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에서 가치주 된 삼성전자 주가 바닥 논쟁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반도체 '고점논란'에 둘러싸인 삼성전자가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면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다시 전환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끝나고 향후 삼성전자의 성장 여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모든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주가 향방에 대한 시장 전망도 엇갈렸다.
20일 오후 1시31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0.79% 하락한 4만375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4만3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3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대 고점인 5만7519원(액면분할 전 환산주가 289만5950원)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약 24% 급락한 수준이다.
해마다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 하락폭을 키운 탓에 2016년 12배에 달하던 주가수익배수(PER)도 이날 6.2배를 기록하며 대폭 낮아졌다. 이는 코스피 PER(10.7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배수(PBR) 또한 1.5배로 한 배를 겨우 넘어섰다.
시장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낮아지자, 삼성전자가 성장주에서 다시 가치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 랠리에 액면분할 전 주가가 300만원에 육박하면서 성장주로 지목됐다. 지난해 '가치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역시 대표 가치주펀드인 '한국밸류10년펀드'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기도 했다. 더 이상 가치주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주가가 저점을 형성하자, 시장은 삼성전자를 다시 가치주 투자처로 바라본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가 17조301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주가는 성장 여력 대비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온도차가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지금까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탱해온 스마트폰, 서버 수요가 둔화되고,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수퍼사이클이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성장세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점쳤다.
이에 대해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반도체 고점론이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산업들의 핵심 부품인 만큼 상당기간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또 클라우드 업체들의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 투자 가속화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가 D램에 모두 저장되는 인메모리 컴퓨팅에서는 서버용 D램의 사용량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가운데 현재 주가는 최악을 시나리오가 모두 반영된 바닥 수준으로 오히려 성장세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투자처로 추천한다.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상승 자전거가 본격화되기 직전 수준까지 하락해 이미 모든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단기 실적 부진보다는 중장기 성장성에 투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