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용어는 한국에서만 사용… 외국선 '지능형자동차'로 쓰여
AI·클라우드 서비스 연동 개발중 … 완전자율주행 2035년 '현실로'
현대차 자율주행 수준 '세계 10위'… IT기술과의 융합 적극 나서야
스마트카 총괄 '컨트롤타워' 통해 대기업- 중소기업 협력 토대 마련
2017 스마트카 좌담회
세계 각국이 스마트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집중해 육성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카=자율주행자동차'라는 편견과 중소기업에만 편중한 정부의 지원 사업이 스마트카 시장의 다양한 가능성을 막는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 25일 서울 충정로 디지털타임스 본사에서 본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17 스마트카 좌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스마트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명확한 개념부터 재정립하고 각 사업영역에 맞는 실효성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스마트카를 단순히 자율주행차로만 인식하면 오히려 시장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사업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완전자율주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서비스적인 관점에서는 당장 사업화할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와 함께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스마트카 관련 정부 조직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정부와 민간, 학계가 유기적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 스마트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 허건수= 정확한 용어 정리부터 하자. 스마트카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쓴다. 외국에서는 지능형자동차라는 말을 많이 쓴다. 스마트폰 때문에 스마트카로 불리는 것 같다. 지능형차는 크게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두 가지다. 스마트카는 자율주행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다르다. 자율주행차가 스마트카의 한 부분이다.
◇ 오세일=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볼지 걸어 다니는 컴퓨터로 볼지 이 관점에서 접근하면 스마트카 자체도 자동차인지 바퀴 달린 컴퓨터인지 정의하면 될 것 같다.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이동수단과 끊임없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로 보면 될 것 같다.
◇ 허건수= 자율주행이라는 것은 많이 얘기하지만 그리 인접해 있지 않다.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자율주행이라는 말을 넣으면 상당히 먼 얘기가 된다.
◇ 최강림= 스마트카가 새로운 콘셉트는 아니다. 20년 전에도 비슷한 개발이 있었고 진화하는 중인데, ICT 업계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통신이 발전하고 퍼포먼스가 좋아지다 보니 차 자체에서만 기술개발을 하는 게 아니라 차와 인프라 간 연결되는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 엄재용= 에너지 효율과 환경을 생각하는 환경차,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사회에서 연결 통로가 되는 커넥티드카 등 이 세가지 관점으로 보면서 유기적으로 연계된 것을 스마트카로 정의한다. 자율주행도 스마트카의 한 부분이다.
-사회= 다양한 스마트카 모델이 개발 중이고, 소개되고 있다. 스마트카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 이재관= 올해 소비자가전쇼(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나온 스마트카의 테마는 세 가지다. 자동차의 데이터, 소프트웨어가 내부에서 외부로 확대하는 중이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동하는 특징이 있다. 또 자율주행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플랫폼을 베이스로 커넥티드 플랫폼이 융합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율주행을 스마트카로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율주행차를 가지고 서비스 사업을 하는 주체들이 나오고 있다. 전제조건이 캠퍼스나 공원, 실버타운 등 전용·특정 구간에서 인프라를 구축해 통합 관리하는 개념이다.
◇ 허건수= 커넥티드카의 경우 전시회에 굉장히 많이 나온다. IT 접목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 중이다. 커넥티드카가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고객이 원할지가 과제다. 운전자가, 승객이 원하는 커넥티비티가 뭔지 정의가 분명치 않아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불분명한 점이 많다. 차에서 굳이 집의 등을 켜고 끌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레벨에 따라 1~5까지 있는데 현재까지 상용화한 것은 레벨2 이상은 없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아침에 차가 알아서 회사에 보내주고 저녁에 집을 말하면 데려다 주는 자율주행은 가까운 시기에 보긴 어려울 듯하다.
◇ 이재관= 영국의 미래학자인 레이 하먼드는 완전 자율주행을 2035년 정도로 본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엄재용= 며칠 전에 미국 네비건트리서치의 발표에서 현대차는 18개 업체 가운데 10위로 중간 정도였다. 상당히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 타 완성차와 대등한 수준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한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검증을 위해 상품화는 공격적으로 서두르지 않는 측면이 있다.
◇ 최강림= 착시현상이 있다. IT가 전통 제조사보다 앞서거나 그런 게 아니라 마케팅 싸움이 치열한 것이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IT 기업의 특징이다. 제조사는 가능성이 아니라 안전을 강조해야 한다. 현대차 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사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데 요구하는 사양은 큰 차이가 없다.
