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특히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실적이 하락하면 수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ICT 수출액이 185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0.6% 늘어났다고 밝혔다. 수입액은 87억3000만 달러로 9% 늘었다. 이에 따라 5월 무역수지는 9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73억9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산업부는 수출액의 경우 역대 4위 규모이고 지난 2016년 12월 이후 1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월 수출 1위는 2017년 9월 192억5000만 달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09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3.5%나 늘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82억1000만 달러로 67.7%나 늘어나는 등 높은 수출 호조세로 지난 3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100억 달러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컴퓨터와 주변기기의 경우 9억5000만 달러로 28.6%,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4억9000만 달러로 12.5% 늘었다. 휴대전화는 14억1000만 달러로 4.5% 늘었다. 이는 지난 2016년 3월 이후 26개월 만의 증가세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부분품은 늘었지만, 액정표시장치(LCD) 경쟁 심화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둔화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18.0% 줄어든 2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104억 달러로 32.7%, 미국이 17억8000만 달러로 32.2%, 유럽연합(EU)이 10억1000만 달러로 28.4% 각각 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수출 증가세가 ICT, 특히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5월 ICT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4%로 전년 동기보다 2.2%포인트 늘었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 심하다. 5월 기준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21.5%에 이른다. 전년 동월에는 17%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또 반도체 수출의 70%가 중국에 쏠려있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5월 전체 반도체 수출액 109.4억 달러 중 69.0%인 75억2000만 달러는 중국에서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에 무역제재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과 중국이 반도체 사업을 키우고 있는 점 등은 앞으로 불안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반도체 초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대규모 장치 산업의 특성상 내년에는 조정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외의 성장동력을 키우지 않으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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