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급성장 주역.. `임요환 공백' 극복 과제
e스포츠의 최대 스타 `테란의 황제' 임요환(27)선수의 군 입대 이후 한국 e스포츠의 항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e스포츠의 화려한 부상을 주도한 임요환의 공백을 어떤 형태로 메워나갈 것인가가 향후 관련산업의 앞날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요환은 9일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입대해 공군 전산특기병 자격으로 27개월간의 군 복무에 들어간다.
임요환은 지난 8년여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계의 정상에서 활동하면서 프로게임을 소수 게임광들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e스포츠라는 하나의 시장, 산업으로 발전시킨 주역으로 평가된다.
임요환 등장 이전 프로게임은 단순히 병력규모로 승부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으나 임요환은 소수 병력으로 절묘한 컨트롤과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기발한 전략, 전술을 보이며 `보는 재미'를 일깨웠다.
소수의 마린 병력이 저그 종족의 유닛인 럴커의 공격을 피하면서 사격해 잡아내는 묘기나 상대 진영 구석의 공격이 불가능한 지역을 찾아 몰래 건물을 짓고 마린을 생산해 초반 타격을 주는 전략은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또 스타크래프트 3개 종족 중 가장 약하다고 치부되던 테란 종족을 갖고 2001년한 해에만 주요 개인전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을 하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역전의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여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져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보는 재미를 전달해 e스포츠의 인기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임요환이 2002년 오리온과의 계약을 통해 최초로 프로게이머 억대 연봉 시대를 연 것, 연예인들을 제치고 단일 인물 팬 카페로 국내 최대 규모인 회원 58만명의 인터넷 카페를 갖게 된 것은 임요환과 e스포츠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요환은 이후 e스포츠의 급성장을 타고 뛰어난 프로게이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자신과 같은 고도의 컨트롤이 널리 퍼지면서 2003년 이후에는 전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지 못하고 서서히 하강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로서 전성기인 20대 초반을 지나고 나서도 약점인 대 프로토스전을 보강하는 등 철저한 자기 관리로 2004년과 작년 온게임넷 스타리그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하는 등 정상권의 기량을 유지해 `역시 임요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SK텔레콤 T1팀의 주장으로서 뛰어난 지도력을 통해 작년 이후 팀이 단체전 스카이(SKY) 프로리그를 네 차례에 걸쳐 석권하도록 이끈 점도 그의 탁월한 면모를 보여준다.
임요환은 군 입대 이후에도 공군의 결정에 따라 군 대표로 각종 게임대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어 선수 생활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대 스타인 임요환의 일단 퇴장으로 그간 임요환의 인기에 크게 의존해온 한국 e스포츠는 당장 그를 대신할 새로운 스타 발굴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최근 고도의 컨트롤이 보편화되면서 신예 선수들의 경기가 점차 물량 위주의 단조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어 임요환과 같은 `국민적' 스타 탄생이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또 스타크래프트라는 단일 종목에 지나치게 편중돼 성장한 결과 스타크래프트가 출시 8년을 넘겨 노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종목의 발굴, 육성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어 `포스트 임요환' 시대 e스포츠의 진로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c)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