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파트너사들과 함께 카카오 인공지능(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시총 9조여원의 국내 포털 2위 카카오를 이끄는 1980년생 젊은 CEO의 취임 2주년 일성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간담회를 갖고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2년 전 취임 직후 가진 첫 간담회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을 통한 모바일 2.0 구현'을 외쳤던 그였다. 모바일 2.0은 모든 실물경제활동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후 1년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시달리다 결국 임 대표는 올해 초 택시·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사업을 제외하고, 가사도우미 연결 서비스 등 나머지 O2O 사업은 직접 개발·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
카카오의 비전에서 'O2O'를 지운 임 대표가 이날 제시한 새로운 비전은 '파트너'를 핵심으로 하는 AI 생태계 구축이다. 임 대표는 "카카오의 철학은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가진 핵심 AI 기술을 파트너들이 활용해 좋은 사례가 나오는 게 먼저고,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개방된 카카오 AI 앱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카카오는 간담회 개최에 앞서 이날 오전 '카카오 AI 생태계 구조도'를 공개했고, 임 대표는 해당 구조도를 설명하는 데에 행사의 전반부를 할애했다. 내년부터 자체 AI 핵심기술을 외부 개발자, 사업자에게 전면 개방하는 것이 골자다. 누구나 쉽게 서비스나 제품에 AI 기술과 카카오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카카오 아이(I) 오픈빌더'를 구축해, 카카오 아이가 적용되는 사례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아이는 카카오 AI 서비스의 두뇌 역할을 하는 통합 AI 플랫폼이다.
임 대표는 자사 AI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2010년엔가 포털 다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음성인식과 음성검색을 제공했다"며 "음성을 인식하고 합성, 이해까지 하려면 머신러닝 등 AI 기술이 필요한데 이미 이때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전 포털 다음에서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했고, 2015년에 선보인 꽃검색 서비스에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고, 머신러닝은 대규모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기계에 학습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현재 카카오는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카카오브레인, 내외부 서비스에 자사 AI 기술을 적용하는 카카오 내부 AI 사업부문 등 두 축으로 AI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 내부 AI 사업은 김병학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날 임 대표는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파트너'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는 대한민국의 콘텐츠의 힘을 믿고 있으며, 이를 해외에 선보일 수 있는 접점을 갖고 있다"며 "파트너사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과 관련해 2016년부터 씨를 뿌리고 이것저것 해왔던 것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게임, 이모티콘, 웹툰, 웹소설 등 대한민국이 강한 '콘텐츠'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는 것이었다"며 "파트너사인 펄어비스가 선보인 검은사막이 북미와 유럽에서 성과를 큰 성과를 냈고 우리의 북미, 유럽 지사가 마련한 기반을 통해 이 시장에 배급할 게임들을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사업 부문에서 해외 비중을 늘려나가겠다는 포부다.
한편, 임 대표는 간담회를 마치면서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적혀있는 거 대로 해!'라고 한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다. 임직원과 계속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같이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2주년에 대한 소회라는 것이 딱히 없는 것 같다"며 "내부에서 한 번이라도 더 리더, 임직원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어떤 걸 도와주면 되는지 논의하고 그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며 지내왔다. 간담회가 끝나면 또다시 아침부터 회의하는 생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