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무기의 변형은 적이 어떤 형태로 달려드는지 혹은 어떤 공격을 하는 지에 따라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무기의 전략성은 게임 내에서 크게 작용하는 편은 아니다.
최종적인 게임의 경험을 하는 게이머에겐 이런 나노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무기의 전략적 변형이라는 시스템 보다 더 강하고 분명하게 제공되는 경험이 있다. 그것은 `피'다. 게임 특히 가정의 거실에 자리 잡은 TV에서 플레이되는 콘솔 게임에 있어 `피'는 꽤나 문젯거리가 되는 소재다. 화면에 여기저기 피가 뿜어져 나오는 건 플레이하는 사람은 몰라도 주위 사람 눈에는 그다지 즐겁지 못한 광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액션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고, 많은 게이머들이 더욱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액션의 경험을 원하는 상황에서 제작자가 `피'라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오랫동안 칼부림의 전통을 지녀온 일본에서 칼로 베고, 거기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는 힘들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까. `나노 브레이커'는 설정을 통해서 문젯거리를 피한다. 싸우는 적들은 인간과 기계의 융합체다. 그래서 이들은 생명체의 형태를 취하지만, 몸 안에 흐르는 건 뻘건 기름이다. 이런 설정은 아무리 많은 피가 쏟아져도 게이머에게 도덕적 짐을 지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칼로 벨 때마다 사정없이 뿜어져 나와 복도와 벽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피'의 모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시각적 만족과 도덕적 불편함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를 벗어나는 교묘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액션의 사실감과 거기에서 얻어지는 폭력적 쾌감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피의 구체성이 `나노브레이커'가 수많은 액션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 셈이다.
화려한 건슈팅의 즐거움, `츠키요니사라바'
`나노브레이커'가 솟구치는 피를 게임의 중심에 놓았다면, `츠키요니사라바'는 PC용 액션 게임의 명작 `맥스 페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칼이 아닌 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싸움에서, 동작이 단순해지고 누가 정확하게 쏘느냐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총 한 방이라도 멋있게 쏘는 느와르 계열의 액션을 구현한다. `맥스 페인'에서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고,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등장했던 `불릿 타임' 모드도 존재한다.
그러나 게임 자체는 강한 스토리를 따라 갔던 `맥스 페인'에 비해, 아케이드적 느낌의 스테이지 클리어에 더 강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까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어서 충분한 멋을 살리면서 적을 해치우기보다는 다양한 기술을 혼합해서 상대하기에 급급하게 된다.
이 부분은 사실 게임의 핵심적인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다소 애매한 접근이다. 즉 점프 슈팅이나 회피, 불릿 타임 같은 모드들이 게이머에게 폼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들인데, 정작 게이머는 그 폼을 즐기지 못한 채 적을 해치우기 위한 능숙한 기술로서만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게이머는 과연 어디에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포인트가 있는지 조금은 어지럽게 되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요즘 게임치고 그래픽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동영상과의 괴리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 커진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도,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해서 손에 패드가 익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동작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쉽게 잊혀지는 부분이긴 하다. 그 때쯤 되면 자신의 기술들을 더욱 화려하게 조합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멋도 즐길 여유가 생길 것이 테니까 말이다.
게임평론가
아슬아슬한 점프와 장애물 넘기는 추상적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경험될 수 있다. 그러나 액션의 폭력성은 구체성을 띌 때에만 더 생생한 경험이 된다. 그래서 아케이드 액션이 사랑받던 패미컴의 시대와 달리 플레이스테이션 2는 바이올런스 액션을 선호한다. 많은 제작자가 게임을 만들고, 이들은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서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바이올런스 액션도 `진 삼국무쌍'이 개척한 `1 대 다'의 난전, `데빌 메이 크라이'가 만들어 낸 스타일리쉬한 분위기라는 커다란 흐름이 이런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분명한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게임들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노브레이커'와 `츠키요니사라바'는 이에 대해 힘겹게 답을 하려 한다.
