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홍진곤 대중문화비평가
1월 25일 오후 2시 44분경, d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신을 차리고 침대 위를 보니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떨어져 유리 파편이 시트에 박혀 있었다. 베개 위의 나무장식에 패인 홈으로 보아 잠든 동안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화가 울린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여느 때 같으면 태평하게 다시 잠에 빠져들었을 그가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황급히 불러낸 것은 자신에게 걸려온 그 `이상한' 전화 때문이었다.
목소리: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한사람이 있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쫓기는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었죠. 자신이 응원하는 편이 이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밀린 월세나 취직자리를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을지 몰라요. 그러다 어떤 `순간'이 그에게 찾아왔죠. 2루타성 타구가 외야로 시원하게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게 된 바로 그 `순간'...
d는 전화를 빨리 끊기 위해 전화 속 목소리의 말을 자르고 무조건 맞장구를 쳐주었다고 한다.
d: 그렇죠. 어릴 때 흑백 TV에서 본 프로레슬링, 달 표면을 우스꽝스럽게 둥둥 떠다니던 지구인, 화염병과 최루탄 때문이 아니어도 눈물이 나던 거리... 이런 순간을 간직한 사람이, 반드시 레슬러나 우주비행사나 운동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한 참 흐른 후에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그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사실이겠죠.
목소리: 제게는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똑같은 하얀 화면만을 볼 수밖에 없었던 19시간이 바로 결정적인 `그 순간'이었죠. 일순간 정전이 되어버린 느낌, 끊어진 오프라인 상태.
d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목소리: 어서 일어나서 제가 말한 `그 순간'의 느낌이 어떤 것이었을지 남은 19시간 동안 생각해 보세요. 그 순간이 지금의 나와 우리에게 어떤 순간이었을지, 그리고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에 대해 말이죠.
미래에서 걸려온 전화가 분명하다고 흥분하는 d에게 나는 손을 내젓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이 장난기 많은 d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해도, 디지털 키드에게 1월 25일은 전화 속 목소리가 말한 것보다 더 중요한 날이었을지 모른다. `접속'을 위한 최소한의 과정조차 없이 온라인 속에서 헤엄치던 디지털 키드의 19시간 동안의 오프라인 경험.
오락게임 같았던 걸프전 중계를 본 아이들과 1, 2차 대전의 참혹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전쟁'이란 말에 대해 갖는 느낌은 분명히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많은 순간들 중에서도 나는 유독 19시간의 `그 순간'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대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1월 25일 오후 2시 44분경, d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신을 차리고 침대 위를 보니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떨어져 유리 파편이 시트에 박혀 있었다. 베개 위의 나무장식에 패인 홈으로 보아 잠든 동안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화가 울린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여느 때 같으면 태평하게 다시 잠에 빠져들었을 그가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황급히 불러낸 것은 자신에게 걸려온 그 `이상한' 전화 때문이었다.
목소리: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한사람이 있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쫓기는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었죠. 자신이 응원하는 편이 이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밀린 월세나 취직자리를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을지 몰라요. 그러다 어떤 `순간'이 그에게 찾아왔죠. 2루타성 타구가 외야로 시원하게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게 된 바로 그 `순간'...
d는 전화를 빨리 끊기 위해 전화 속 목소리의 말을 자르고 무조건 맞장구를 쳐주었다고 한다.
d: 그렇죠. 어릴 때 흑백 TV에서 본 프로레슬링, 달 표면을 우스꽝스럽게 둥둥 떠다니던 지구인, 화염병과 최루탄 때문이 아니어도 눈물이 나던 거리... 이런 순간을 간직한 사람이, 반드시 레슬러나 우주비행사나 운동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한 참 흐른 후에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그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사실이겠죠.
목소리: 제게는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똑같은 하얀 화면만을 볼 수밖에 없었던 19시간이 바로 결정적인 `그 순간'이었죠. 일순간 정전이 되어버린 느낌, 끊어진 오프라인 상태.
d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목소리: 어서 일어나서 제가 말한 `그 순간'의 느낌이 어떤 것이었을지 남은 19시간 동안 생각해 보세요. 그 순간이 지금의 나와 우리에게 어떤 순간이었을지, 그리고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에 대해 말이죠.
미래에서 걸려온 전화가 분명하다고 흥분하는 d에게 나는 손을 내젓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이 장난기 많은 d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해도, 디지털 키드에게 1월 25일은 전화 속 목소리가 말한 것보다 더 중요한 날이었을지 모른다. `접속'을 위한 최소한의 과정조차 없이 온라인 속에서 헤엄치던 디지털 키드의 19시간 동안의 오프라인 경험.
오락게임 같았던 걸프전 중계를 본 아이들과 1, 2차 대전의 참혹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전쟁'이란 말에 대해 갖는 느낌은 분명히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많은 순간들 중에서도 나는 유독 19시간의 `그 순간'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대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