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심야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속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상 계획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닌 만큼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산업용 경부하 요금에 대한 업계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이 문제는 속도 조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연말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던 경부하 요금 인상 일정에 대해서는 "연내에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예정대로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면서도 "전체 산업과 업종별로 전기요금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으로, 3차 계획은 2019∼2040년을 아우른다. 백 장관은 "삼성전자의 에너지 사용량이 현대제철 다음으로 두 번째인데 제조 단가의 1%를 차지한다"며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에너지 효율을 진단하고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3차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요금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통상 규범을 고려하면 통상 마찰과 국가 보조금 문제도 있기 때문에 통상 규범에 따라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 철강업계는 자국 반덤핑 조사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낮은 전기요금이라는 형태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왜 지금 자꾸 전기요금 인상을 언급하는지, 기업은 어떻게 하라고 이러냐는 목소리가 많다"며 "기업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도 업계의 불만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여러 가지(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악조건이 겹치다 보니 기업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경영 여건 등을 고려해 늦추겠다는 것이지 경부하 요금 조정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백 장관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는 "참 어렵고 우리가 가진 대응방안도 한정적"이라면서 "그렇지만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큰 목소리를 내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우리 나름의 전략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 조사에 대해서는 "미국 정·재계에 있는 분들은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동차는 한국이 대상이 아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의 4위 수입국이고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적용은 철강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우리나라를 철강 관세 대상국에 포함했지만 이후 협상에서 수출 쿼터(할당)를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했다.
한편 이달 24일 취임 1년을 맞는 백 장관은 "앞으로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자 한다"며 5대 신산업과 산업의 융복합, 산업인력 육성, 규제 개선 등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최고 우선순위를 두고 9월에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서 원전 세일즈 로드쇼를 하겠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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