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프로그래머들 중에 백열전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불행히도 아무도 없다. 그들은 어둠이 표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마이크로소프트를 헐뜯기 위한 농담만은 아니다. 표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얘기다. 최상의 표준이 언제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한다면 그게 바로 표준이 된다.
소니가 다음달 출시할 새로운 DVD 리코더인 `RDR-GX7'은 표준이라는 황금룰(golden ruleㆍ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재생만 가능한 `플레이백 전용(playback-only) DVD'의 포맷은 표준화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230개 전자업체가 협회를 구성해 DVD포럼을 개최한 후 회원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포맷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시중에서 파는 어떤 DVD도 모든 DVD 플레이어에서 다 재생된다.
표준화의 다음 단계는 녹화가 가능한 `리코더블(recordable) DVD'다. TV 프로그램이나 캠코더로 찍은 비디오를 DVD로 구울 수 있도록 해주는 DVD도 표준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포럼이 열렸다. 그래서 나온 DVD 포맷이 DVD-RW(rewritable)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필립스, 휼렛패커드, 소니 등 8개사가 합의를 깨뜨린 것이다. 이들은 DVD-RW 포맷의 기술적 한계에 불만을 갖고 DVD+RW라 불리는 대응포맷을 고안해냈다.
두가지 포맷의 리코더 모두 대부분 DVD 플레이어에서 돌아가는 DVD를 구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RW 리코더로는 +RW 디스크를 지우거나, 녹화하거나, 편집할 수 없다.(+RW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리코더와 맞지 않는 공 DVD 디스크를 사고 있다. 따라서 공 DVD 디스크를 살 때는 `DVD+RW'인지 `DVD-RW'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예상대로 포맷전쟁이 판매를 냉각시켰다. 사람들은 포맷의 표준싸움이 끝나고 쓸모있는 리코더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가 양진영에 동시가입돼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RW 혹은 +RW 중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에게 비난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잠자코 있는 것일까?
둘 다 아니다. 소니의 전략은 두포맷을 모두 지원하는 DVD 리코더를 고안하는 것이다. 포맷문제로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시 말하면 소니는 포맷문제를 이용해 선두로 치고 나가려는 것이다.
아무튼 소니의 RDR-GX7은 TV에 연결되도록 디자인된 최초의 듀얼포맷 DVD 리코더다.(PC용으로는 소니가 다른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 800달러의 GX7은 VCR과 똑같이 동작한다. 버튼만 누르면 TV쇼를 녹화할 수 있다. 6단계의 녹화화질 선택에 따라 1~6시간 분량이 녹화된다. 대신 되감기나 빨리가기 기능은 없다. 화질은 중간정도만 선택해도 뛰어나다. 작은 목차표시가 나와 있어 원하는 위치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성도 크게 개선됐다. 그래픽으로 구성된 제어화면(Control Screen)은 사용설명서처럼 딱딱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초기의 DVD 리코더 제어화면은 ABC순으로 된 전화번호부에 더 가까웠다. GX7의 외형자체도 산뜻해졌다.
DVD 리코더의 주요한 기능중 하나는 비디오테이프를 DVD로 옮기게 해주는 것이다. 소니 GX7은 오래된 VHS 또는 8미리 비디오신호를 DVD로 바꿔준다. 캠코더 테이프를 변환하는 작업은 아주 간단하다. 디지털 캠코더를 케이블로 연결하고 버튼만 누르면 전체 테이프가 DVD로 바뀐다. 결론적으로 소니는 호환성(compatibility), 편집성(editability), 사용자 편의성(ease of use) 등 3박자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
문제는 멀티포맷이 가져다주는 혼란스러움이다. 우선 GX7으로 녹화할 수 있는 디스크 포맷은 DVD-R, DVD+RW, DVD-RW 등이다. 더 복잡한 것은 -RW의 경우 VR 모드(편집은 가능하지만 대다수 DVD 플레이어와 호환되지 않음) 또는 비디오 모드(호환성은 있지만 편집이 안됨) 양쪽의 포맷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될까? 소니에서 각 포맷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DVD를 재생하기 전에 `마무리(finalize)'라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은 설명서에 적힌 각 포맷별 주의사항이다.
△DVD-RW VR : VR 포맷과 호환되는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경우에는 별도 마무리작업이 필요 없음. 호환제품이 아니라면 마무리가 필요. 마무리후 디스크 편집이나 녹화 가능.
