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이 나와 일세를 풍미한다. 이 영웅의 주위에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 역사라고 하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느낀다. 그 속에 우리들은 깊이 빠지곤 한다. 다양한 주제를 게임으로 만드는 게임 산업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야기를 놓칠 리 없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게임기가 가지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번번이 한계에 직면하곤 했다. 불과 2, 3명과의 싸움에서만 폼을 잡아서는 영웅 이야기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2의 등장과 함께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가능해졌다. 코에이를 또 다른 전성기로 이끌었던 `진삼국무쌍'이 이런 흐름을 이끌었다. 이제 이 시리즈의 최신편인 4편과 `진삼국무쌍'을 열심히 벤치마킹한 프롬 소프트웨어의 `요시츠네 영웅전'을 이런 흐름 위에서 검토해 보자.
코에이 트랩에 빠지다. `진삼국무쌍 4'
부대원들을 이끌면서 영웅을 움직이며 수많은 적을 물리친다는 장르적 특성은 게임기에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우선 수많은 유닛들이 동시에 화면에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래픽 표현 능력이 높아야 한다. 게다가 풀 3D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진 삼국무쌍'은 플레이스테이션 2가 등장하자마자 이 게임기로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장르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절묘하게 성공했다.
4편은 이런 성공의 산물이다. 중국 천하를 누볐던 숱한 맹장들이 등장하고 위, 촉, 오나라 역사가 이들 맹장들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다. 책에서만 보고 상상했던 그 전쟁터를 꽤나 사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의 감상이다. 4편만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그래픽 엔진을 개선해서 등장하는 적들의 숫자가 늘었다고 한다. 뭉쳐서 싸우기 시작하면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변화가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을 크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호위 무장을 사용하게 돼 무장과는 별도의 성장을 즐기는 맛이 있다. 전략적으로는 거점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그러나 이런 많은 요소들이 게임의 재미,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게이머의 플레이 과정에서의 경험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들은 아니다. 다만, 막연하게 게임의 풍성함을 더해줄 뿐이다. 여전히 버튼 액션이라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고, 재미있게 할 사람은 재미있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진삼국무쌍 4'가 어디가 부족한 게임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높은 게임성과 완성도를 보여 준다.
코에이의 명작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도 그렇다. 벌써 10편에 이른 시리즈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개선을 하지만 처음의 뼈대가 너무 뛰어나고 그 뼈대를 벗어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리즈 작품의 개선의 폭이 크지 못했다. 전작이 너무 뛰어나서 후속작은 소소한 개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코에이 트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삼국무쌍 4' 역시 그렇다. 완성도는 높지만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4, 5라는 숫자가 붙기 보다는 `진수호무쌍' `진서유무쌍' 하는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모범적 벤치마크, `요시츠네 영웅전'
기술이나 작품성에서 언제나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답게 `요시츠네 영웅전'은 여러 아기자기한 시스템들을 하나로 잘 버무려낸 완성도 높은 게임이다. 게임은 이번 세대 게임기에서 등장한 새로운 장르적 스타일을 끌어다 쓴다. 하나는 `진 삼국무쌍'에서 시작된 일 대 다의 영웅 중심의 화려한 액션이다. 여기에 천재적 전략가였으면서도 친형과의 싸움에서 패해 자살하는 비극적 삶으로 유명한 `미나모토 요시츠네'를 끌어 옴으로서 이 액션의 극적인 장면을 한층 강화시켜준다.
다른 하나는 `킹덤 언더 크루세이더'에서 잘 표현되었던 전략적 요소의 사용이다. 거대한 역사적 전투에서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게임의 긴장감도 떨어뜨리고, 특히 역사물의 흥취를 깨버린다. 하지만 그 전쟁터를 함께 누볐던 수많은 동료 명장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면 재미는 한층 더할 것이다. 게다가 그 명장이 전설의 `벤케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말로는 쉽지만 하나로 잘 묶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한쪽을 욕심내면 다른 하나가 튕겨나간다는 것은 이미 앞서의 작품들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 같은 난제 앞에서 프롬 소프트웨어가 선택한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일본 천하를 누비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인데도 정작 게이머가 움직이는 것은 매우 작은 부분이다. 함께 전장에 뛰어나가는 동료 장수들의 숫자도, 그리고 그들 각각이 함께 다니는 병사의 숫자도 보잘 것 없다. 당연히 적들의 숫자도 마찬가지다. 전투에서도, 전략에서도 볼륨을 작게 함으로써 게이머에게 어느 한 쪽에 대해 과도한 짐을 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시스템은 안정되고, 게이머는 두 요소 사이의 이질감을 덜 느껴도 된다.
