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으로 행복을 쓰다/정일영 지음/북랩 펴냄/175쪽/1만2000원
tvN 드라마 '미생'은 직장과 인간관계를 바둑으로 풀어낸다. 조직 구성원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도 곧 바둑의 '수'다. 한 판의 게임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냉혹한 현실이기에, 등장인물들은 상대의 전술을 간파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한다. 많은 샐러리맨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아픔을 어루만져 공감대를 이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허망한 느낌을 안겨준다. 직장 생활 자체를 전쟁터로 바라보는 드라마의 전제 때문이다. 미생에서 말하는 삶은 "성공으로 가는 단계가 아니라 그저 앞에 놓인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신간 '희망으로 행복을 쓰다'는 경쟁보다는 희망이 조직을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라는 점에 전제를 두고 있다. 지난 3년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지낸 정일영 박사가 재직 당시 직원들과 주고 받았던 이메일 수 십 통을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메일에 담긴 내용 들은 하나 같이 밝고 선하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메일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전진하는 개인과 조직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우리 공단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욱 희망찬 우리 공단, 더욱 행복한 우리 개개인이 됩시다"라며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그의 메일 자체가 곧 '희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을 인정하고 희망을 품지 않을 때 조금 덜 불행할 수 있다고 했던 우리 시대의 통념과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달픈 하루 하루의 삶과 그의 메시지는 다소 동떨어져 있고 냉소를 사겠지만, 그는 꾸준히 희망을 논한다. 힘들고 지친 누군가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편지 한 통이 될 수 있다.
메일 속에는 경쟁 무대로서의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조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조직은 서로 같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으며 함께 협력해야 그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신념이다. 서로 배려하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신뢰하는 관계, 기업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살가운 문화다.
저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일과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소박하고 담백한 어투로 말한다. 직장인, 인생선배, CEO로서 당신의 인생을 배부르게 할 희망을 듬뿍 담았다.
'혼자가 아닌 함께'를 강조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모든 일의 기본이자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정기자 clickyj@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