△DVD+RW : 기본적으로는 마무리작업이 필요 없음. 다만 특정한 플레이어의 경우만 예외. 마무리후 디스크 편집이나 녹화 가능.
△DVD-RW 비디오 : GX7 이외의 다른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경우 마무리작업이 필요함. 마무리후 편집이나 녹화 불가능.
이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해하려면 번역팀이 동원돼야 할지 모른다. 아마도 소니의 매뉴얼 작성자는 단순히 예외사항만을 언급할 의도였겠지만 필자가 직접 호환성 시험을 해본 결과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R 혹은 -RW 비디오포맷으로 녹화한 디스크는 다른 플레이어에서 잘 동작했지만 디스크의 각 부분들을 편집하거나 지울 수 없었다. 또 -RW 포맷의 VR 모드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에서 동작하지 않았다. 다른 장치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DVD+RW 디스크는 동작이 되지 않았다. 일단 마무리된 디스크는 소니 DVD 플레이어에서는 재생됐지만 노트북의 DVD 드라이브에서는 불가능했다.
-RW 포맷과 비교했을 때 +RW의 진정한 장점 한가지는 녹화한 디스크상에서 바로 내용을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립스 관계자에 따르면 +RW 포맷에서 상업광고 부분들을 잘라낼 수 있다고 한다. 또 원하는 부분에 주요사건을 표시하거나 각 녹화내용을 알려주는 텍스트 목록대신 작은 그림을 첨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DVD+RW 녹화시 소니에서 이런 기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불가사의하게도 소니는 의도적으로 DVD+RW에서 편집기능을 제거했다. 그렇다면 파나소닉, 파이오니어, 필립스와 같은 단일포맷 DVD 리코더를 사면 3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데 왜 듀얼포맷 DVD 리코더를 사야 한다는 말인가.
DVD 포맷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호환성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소니가 듀얼포맷으로 시장석권을 노리고 있는 듯하지만 이로 인해 야기된 포맷간의 복잡한 호환성문제부터 해결해야할 것이다. 당분간 `녹화가능한 DVD(DVD-recordable)'라는 말을 잊자.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그보다 먼저 `이해가 가능한 DVD(DVD-understandable)'이다.
그저 마이크로소프트를 헐뜯기 위한 농담만은 아니다. 표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얘기다. 최상의 표준이 언제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한다면 그게 바로 표준이 된다.
소니가 다음달 출시할 새로운 DVD 리코더인 `RDR-GX7'은 표준이라는 황금룰(golden ruleㆍ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재생만 가능한 `플레이백 전용(playback-only) DVD'의 포맷은 표준화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230개 전자업체가 협회를 구성해 DVD포럼을 개최한 후 회원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포맷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시중에서 파는 어떤 DVD도 모든 DVD 플레이어에서 다 재생된다.
표준화의 다음 단계는 녹화가 가능한 `리코더블(recordable) DVD'다. TV 프로그램이나 캠코더로 찍은 비디오를 DVD로 구울 수 있도록 해주는 DVD도 표준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포럼이 열렸다. 그래서 나온 DVD 포맷이 DVD-RW(rewritable)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필립스, 휼렛패커드, 소니 등 8개사가 합의를 깨뜨린 것이다. 이들은 DVD-RW 포맷의 기술적 한계에 불만을 갖고 DVD+RW라 불리는 대응포맷을 고안해냈다.
두가지 포맷의 리코더 모두 대부분 DVD 플레이어에서 돌아가는 DVD를 구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RW 리코더로는 +RW 디스크를 지우거나, 녹화하거나, 편집할 수 없다.(+RW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리코더와 맞지 않는 공 DVD 디스크를 사고 있다. 따라서 공 DVD 디스크를 살 때는 `DVD+RW'인지 `DVD-RW'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예상대로 포맷전쟁이 판매를 냉각시켰다. 사람들은 포맷의 표준싸움이 끝나고 쓸모있는 리코더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가 양진영에 동시가입돼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RW 혹은 +RW 중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에게 비난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잠자코 있는 것일까?
둘 다 아니다. 소니의 전략은 두포맷을 모두 지원하는 DVD 리코더를 고안하는 것이다. 포맷문제로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시 말하면 소니는 포맷문제를 이용해 선두로 치고 나가려는 것이다.
