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여러개 바구니에 나눠 담으라는 말이 있다.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라는 뜻이다. 이 조언은 인터넷 메일관리에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한 우편함에서 회사메일과 개인메일을 다 받아보는게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회사의 메일시스템으로 사적인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긴다. 뉴욕타임스 서킷은 최근호를 통해 사생활보호와 편리함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이메일 풍속도와 법적인 분쟁에 대비하려는 미국기업들의 이메일 관리정책에 대해 보도했다.
<편집자주>
페넬로페 피니씨는 지난 5년동안 소중하게 여겨왔던 직장 이메일주소를 얼마전 포기해야 했다. 인터넷 검색엔진 에스크 지브스(Ask Jeeves)의 공동설립자인 그에게 penny@ask.com은 단순한 업무상 이메일주소 이상의 의미를 가졌었다.
몇주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는 6주동안만이라도 자신에게 오는 이메일에 회사를 떠났다는 내용의 자동회신을 보내도록 웹관리자에게 부탁했다. 이제 약속된 기간이 지났으니 penny@ask.com으로 오는 메일은 반송될 것이다.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에 등록한 후 기억하기 복잡하고 긴 메일주소를 받고 나니 그는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수년동안 같은 직장에 근무한 피니씨 같은 이들에게 이메일주소는 곧 신분증명서나 마찬가지다. 퇴직할 때 이메일이 없어지게 되면 그로 인해 정서적인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사원들이 직장 이메일을 사용해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고용주들이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장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시간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며 눈감아 준다.
보스턴대학 사회학 교수이며 `과로하는 미국인:예기치 않게 줄어드는 여가시간(The Overworked American:The Unexpected Decline of Leisure)'이란 책의 저자인 줄리엣 B. 스코 박사는 고용주들이 개인적 용도로 회사 이메일을 쓰도록 허용하는 것을 직원들을 위해 건물관리인을 두거나 피로를 풀어주는 마시지서비스, 육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벅차다는 것과 그로 인해 개인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 이메일을 허용하는 것은 일과 가정간에 존재하는 중요한 마찰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월급 이외의 혜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죠."라고 스코 박사는 말한다.
노인복지 업체인 `브랜디와인 시니어케어'에서 경영어시스턴트로 일하는 바바라 홀씨는 이따금씩 한시간반정도 일찍 회사에 출근한다. 큰딸 스테파니(25)와 둘째 멜린다(23)가 보낸 편지를 비롯해 개인적인 이메일을 열어볼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그는 집에서 쓰는 개인 이메일 계정을 따로 갖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어떤 때는 개인계정이 수주동안 방치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회사로 이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집에 가도 회사 이메일에 먼저 로그인합니다. 저절로 그렇게 돼버리는거죠." 그러나 이런 습관으로 인해 사생활침해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근무중 개인적인 이메일을 많이 받는 이들은 사실상 그러한 위험을 감수한다. 홀씨는 심지어 그의 직속상관이자 회사 법률고문이며 직장내 이메일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인 케네스 시가닉씨에게 딸들이 보낸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많은 회사들은 제한적으로나마 개인적인 이메일을 허용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죠. 전화보다는 메일이 훨씬 빠릅니다. 밖에 나가 15분동안 전화통화를 하는 것보다 메일을 보내는 것이 생산성을 높여주니까요." 시가닉씨 견해다.
직장내 이메일과 관련해 주의할 점이 있다. 이메일로 돌아다니는 외설스러운 농담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법적인 책임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95년 쉐브론사는 4명의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문제가 소송으로 불거지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220만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여직원들은 맥주가 여성보다 나은 이유 등 불쾌한 농담의 대상이 돼왔고 외설스럽고 불쾌한 이미지로 조작되어 사내 이메일을 통해 회자됐다고 주장했다.
시가닉씨는 회사에서 작성된 이메일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으리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메일은 모니터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은 포스트잇에 메모하고 읽은 뒤에 다 태워버리는 것이죠."
미국경영협회에 따르면 50% 이상의 기업이 직원들 이메일을 모니터링한다. 또 미국기업의 4분의 3 정도는 이메일 사용에 대해 문서화된 지침을 갖고 있고 4분의 1은 이메일관련 위반행위를 문제삼아 종업원을 해고한 적이 있다.
1996년 필스버리(Pillsbury)사건에 대한 법적판례가 잘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내 이메일이 더이상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당시 다른 회사 직원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이메일을 상사에게 보낸게 원인이 돼 회사측으로부터 해고당한 필스버리사 직원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의해 기각당했다. 법원은 "직원이 자사 이메일시스템을 통해 자발적으로 보낸 전자우편이라면 회사측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기업들이 이메일 관련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사건변호를 맡았던 시드니 골드씨는 말한다.
메일을 통해 회사일과 사생활이 뒤섞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비즈니스와 비즈니스가 겹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웬디 모리슨씨는 두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버클리에 있는 작은 법률회사 비서로 일하면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진학상담도 한다. 법률회사에서 일할 때 모리슨씨는 정기적으로 사적인 이메일 계정에 접속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메일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학상담과 관련된 내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두직업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직장에서 어스링크(Earth Link)의 개인메일을 체크하는 이유는 퇴근 후에 해야 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것 뿐이다. "경계선을 명확히 긋고 있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메모만 해놓고 집에 가서 일을 수습하면 되니까요."