대신 볼륨의 희생을 메우는 건 전설적 인물 요시츠네의 극적인 삶이고, 이 이야기를 더 화려하게 만드는 멋진 컷 신들이다. 게이머는 이 이야기에 취해 정작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그 이야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의 자그마한 전투라는 것을 잊게 해준다. `요시츠네 영웅전'은 결코 `진삼국무쌍' 시리즈 만큼의 대작이나 장르 창조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성실한 벤치마킹이 장르를 안정시키고 진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게이머들은 그 속에서 즐거움의 경험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게임평론가
코에이 트랩에 빠지다. `진삼국무쌍 4'
부대원들을 이끌면서 영웅을 움직이며 수많은 적을 물리친다는 장르적 특성은 게임기에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우선 수많은 유닛들이 동시에 화면에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래픽 표현 능력이 높아야 한다. 게다가 풀 3D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진 삼국무쌍'은 플레이스테이션 2가 등장하자마자 이 게임기로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장르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절묘하게 성공했다.
4편은 이런 성공의 산물이다. 중국 천하를 누볐던 숱한 맹장들이 등장하고 위, 촉, 오나라 역사가 이들 맹장들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다. 책에서만 보고 상상했던 그 전쟁터를 꽤나 사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의 감상이다. 4편만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그래픽 엔진을 개선해서 등장하는 적들의 숫자가 늘었다고 한다. 뭉쳐서 싸우기 시작하면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변화가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을 크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호위 무장을 사용하게 돼 무장과는 별도의 성장을 즐기는 맛이 있다. 전략적으로는 거점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그러나 이런 많은 요소들이 게임의 재미,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게이머의 플레이 과정에서의 경험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들은 아니다. 다만, 막연하게 게임의 풍성함을 더해줄 뿐이다. 여전히 버튼 액션이라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고, 재미있게 할 사람은 재미있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진삼국무쌍 4'가 어디가 부족한 게임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높은 게임성과 완성도를 보여 준다.
코에이의 명작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도 그렇다. 벌써 10편에 이른 시리즈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개선을 하지만 처음의 뼈대가 너무 뛰어나고 그 뼈대를 벗어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리즈 작품의 개선의 폭이 크지 못했다. 전작이 너무 뛰어나서 후속작은 소소한 개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코에이 트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삼국무쌍 4' 역시 그렇다. 완성도는 높지만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4, 5라는 숫자가 붙기 보다는 `진수호무쌍' `진서유무쌍' 하는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모범적 벤치마크, `요시츠네 영웅전'
기술이나 작품성에서 언제나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답게 `요시츠네 영웅전'은 여러 아기자기한 시스템들을 하나로 잘 버무려낸 완성도 높은 게임이다. 게임은 이번 세대 게임기에서 등장한 새로운 장르적 스타일을 끌어다 쓴다. 하나는 `진 삼국무쌍'에서 시작된 일 대 다의 영웅 중심의 화려한 액션이다. 여기에 천재적 전략가였으면서도 친형과의 싸움에서 패해 자살하는 비극적 삶으로 유명한 `미나모토 요시츠네'를 끌어 옴으로서 이 액션의 극적인 장면을 한층 강화시켜준다.
다른 하나는 `킹덤 언더 크루세이더'에서 잘 표현되었던 전략적 요소의 사용이다. 거대한 역사적 전투에서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게임의 긴장감도 떨어뜨리고, 특히 역사물의 흥취를 깨버린다. 하지만 그 전쟁터를 함께 누볐던 수많은 동료 명장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면 재미는 한층 더할 것이다. 게다가 그 명장이 전설의 `벤케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말로는 쉽지만 하나로 잘 묶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한쪽을 욕심내면 다른 하나가 튕겨나간다는 것은 이미 앞서의 작품들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 같은 난제 앞에서 프롬 소프트웨어가 선택한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일본 천하를 누비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인데도 정작 게이머가 움직이는 것은 매우 작은 부분이다. 함께 전장에 뛰어나가는 동료 장수들의 숫자도, 그리고 그들 각각이 함께 다니는 병사의 숫자도 보잘 것 없다. 당연히 적들의 숫자도 마찬가지다. 전투에서도, 전략에서도 볼륨을 작게 함으로써 게이머에게 어느 한 쪽에 대해 과도한 짐을 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시스템은 안정되고, 게이머는 두 요소 사이의 이질감을 덜 느껴도 된다.
대신 볼륨의 희생을 메우는 건 전설적 인물 요시츠네의 극적인 삶이고, 이 이야기를 더 화려하게 만드는 멋진 컷 신들이다. 게이머는 이 이야기에 취해 정작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그 이야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의 자그마한 전투라는 것을 잊게 해준다. `요시츠네 영웅전'은 결코 `진삼국무쌍' 시리즈 만큼의 대작이나 장르 창조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성실한 벤치마킹이 장르를 안정시키고 진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게이머들은 그 속에서 즐거움의 경험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게임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