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식 금호그룹 금융시스템부문 담당(상무)
1995년 가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가트너그룹 심포지움의 화두는 인터넷이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할 것이란 ‘인터넷파워의 확산’이었다.
반신반의했던 이같은 전망은 폭풍노도와 같은 파괴력으로 현실화됐다. 국내도 1998년께부터 e비즈니스 열풍이 밀려왔다. e비즈니스가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란 슬로건이 매스미디어를 뒤덮었다. 무차별적인 투자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잇따랐고, 벤처와 닷컴회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탄생했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e비즈니스 담당 조직이 급조됐다. 먼저 진입한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속도전이 지속됐다. 유명세를 탄 컨설팅 회사들은 인력이 동이 났다. SCM· CRM· e마켓플레이스· e커머스· B2B· B2C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한껏 고조된 기업들은 숱한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개중엔 수백만 달러 상당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구입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 회사들도 드물지 않았다. 독자투자가 아닌 콘솔리데이션(집중)투자를 통한 위험분산은 불투명한 사업전망을 상쇄시켜 투자열풍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확신없는 미래가치론이 현실가치를 중시하는 신중론을 무색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e비즈니스론 열풍은 올해들어 급격히 냉각된 게 사실이다.
불야성을 이뤘던 서울 테헤란로에는 사무실 임대광고 선전물이 너절하게 붙어있다. 그룹사의 e비즈니스 사업은 ‘꿈나무’에서 하루 아침에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의 잇따른 도산속에서 오프라인으로 ‘컴백홈’을 외치는 온라인 기업들이 많아졌다.
냉철한 경영전략과 혜안이 남달라 평소 존경하고 있는 한 최고경영자는 “아무리 경황이 없었다고 하지만, 비관적인 투자회수(ROI) 수치를 앞에 두고서 그런 무모한 투자를 강행하다니 분별없고 어리석었다”고 회고했다.
필자는 극과 극으로 곤두박질친 과정을 지켜보면서 몇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서두름은 곧 비용(hurry―up cost)’이란 인식이다. ‘선점자가 승자’라는 인식하에 과도하게 서두른 탓에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만 했던 상황을 여러차례 목격했다.
‘기업자존심의 병폐’를 알았다. 자존심 때문에 한 업종내에서도 여러 개의 수직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면서 경쟁하듯 중복투자를 했다. 유사 벤처회사를 설립하다보니 회수불가능한 비용과 인력 소모가 많았고, 그 결과 망신살이 뻗친 기업이 생겼다.
‘네트워크의 부실’을 느꼈다. 대부분의 선진국형 e비즈니스를 추구하지만,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와 그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는 부실했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정황 판단이 어려웠고, 실질적인 검증보다는 공허한 선전 문구와 정보에 의존했던 것이 우리의 실책이다.
‘오프라인 산업과의 괴리’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성이 없을 경우 e비즈니스는 결국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e비즈니스가 디지털 경제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e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인력 네트워크를 통해 실전 지식을 공유할 때 e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1995년 가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가트너그룹 심포지움의 화두는 인터넷이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할 것이란 ‘인터넷파워의 확산’이었다.
반신반의했던 이같은 전망은 폭풍노도와 같은 파괴력으로 현실화됐다. 국내도 1998년께부터 e비즈니스 열풍이 밀려왔다. e비즈니스가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란 슬로건이 매스미디어를 뒤덮었다. 무차별적인 투자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잇따랐고, 벤처와 닷컴회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탄생했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e비즈니스 담당 조직이 급조됐다. 먼저 진입한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속도전이 지속됐다. 유명세를 탄 컨설팅 회사들은 인력이 동이 났다. SCM· CRM· e마켓플레이스· e커머스· B2B· B2C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한껏 고조된 기업들은 숱한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개중엔 수백만 달러 상당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구입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 회사들도 드물지 않았다. 독자투자가 아닌 콘솔리데이션(집중)투자를 통한 위험분산은 불투명한 사업전망을 상쇄시켜 투자열풍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확신없는 미래가치론이 현실가치를 중시하는 신중론을 무색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e비즈니스론 열풍은 올해들어 급격히 냉각된 게 사실이다.
불야성을 이뤘던 서울 테헤란로에는 사무실 임대광고 선전물이 너절하게 붙어있다. 그룹사의 e비즈니스 사업은 ‘꿈나무’에서 하루 아침에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의 잇따른 도산속에서 오프라인으로 ‘컴백홈’을 외치는 온라인 기업들이 많아졌다.
냉철한 경영전략과 혜안이 남달라 평소 존경하고 있는 한 최고경영자는 “아무리 경황이 없었다고 하지만, 비관적인 투자회수(ROI) 수치를 앞에 두고서 그런 무모한 투자를 강행하다니 분별없고 어리석었다”고 회고했다.
필자는 극과 극으로 곤두박질친 과정을 지켜보면서 몇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서두름은 곧 비용(hurry―up cost)’이란 인식이다. ‘선점자가 승자’라는 인식하에 과도하게 서두른 탓에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만 했던 상황을 여러차례 목격했다.
‘기업자존심의 병폐’를 알았다. 자존심 때문에 한 업종내에서도 여러 개의 수직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면서 경쟁하듯 중복투자를 했다. 유사 벤처회사를 설립하다보니 회수불가능한 비용과 인력 소모가 많았고, 그 결과 망신살이 뻗친 기업이 생겼다.
‘네트워크의 부실’을 느꼈다. 대부분의 선진국형 e비즈니스를 추구하지만,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와 그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는 부실했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정황 판단이 어려웠고, 실질적인 검증보다는 공허한 선전 문구와 정보에 의존했던 것이 우리의 실책이다.
‘오프라인 산업과의 괴리’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성이 없을 경우 e비즈니스는 결국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e비즈니스가 디지털 경제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e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인력 네트워크를 통해 실전 지식을 공유할 때 e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