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행 여부를 각급 국제연맹에 맡긴 가운데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각급 연맹들이 허용 방침을 발표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IOC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개입 의혹 때문에 빚어진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출전 허용 문제에 대해 전면 금지 대신 선수가 소속된 국제연맹이 출전 여부를 결정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태권도, 유도, 테니스, 사이클, 승마, 양궁, 배드민턴, 사격 등 8개 종목의 국제연맹에서 출전금지 없이 러시아 선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제유도연맹은 이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곧바로 "러시아 유도 선수 가운데 도핑과 관련이 없는 선수에 대한 리우올림픽 출전을 지지한다"며 "유도 역사에서 러시아는 큰 역할을 담당해왔으므로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러시아는 리우올림픽에 남자 7체급(7명), 여자 4체급(4명)에 총 11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문제는 국제유도연맹의 명예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유도 검은 띠인 푸틴 대통령은 1999년 자신의 유도 코치였던 바실리 쉐스타코프와 '유도, 역사와 이론 그리고 실제'이라는 교본을 발간하고 최근 '유도:시합부터 기술까지'라는 교본을 공저할 정도로 유도 사랑이 극진하다.
이에 대해 국제유도연맹 측은 "푸틴 대통령은 물론 로텐베르그 집행위원이 이번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출전권을 따낸 러시아 선수들은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가 아닌 외국에서 정기적으로 도핑 검사를 받아왔다"고 출전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 대표팀의 리우행을 즉각 수용한 국제사격연맹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연맹 중 하나다.
국제사격연맹의 부회장은 러시아 최고 갑부로 손꼽히는 블라디미르 리신이다. 리신은 러시아 최대 철강업체인 '노보리페츠키 철강 콤비나트(NLMK)'의 총수로 약 13조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부회장이자 러시아사격협회 수장까지 맡은 리신은 국제사격연맹 부회장으로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이 퍼지자 국제사격연맹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에 리신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논란이 생길 수 있어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행을 결정하는 투표에서도 빠졌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아직 리우행이 허용되진 않았지만 펜싱과 레슬링 역시 논란이 예고되는 종목이다.
국제펜싱연맹의 회장으로 있는 러시아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러시아 통신회사인 메가폰을 국제펜싱연맹의 스폰서로 참가시키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레슬링연맹의 회장인 네다드 랄로비치는 세르비아 출신 사업가로 러시아와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국제레슬링연맹 홈페이지에 랄로비치 회장의 소개가 '1995년부터 러시아에서 운영되는 건설 회사 경영에 참가했고, 지금도 사업 파트너'라고 돼 있을 정도다.
한편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단 중 육상, 수영, 카누, 조정, 요트 등의 종목에서 104명의 러시아 선수들이 약물 혐의로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이 중 도핑 스캔들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육상은 68명 전원이 참가 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러시아는 원래 파견하려고 했던 387명에서 104명 줄어든 273명만 리우로 향하게 됐다.
다만 이 숫자는 아직 참가 여부를 결정짓지 않은 종목들의 반응에 따라 더 줄어들 수 있다. 현재 남은 종목은 복싱(11명), 펜싱(16명), 골프(1명), 체조(20명), 핸드볼(14명), 탁구(3명), 트라이애슬론(6명), 배구, 역도(10명), 레슬링(17명) 등 10개 종목이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