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금융전문 기업에 규제, 관리감독 강화
인터넷은행-초대형IB 모두 후퇴
"세계는 디지털금융, 신금융 나가는데..."
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공식 출범하면서, 대기업 금융사를 비롯해 금융그룹에 대한 전방위 규제에 나선다. 당장, 삼성, 한화, 현대차, 롯데 등 주요 대기업 금융사 뿐만 아니라 금융 전문기업들도 정부의 규제강화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초대형 IB(투자은행) 등 금융혁신 정책은 등한시 하는 반면에 기존 금융사들을 옥죄는 규제, 감독권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도입을 위한 TF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대기업 금융사를 비롯해 주요 금융그룹에 대한 규제,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기업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삼성·한화·현대차·동부·롯데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물론이고 교보·미래에셋 등 금융전문 그룹들도 모두 망라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미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금융산업의 대형화·겸업화 추세에 맞춰, 통합감독체계 대상 기업을 최대한 넓힐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최 위원장은 "은행, 보험, 금융투자, 비은행 중 최소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 전체"를 감독 대상 예시로 들었다. 앞서 금융연구원이 9월에 발표한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서로 다른 업권에 2곳 이상 계열사를 둔 17곳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한 '제2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우에 따라선 은행이 모회사인 곳(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을 빼고 2곳 이상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28개 그룹이 모두 지정되는 '제3안'으로 정해질 가능성도 크다.
재계는 물론 금융권 전체가 금융그룹 규제 확대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에 은행사 계열 금융지주사에 적용되고 있는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일선 금융사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 금융그룹에 대해 자본 적정성 규제, 대표회사 중심의 위험 통합관리, 그룹 차원의 위험 한도 설정, 신용공여·주식취득 한도 설정 등 내부거래 제한을 골자로 한 통합 규제가 확대 시행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당국이 감독 방향을 구체적으로 어느 강도로 설정할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대내외적으로는 생산적 금융, 금융혁신 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기존 금융사들을 옥죄는 금융규제와 관리 감독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가 출범했지만, 현재까지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예외적으로 산업자본 참여를 허가하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들이 상정돼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사실상 논의 자체가 차단된 상황이다.
모험 투자시대 개막을 앞세워, 출범한 초대형 IB 사업도 절름발이 신세다. 당초 정부는 자본금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초대형 IB 사업권과 핵심업무인 발행어음을 인가해 준다는 방침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심사기준을 내세워 현재 1개 사업자에만 발행어음 인가를 내준 상황이다.
여기에 대기업 금융그룹 등에 고강도 규제가 예고되면서, 업계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금융 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신금융 서비스들이 시장에 파격을 주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오로지 규제와 감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초대형 IB나 은산분리 완화 등 금융혁신 정책들은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세상의 거대한 변화와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부분에는 눈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