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의 색깔을 찾아 '명문' 부활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형님 리더십'이었다. 28일 김기태 전 LG 트윈스 감독을 제8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3년(총액 10억원). 조각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최적의 선택으로 보인다. 선동열 전 감독이 마무리캠프 출발을 불과 4일 앞둔 지난 25일 갑작스럽게 사퇴하며 혼란에 빠졌던 KIA는 김 감독을 재빨리 선임함으로써 재정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김 신임감독은 이미 LG 시절 와해된 선수단을 하나로 모아 2013년 LG를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으며 11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성과를 낸 바 있다.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냈고, 동시에 성적까지 내며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라선 적이 있다.
결국 KIA도 이런 김 감독의 역량에 매력을 느꼈다. KIA는 2012년부터 3년간 '5위-8위-8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또한 팀의 차세대 동력원도 등장하지 못했다. 더구나 2015시즌에는 에이스 양현종이 해외진출로 빠질 가능성이 크고, 이미 김선빈-안치홍의 주전 키스톤 콤비가 군입대로 전력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김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형님 리더십'이 해법일 수 있다.
이날 감독 발표 직후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KIA를 이끌게 된 심경과 새로운 각오를 밝혔다. "타이거즈의 색깔을 찾아 명문 왕조를 부활시키겠다"가 김 감독의 취임 일성이다.
김 감독은 "정말 급작스럽게 선임 과정이 이뤄졌다"면서 "지금은 나도 약간 놀란데다 아직 팀에 대한 파악도 확실치 않아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히 얘기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김 감독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순간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최고의 명문구단으로서 KIA 타이거즈 왕조의 전통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KIA의 부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어 김 감독은 고향 팀의 감독을 맡게된 심경을 밝혔다. 그는 "1986년 12월에 고향 광주를 떠났으니 28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셈이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고, 그만큼 감회가 새롭다. 비록 선수 시절 소속팀은 아니었지만, 고향팀에 대한 애정은 한결같았다. KIA의 감독을 맡게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KIA의 감독으로서 앞으로 팬 여러분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더불어 전임 감독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KIA는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에는 전력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전 선수들의 해외진출과 군입대, 또 노쇠화 등이 겹치기 때문이다. 김 감독에게는 부임 초기부터 큰 숙제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차차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팀을 맡았을 때는 분명 차이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KIA는 명문 구단의 자존심과 나름의 성향이 있다. 차분히 마무리 캠프부터 선수들과 소통하며 KIA의 색깔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KIA는 29일부터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로 마무리캠프를 떠난다. KIA가 전임 선동열 감독의 사퇴 3일 만에 서둘러 김 감독을 선임한 것도 이런 마무리훈련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김 감독은 "마무리캠프가 중요하다. 선수들과 처음으로 만나 내부의 분위기와 힘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국내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있어 29일에 선수단과 함께 일본으로 떠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최대한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1~2일 안에는 마무리캠프로 떠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 감독은 구단에 요청해 마무리캠프 출발 전 '감독 취임식 행사'를 생략해줄 것을 요청했다. 취임식은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에 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수단 합류가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감독은 늦어도 31일에는 일본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침체된 KIA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지 기대된다.
이원만· 김용 기자 wman@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