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독 등 임금 10년전보다 반으로 줄어
음향 수습기사 6개월간 무급교육 허다
방송사가 근로기준법 인건비 체계 무시
주요 방송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외주제작 전문업체 직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불합리한데다 형편없이 낮은 보수체계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근무시간이 길고 업무 특성상 철야 작업이 빈번하지만, 주요 방송사가 설정한 외주제작 인건비는 수 년째 제자리다. KBS？MBC의 경우 드라마？교양 프로그램의 조명을 담당할 경우 (조명)감독은 일당 9만원, 조감독은 6만원, 보조기사는 5만원이다. 숙련된 전문인력이라고 해도, 받는 돈은 건설현장의 작업인부 수준에 불과하다.
KBS가 설정한 조명 분야의 인건비 지급기준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면 계약단가의 100%,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꼬박 24시간 철야작업을 할 경우 200%를 받게 되어 있다. 24시간 근무하면, 보조기사의 경우 10만원을 받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법정 하루 근로시간(8시간)의 3배(24시간)를 일하고도, 야간 근로수당은 고사하고 2일치 수당을 받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인건비 지급체계를 설정함으로써, 공영방송인 KBS가 협력업체들로 하여금 연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도록 강제한 꼴이 됐다.
"1993년에 촬영을 나가면 조감독과 보조기사를 합해서 하루 60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30만원이다. 받는 돈이 형편없이 줄었지만,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 예전에는 1박2일 동안 할 일을 요즘에는 하루에 끝낸다. 얼마 전 영화배우 박신양씨가 인터뷰에서 `드라마 제작은 노동착취'라고 말 한 것처럼 현실은 암울하다."
고화질(HD) 전문 촬영감독인 Y씨는 화려해 보이는 방송의 이면에는 이처럼 불합리한 용역계약과 노동착취가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7년 간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음향작업을 수행해왔다는 P씨도 마찬가지의 사정을 토로했다.
"음향의 경우 방송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익힐 수 없는 게 음향기술인데, 기술자들이 받는 보수가 턱없이 낮다. 추가작업이나 수정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수습기사의 경우 6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교육만 받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대부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직종이나 보수가 나은 광고업계로 가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방송제작 인력시장 자체가 좋은 인력을 키울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나 일본 등 방송 선진국에서는 방송전문가의 경우 경력이 높을수록 우대를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력이 많을수록 상대적인 빈곤을 느낄 뿐이다.
물론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문인들도 더러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적지 않은 방송제작인력들이 기본적인 생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방송제작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접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방송사의 외주제작비 지출은 방송사 연출부(제작부서)의 담당 프로듀서가 장비 및 용역 제공에 따른 검수서에 날인하면, 외주제작업체가 이 검수서를 받아 방송사 행정부서에 제출하면서 돈을 타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과정에서 프로듀서는 장비 및 용역 제공의 상세 내역을 기록하지 않은 `백지 검수서'에 서명하고, 해당 외주 업체가 `적당히' 서류를 꾸며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가끔 방송사 자체 감사를 통해 이런 일이 들통나기도 한다. 외주제작의 계약과 비용 지급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외주제작 인력들이 임금을 떼이거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도 방송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근로계약은 외주제작업체와 그 직원들 사이에 체결된 것이며, 방송사는 용역계약에 따라 해당 외주제작업체에 돈을 지불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방송사가 방송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주제작비로 지출한 돈의 상당액을 다시 매출로 거둬들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프로그램 편집을 예로 들면, 외주제작업체가 일감을 준 방송사의 편집실과 장비를 이용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인데, 방송사로서는 유휴 시설과 장비의 활용도를 높여 추가 매출을 올리면서 방송위원회가 정한 외주제작 비율을 맞출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용역의 과정에서 공영 방송사의 횡포는 매우 심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방송제작기술협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KBS는 협력업체에 일을 맡기면서 `도급'이라고 했다가 입장이 불리해지면 `용역'이라고 하고, 계약중이라도 `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한다"며 "을(외주제작 협력업체)은 갑(KBS)의 협력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장비를 투자한 만큼 갑이 하는 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방송사들은 체계적인 규정 없이 외주제작 업체를 선정하고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협력업체 선정에서 제외된 업체는 바로 문을 닫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음향 수습기사 6개월간 무급교육 허다
방송사가 근로기준법 인건비 체계 무시
주요 방송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외주제작 전문업체 직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불합리한데다 형편없이 낮은 보수체계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근무시간이 길고 업무 특성상 철야 작업이 빈번하지만, 주요 방송사가 설정한 외주제작 인건비는 수 년째 제자리다. KBS？MBC의 경우 드라마？교양 프로그램의 조명을 담당할 경우 (조명)감독은 일당 9만원, 조감독은 6만원, 보조기사는 5만원이다. 숙련된 전문인력이라고 해도, 받는 돈은 건설현장의 작업인부 수준에 불과하다.
