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회담 성공·완전비핵화 관련
북 태도 변화 분석에 시간 할애
문 대통령, 체제보장·경제보상 등
북측 요구 놓고 트럼프 설득한 듯
통역만 대동한 한미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6·12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특히 실질적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에 있어 상당 부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보장과 비핵화 약속 전제의 경제적 보상에 대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럼프식' 또는 '북한식' 해법에 대해 설명했으며 미북정상회담을 성공 시키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이 귀국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결과를 핫라인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하면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간 협상이 재개되면서 미북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날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은 이전 회담과 내용과 형식 등 모든 것이 달랐다. 이번 회담은 한마디로 미북 간 신경전에 따른 '위기 대응식 초집약적 회담'이었다. 당초 문 대통령의 이번 백악관 방문은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입장과 전략을 최종적으로 가다듬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북한이 미북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이상기류가 형성되면서 긴급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로 성격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한미정상회담으로는 네 번째였다. 내용 면에서 이번 만남은 미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원포인트' 회담이었다. 이전과 달리 재외 동포 간담회, 정상 간 친교활동, 경제협력 확대 등을 위한 MOU(양해각서) 체결 등이 모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으로 치러졌다. 문 대통령은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도 참모들과 별다른 회의를 갖지 않은 채 홀로 정상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이 모두 빠진 '비밀회담'에서 남북고위급 회담 중단, 미북정상회담 재고 등 북한이 '으름장'을 놓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분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정상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용기 안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6·12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 방안, 그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두 가지 토픽만 갖고 만난다"며 "한미 정상 간 솔직한 의견 교환이 주목적이자 이번 회담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상으로도 이전과 달랐다. 문 대통령이 전용기인 공군1호기에 머무는 시간이 워싱턴DC 체류시간보다 긴 '1박 4일' 일정도 전례가 드물다.
남북정상회담 후 이뤄지는 첫 정상회담인 데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양 정상 간 대화는 전략상 공개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아 공동 발표문 채택이나 별도의 기자회견도 생략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최근 북한이 문제 삼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만났다. '입조심'을 직접 당부하진 않았겠지만 우회적 방식으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