아무튼 소니의 RDR-GX7은 TV에 연결되도록 디자인된 최초의 듀얼포맷 DVD 리코더다.(PC용으로는 소니가 다른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 800달러의 GX7은 VCR과 똑같이 동작한다. 버튼만 누르면 TV쇼를 녹화할 수 있다. 6단계의 녹화화질 선택에 따라 1~6시간 분량이 녹화된다. 대신 되감기나 빨리가기 기능은 없다. 화질은 중간정도만 선택해도 뛰어나다. 작은 목차표시가 나와 있어 원하는 위치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성도 크게 개선됐다. 그래픽으로 구성된 제어화면(Control Screen)은 사용설명서처럼 딱딱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초기의 DVD 리코더 제어화면은 ABC순으로 된 전화번호부에 더 가까웠다. GX7의 외형자체도 산뜻해졌다.
DVD 리코더의 주요한 기능중 하나는 비디오테이프를 DVD로 옮기게 해주는 것이다. 소니 GX7은 오래된 VHS 또는 8미리 비디오신호를 DVD로 바꿔준다. 캠코더 테이프를 변환하는 작업은 아주 간단하다. 디지털 캠코더를 케이블로 연결하고 버튼만 누르면 전체 테이프가 DVD로 바뀐다. 결론적으로 소니는 호환성(compatibility), 편집성(editability), 사용자 편의성(ease of use) 등 3박자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
문제는 멀티포맷이 가져다주는 혼란스러움이다. 우선 GX7으로 녹화할 수 있는 디스크 포맷은 DVD-R, DVD+RW, DVD-RW 등이다. 더 복잡한 것은 -RW의 경우 VR 모드(편집은 가능하지만 대다수 DVD 플레이어와 호환되지 않음) 또는 비디오 모드(호환성은 있지만 편집이 안됨) 양쪽의 포맷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될까? 소니에서 각 포맷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DVD를 재생하기 전에 `마무리(finalize)'라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은 설명서에 적힌 각 포맷별 주의사항이다.
△DVD-RW VR : VR 포맷과 호환되는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경우에는 별도 마무리작업이 필요 없음. 호환제품이 아니라면 마무리가 필요. 마무리후 디스크 편집이나 녹화 가능.
△DVD+RW : 기본적으로는 마무리작업이 필요 없음. 다만 특정한 플레이어의 경우만 예외. 마무리후 디스크 편집이나 녹화 가능.
△DVD-RW 비디오 : GX7 이외의 다른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경우 마무리작업이 필요함. 마무리후 편집이나 녹화 불가능.
이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해하려면 번역팀이 동원돼야 할지 모른다. 아마도 소니의 매뉴얼 작성자는 단순히 예외사항만을 언급할 의도였겠지만 필자가 직접 호환성 시험을 해본 결과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R 혹은 -RW 비디오포맷으로 녹화한 디스크는 다른 플레이어에서 잘 동작했지만 디스크의 각 부분들을 편집하거나 지울 수 없었다. 또 -RW 포맷의 VR 모드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에서 동작하지 않았다. 다른 장치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DVD+RW 디스크는 동작이 되지 않았다. 일단 마무리된 디스크는 소니 DVD 플레이어에서는 재생됐지만 노트북의 DVD 드라이브에서는 불가능했다.
-RW 포맷과 비교했을 때 +RW의 진정한 장점 한가지는 녹화한 디스크상에서 바로 내용을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립스 관계자에 따르면 +RW 포맷에서 상업광고 부분들을 잘라낼 수 있다고 한다. 또 원하는 부분에 주요사건을 표시하거나 각 녹화내용을 알려주는 텍스트 목록대신 작은 그림을 첨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DVD+RW 녹화시 소니에서 이런 기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불가사의하게도 소니는 의도적으로 DVD+RW에서 편집기능을 제거했다. 그렇다면 파나소닉, 파이오니어, 필립스와 같은 단일포맷 DVD 리코더를 사면 3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데 왜 듀얼포맷 DVD 리코더를 사야 한다는 말인가.
DVD 포맷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호환성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소니가 듀얼포맷으로 시장석권을 노리고 있는 듯하지만 이로 인해 야기된 포맷간의 복잡한 호환성문제부터 해결해야할 것이다. 당분간 `녹화가능한 DVD(DVD-recordable)'라는 말을 잊자.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그보다 먼저 `이해가 가능한 DVD(DVD-understandable)'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