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의 철학/마이클 거버 지음/이제용 옮김/라이팅하우스/1만6000원
미국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창업을 하고 그 중 절반에 가까운 40%가 창업 1년안에 문을 닫는다. 5년 안에는 그 비율이 80%까지 상승한다. 5년을 버텼다 하더라도 살아남은 기업의 80%는 그 다음 5년 안에 망한다. 결국 창업기업이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단 4%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창업 후 실패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몰랐던 것일까? 또 끝까지 살아남아 마침내 성공의 궤도에 올라선 4%의 사람들은 무엇을 알았던 걸까?
이 책의 저자 마이클 거버는 실리콘밸리에서 컨설턴트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면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창업자들이 정작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곳에서 그는 다양한 유형의 사업가들을 면담하면서 창업 기업 대부분이 특정한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실패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창업을 유아기, 청소년기, 성인기로 나누고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이 과연 어느 단계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지 그 공통지점을 분석해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창업 후 유아기를 지난 기업은 필연적으로 이전의 방식으로는 계속 꾸려나갈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다고 말한다. 여기가 탈락자가 속출하는 첫 번째 고비인 셈이다. 이 단계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청소년기로 나아간다. 청소년기의 사업은 다시 사업주의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지점에 도달한다. 여기서 사업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한다. 다시 사업의 규모를 축소해서 통제력이 미치는 안전지대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전부를 걸고 공격적으로 나아가느냐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안타깝게도 두 방법 모두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기로에 선 사업과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성인기에 도달한 사업으로 맥도날드, 페덱스, 디즈니와 같은 일류 기업을 예로 들고 있다. 저자는 이들은 성인기가 앞의 두 단계를 통과해서 살아남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은 출발 자체를 성인기 기업이 될 방식으로 시작했다는 점을 발견한다.
마이클 거버는 사업실패의 대부분은 창업자가 재무나 마케팅,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업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아는 것은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 된다고 강조한다.이 책은 기술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가의 관점으로 원점에서 사업을 재구축 하도록 돕는다. 몰두해 있던 사업에서 한 발 떨어져 사업에 휘둘리지 않고 사업을 지배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업개발의 7단계 전략은 창업 지옥에 빠진 경영자들에게 성인기 사업의 특징인 지속 가능한 사업 원형을 갖추도록 돕는다.
'사업의 철학'은 이미 국내에서 다른 제목으로 출간됐다가 절판된 후 다시 출시됐다. 새 역자의 번역으로 업그레이드된 정보를 반영해 국내에 소개된다.뛰어난 아이디어로 자신의 비전을 현실화시키지 위해 고군분투하는 벤처기업가나 몸담고 있는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전문 경영인, 무엇보다 직장에서 막다른 곳에 몰려 등 떠밀리다시피 창업한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이 책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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