◇ 이재관= IT업체와 자동차 업체의 접근법은 다르다. 완성차의 경우 잃을 것이 많다. 자율주행을 해서 성공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지만 사고로 연결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있다. 구글이나 테슬라는 잃을 것이 없다.
◇ 허건수= 레벨3은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운전자가 운전하도록 넘기는데, 운전자가 얼마나 기민한 반응을 할 지도 문제다. 사람마다 다르다. 포드의 경우 이 테스트를 했더니 엔지니어의 90%가 잔다고 하더라. 못 자게 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 있다.
◇ 최강림= 자동차 업체는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IT나 통신에 대해 인정해줘야 할 것이 고객의 접점에서 교류하고 최단기에 상품화하는 것은 완성차보단 통신이나 IT가 낫다. 소비자가 어떤 걸 원할지, 지불 의사가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그걸 가장 잘 고민할 수 있는 곳이 통신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곳이 IT·통신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 이재관= 레벨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전용구간이나 특정구간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는 시장은 오히려 빨리 올 수 있고, 이는 자동차 업체보다 서비스의 관점이다.
-사회=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나.
◇ 허건수= 자동차라는 것이 굉장히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모두 다 할 수 없으니 상당히 많은 부품사와 함께해야 한다. 큰 곳은 나름대로 연구개발도 하지만 작은 곳은 돈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다. 중견·중소기업을 어떻게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 최강림= 중견기업이 핵심 원천기술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현대차나 KT가 차량과 관련해서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고 할 때 지원을 받기 거의 어렵다. (대기업도) 지원해야 한다. KT의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에는 500여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한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협력해서 사업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이재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역할을 하려면 일정 수준은 풀어줘야 한다. 결국 국회와 관련이 있다. 국회에서 대기업에 부정적이다 보니 현대차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부품에서는 아직 세계적인 수준이 없다. 중견·중소기업으로 가면 정말 심각하다. 시대가 바뀌어 스마트카와 관련해서는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와 같은 글로벌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막고 있다.
◇ 오세일= 최근에 융합, 우리가 잘 가지고 있는 제조업 기술과 IT의 뛰어난 기술을 엮어보자는 분위기가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경쟁 관계였지만 요즘 같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
◇ 최강림= 인력은 정말 절실하다. 전통적인 기계공학이나 전기·전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법이나 제도적 문제와 사용자환경·경험(UI·UX) 등도 중요하다 보니 미래 자동차공학과에도 그런 과목을 만들어서 융합적인 인재가 나와야 한다.
◇ 엄재용= 현대모비스와 만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보쉬나 콘티넨탈에 비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상당 수준의 글로벌 업체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센서 개발은 핵심 기술이고, 쉽게 개발이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국산화가 되면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다.
-사회=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과 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등을 강조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 최강림= 중소기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를 말하는데 자동차 산업에서 벤처를 육성한다고 바로 1차 부품 공급업체(티어1)로 가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전통적인 제조업 관점이 아니라 스마트카의 관점에서 열린 생태계를 만들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자연스럽게 협력해야 한다.
◇ 오세일= 스마트카 지원 자체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과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노키아와 같은 전통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몰락했다. 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엮여있고, 작년까지만 해도 현대차에 융합 얘기를 하면 왜 하냐고 했다. 지금은 바뀌어 IT 기술과의 융합을 수긍하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평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다음 정부가 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엄재용= 부품업체와 인재, 인프라 육성이 필요하다. 부품은 리스크가 커 정부 지원으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대학의 산학과제 결과물을 어디에 써야 하느냐는 말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 과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나 활용도는 천양지차다. 벤처기업에 투자도 마찬가지다. 1~2차 부품업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프라는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를 비롯해 통신 인프라나 차선, 도로 유지보수 등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운전하기 힘든 도로면 스마트카도 운전하기 힘들다.
◇ 이재관= 개인정보와 위치정보, 다양한 영상정보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자산으로 이용되는데 이에 대한 보호법 개정도 필요하다. 규제보단 산업 활성화를 중심으로 이름이 바뀌어야 한다.
◇ 허건수= 융합도 필요하지만, 자동차는 안전이라는 이슈가 있는 만큼 보안이 중요하다. 스마트카는 결국 자동차에 구현해야 하는 것이니 완성차 업체나 1차 부품사, 결국 대기업이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해외 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아우르고 R&D를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리=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참석자
엄재용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R&D품질강화추진위원
오세일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본부 본부장
허건수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최강림 KT 커넥티드카 사업담당 상무
사회=이근형 디지털타임스 산업부장 (이상 가나다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