피의 메타포, `나노브레이커'
`나노브레이커'가 치열한 액션 게임의 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건 피다.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 여기에 몇 가지 키 조작으로 가능해지는 필살기 등 게임의 핵심적인 전투 시스템 부분은 여타의 액션 게임, 특히 대부분의 칼부림 게임과 마찬가지다. 다만 칼이 만들어내는 검막을 보다 크고 분명하게 그려내서 칼을 휘두를 때 마다 만들어지는 유연한 원형들이 칼질을 더욱 화려하게 한다는 정도가 두드러지는 정도다.
다만 시스템에서 다른 칼부림 게임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면 게임의 기본 얼개가 되고 있는 `나노 테크놀로지'라는 요소의 사용 정도다.
`나노 테크놀로지'의 덕분에 사용하는 최신 무기는 무기의 별도 교체 없이 키 조작만으로 다른 형태로 변형되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의 검이 몇 개의 키 조합을 거대한 대검으로 바뀌기도 하고, 장창이나 커다란 도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은 게임 진행 중에 얻어내는 업그레이드 파트를 활용하면 다양하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무기의 변형은 적이 어떤 형태로 달려드는지 혹은 어떤 공격을 하는 지에 따라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무기의 전략성은 게임 내에서 크게 작용하는 편은 아니다.
최종적인 게임의 경험을 하는 게이머에겐 이런 나노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무기의 전략적 변형이라는 시스템 보다 더 강하고 분명하게 제공되는 경험이 있다. 그것은 `피'다. 게임 특히 가정의 거실에 자리 잡은 TV에서 플레이되는 콘솔 게임에 있어 `피'는 꽤나 문젯거리가 되는 소재다. 화면에 여기저기 피가 뿜어져 나오는 건 플레이하는 사람은 몰라도 주위 사람 눈에는 그다지 즐겁지 못한 광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액션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고, 많은 게이머들이 더욱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액션의 경험을 원하는 상황에서 제작자가 `피'라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오랫동안 칼부림의 전통을 지녀온 일본에서 칼로 베고, 거기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는 힘들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까. `나노 브레이커'는 설정을 통해서 문젯거리를 피한다. 싸우는 적들은 인간과 기계의 융합체다. 그래서 이들은 생명체의 형태를 취하지만, 몸 안에 흐르는 건 뻘건 기름이다. 이런 설정은 아무리 많은 피가 쏟아져도 게이머에게 도덕적 짐을 지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칼로 벨 때마다 사정없이 뿜어져 나와 복도와 벽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피'의 모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시각적 만족과 도덕적 불편함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를 벗어나는 교묘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액션의 사실감과 거기에서 얻어지는 폭력적 쾌감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피의 구체성이 `나노브레이커'가 수많은 액션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 셈이다.
화려한 건슈팅의 즐거움, `츠키요니사라바'
`나노브레이커'가 솟구치는 피를 게임의 중심에 놓았다면, `츠키요니사라바'는 PC용 액션 게임의 명작 `맥스 페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칼이 아닌 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싸움에서, 동작이 단순해지고 누가 정확하게 쏘느냐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총 한 방이라도 멋있게 쏘는 느와르 계열의 액션을 구현한다. `맥스 페인'에서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고,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등장했던 `불릿 타임' 모드도 존재한다.
그러나 게임 자체는 강한 스토리를 따라 갔던 `맥스 페인'에 비해, 아케이드적 느낌의 스테이지 클리어에 더 강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까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어서 충분한 멋을 살리면서 적을 해치우기보다는 다양한 기술을 혼합해서 상대하기에 급급하게 된다.
이 부분은 사실 게임의 핵심적인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다소 애매한 접근이다. 즉 점프 슈팅이나 회피, 불릿 타임 같은 모드들이 게이머에게 폼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들인데, 정작 게이머는 그 폼을 즐기지 못한 채 적을 해치우기 위한 능숙한 기술로서만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게이머는 과연 어디에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포인트가 있는지 조금은 어지럽게 되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요즘 게임치고 그래픽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동영상과의 괴리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 커진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도,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해서 손에 패드가 익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동작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쉽게 잊혀지는 부분이긴 하다. 그 때쯤 되면 자신의 기술들을 더욱 화려하게 조합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멋도 즐길 여유가 생길 것이 테니까 말이다.
게임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