<편집자주>
페넬로페 피니씨는 지난 5년동안 소중하게 여겨왔던 직장 이메일주소를 얼마전 포기해야 했다. 인터넷 검색엔진 에스크 지브스(Ask Jeeves)의 공동설립자인 그에게 penny@ask.com은 단순한 업무상 이메일주소 이상의 의미를 가졌었다.
몇주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는 6주동안만이라도 자신에게 오는 이메일에 회사를 떠났다는 내용의 자동회신을 보내도록 웹관리자에게 부탁했다. 이제 약속된 기간이 지났으니 penny@ask.com으로 오는 메일은 반송될 것이다.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에 등록한 후 기억하기 복잡하고 긴 메일주소를 받고 나니 그는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수년동안 같은 직장에 근무한 피니씨 같은 이들에게 이메일주소는 곧 신분증명서나 마찬가지다. 퇴직할 때 이메일이 없어지게 되면 그로 인해 정서적인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사원들이 직장 이메일을 사용해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고용주들이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장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시간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며 눈감아 준다.
보스턴대학 사회학 교수이며 `과로하는 미국인:예기치 않게 줄어드는 여가시간(The Overworked American:The Unexpected Decline of Leisure)'이란 책의 저자인 줄리엣 B. 스코 박사는 고용주들이 개인적 용도로 회사 이메일을 쓰도록 허용하는 것을 직원들을 위해 건물관리인을 두거나 피로를 풀어주는 마시지서비스, 육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벅차다는 것과 그로 인해 개인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 이메일을 허용하는 것은 일과 가정간에 존재하는 중요한 마찰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월급 이외의 혜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죠."라고 스코 박사는 말한다.
노인복지 업체인 `브랜디와인 시니어케어'에서 경영어시스턴트로 일하는 바바라 홀씨는 이따금씩 한시간반정도 일찍 회사에 출근한다. 큰딸 스테파니(25)와 둘째 멜린다(23)가 보낸 편지를 비롯해 개인적인 이메일을 열어볼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그는 집에서 쓰는 개인 이메일 계정을 따로 갖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어떤 때는 개인계정이 수주동안 방치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회사로 이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집에 가도 회사 이메일에 먼저 로그인합니다. 저절로 그렇게 돼버리는거죠." 그러나 이런 습관으로 인해 사생활침해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근무중 개인적인 이메일을 많이 받는 이들은 사실상 그러한 위험을 감수한다. 홀씨는 심지어 그의 직속상관이자 회사 법률고문이며 직장내 이메일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인 케네스 시가닉씨에게 딸들이 보낸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많은 회사들은 제한적으로나마 개인적인 이메일을 허용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죠. 전화보다는 메일이 훨씬 빠릅니다. 밖에 나가 15분동안 전화통화를 하는 것보다 메일을 보내는 것이 생산성을 높여주니까요." 시가닉씨 견해다.
직장내 이메일과 관련해 주의할 점이 있다. 이메일로 돌아다니는 외설스러운 농담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법적인 책임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1995년 쉐브론사는 4명의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문제가 소송으로 불거지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220만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여직원들은 맥주가 여성보다 나은 이유 등 불쾌한 농담의 대상이 돼왔고 외설스럽고 불쾌한 이미지로 조작되어 사내 이메일을 통해 회자됐다고 주장했다.
시가닉씨는 회사에서 작성된 이메일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으리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메일은 모니터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은 포스트잇에 메모하고 읽은 뒤에 다 태워버리는 것이죠."
미국경영협회에 따르면 50% 이상의 기업이 직원들 이메일을 모니터링한다. 또 미국기업의 4분의 3 정도는 이메일 사용에 대해 문서화된 지침을 갖고 있고 4분의 1은 이메일관련 위반행위를 문제삼아 종업원을 해고한 적이 있다.
1996년 필스버리(Pillsbury)사건에 대한 법적판례가 잘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내 이메일이 더이상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당시 다른 회사 직원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이메일을 상사에게 보낸게 원인이 돼 회사측으로부터 해고당한 필스버리사 직원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의해 기각당했다. 법원은 "직원이 자사 이메일시스템을 통해 자발적으로 보낸 전자우편이라면 회사측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기업들이 이메일 관련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사건변호를 맡았던 시드니 골드씨는 말한다.
메일을 통해 회사일과 사생활이 뒤섞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비즈니스와 비즈니스가 겹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웬디 모리슨씨는 두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버클리에 있는 작은 법률회사 비서로 일하면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진학상담도 한다. 법률회사에서 일할 때 모리슨씨는 정기적으로 사적인 이메일 계정에 접속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메일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학상담과 관련된 내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두직업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직장에서 어스링크(Earth Link)의 개인메일을 체크하는 이유는 퇴근 후에 해야 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것 뿐이다. "경계선을 명확히 긋고 있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메모만 해놓고 집에 가서 일을 수습하면 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