KBS가 설정한 조명 분야의 인건비 지급기준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면 계약단가의 100%,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꼬박 24시간 철야작업을 할 경우 200%를 받게 되어 있다. 24시간 근무하면, 보조기사의 경우 10만원을 받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법정 하루 근로시간(8시간)의 3배(24시간)를 일하고도, 야간 근로수당은 고사하고 2일치 수당을 받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인건비 지급체계를 설정함으로써, 공영방송인 KBS가 협력업체들로 하여금 연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도록 강제한 꼴이 됐다.
"1993년에 촬영을 나가면 조감독과 보조기사를 합해서 하루 60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30만원이다. 받는 돈이 형편없이 줄었지만,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 예전에는 1박2일 동안 할 일을 요즘에는 하루에 끝낸다. 얼마 전 영화배우 박신양씨가 인터뷰에서 `드라마 제작은 노동착취'라고 말 한 것처럼 현실은 암울하다."
고화질(HD) 전문 촬영감독인 Y씨는 화려해 보이는 방송의 이면에는 이처럼 불합리한 용역계약과 노동착취가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7년 간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음향작업을 수행해왔다는 P씨도 마찬가지의 사정을 토로했다.
"음향의 경우 방송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익힐 수 없는 게 음향기술인데, 기술자들이 받는 보수가 턱없이 낮다. 추가작업이나 수정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수습기사의 경우 6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교육만 받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대부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직종이나 보수가 나은 광고업계로 가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방송제작 인력시장 자체가 좋은 인력을 키울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나 일본 등 방송 선진국에서는 방송전문가의 경우 경력이 높을수록 우대를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력이 많을수록 상대적인 빈곤을 느낄 뿐이다.
물론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문인들도 더러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적지 않은 방송제작인력들이 기본적인 생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방송제작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접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방송사의 외주제작비 지출은 방송사 연출부(제작부서)의 담당 프로듀서가 장비 및 용역 제공에 따른 검수서에 날인하면, 외주제작업체가 이 검수서를 받아 방송사 행정부서에 제출하면서 돈을 타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과정에서 프로듀서는 장비 및 용역 제공의 상세 내역을 기록하지 않은 `백지 검수서'에 서명하고, 해당 외주 업체가 `적당히' 서류를 꾸며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가끔 방송사 자체 감사를 통해 이런 일이 들통나기도 한다. 외주제작의 계약과 비용 지급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외주제작 인력들이 임금을 떼이거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도 방송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근로계약은 외주제작업체와 그 직원들 사이에 체결된 것이며, 방송사는 용역계약에 따라 해당 외주제작업체에 돈을 지불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방송사가 방송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주제작비로 지출한 돈의 상당액을 다시 매출로 거둬들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프로그램 편집을 예로 들면, 외주제작업체가 일감을 준 방송사의 편집실과 장비를 이용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인데, 방송사로서는 유휴 시설과 장비의 활용도를 높여 추가 매출을 올리면서 방송위원회가 정한 외주제작 비율을 맞출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용역의 과정에서 공영 방송사의 횡포는 매우 심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방송제작기술협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KBS는 협력업체에 일을 맡기면서 `도급'이라고 했다가 입장이 불리해지면 `용역'이라고 하고, 계약중이라도 `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한다"며 "을(외주제작 협력업체)은 갑(KBS)의 협력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장비를 투자한 만큼 갑이 하는 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방송사들은 체계적인 규정 없이 외주제작 업체를 선정하고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협력업체 선정에서 제외된 업체는 바로 문을 닫는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