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펀드, 선물 등의 파생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가상화폐 파생상품 투자에 매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너무 큰 만큼 '위험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4일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 IB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소속 어드바이저들에 비트코인 펀드 주문을 고객으로부터 받지 말 것을 지시했다.
비트코인 선물은 지난해 12월 8일에 첫선을 보였다. 현재 비트코인 펀드와 선물에 대한 투자는 증권계좌로만 가능하며,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어드버저리(advisory) 계좌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른 IB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왕립 캐나다은행 등도 메릴린치가 비트코인 선물투자를 제한하는 것처럼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에이비엔 암로(ABN AMRO)그룹은 소수 전문가 그룹에 대해 제한적인 투자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와 소시에테 제너럴은 내부 평가 중에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상화폐 버블이 닷컴이나 튤립 버블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IB들이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에 대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선물 브로커들은 투자 자산의 위험도에 기반해 증거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커 적정한 증거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전년도 일일 종가 기준 비트코인의 시세는 최저 777달러 였지만, 최고가는 1만9497 달러로 그 격차는 1만8719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420.3으로 S&P500 지수의 변동성(4.91)에 비해 100배 가까이 높았다. 가상화폐 가운데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가장 낮은 편으로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의 경우, 비트코인 대비 변동성은 5~10배에 달한다.
다만, 가상화폐 파생상품에 대한 향후 IB들의 입장은 유동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객의 요구가 확대될 경우 투자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 "글로벌 IB들의 신중한 입장은 시장 형성 초기라는 점에서 당연하게 평가되고 있다"며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과 비트코인의 가격 근거가 불분명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어 향후 비트코인에 대한 정책은 매우 유동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