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용패턴 등 스스로 학습
인식정확도 93%…보안성 강화
차세대보안기술 'FIDO2.0' 주목
웰컴 투 'R&D 랩'
ETRI 상황인지인증기술연구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혁신의 진원지로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산업의 '씨앗'이 될 기술과 국가·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현안을 푸는 '해법'을 찾기 위해 땀을 흘리는 연구현장을 찾아 소개한다.
"지문, 홍채 같은 바이오 기반 생체인증기술에도 인공지능(AI)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생체정보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위와 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한 후 분석해 인증을 하는 등 AI와 결합된 다중 생체인증 기반 보안기술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6연구동 상황인지인증기술연구실. 한 연구자가 스마트폰을 꺼내자 화면에 1부터 9까지 숫자와 함께 얼굴이 거울에 비치듯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패스워드를 화면에 표시된 숫자로 입력하자, 화면 아래에 'ID 오선호'라는 글자가 떴다.
◇AI 접목, 여러 생체정보 알아서 인식=패스워드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입력 행위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얼굴 인식, 음성인식 등 다양한 생체정보를 여러 단계에 걸쳐 확인한 후 비로소 사용자를 인식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승현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용에 앞서 숫자, 얼굴, 음성 등을 인식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인증 절차를 밟는 과정으로, 지금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면 인식 정확도가 93%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의 보안성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핏 패스워드를 입력해 사용자를 확인하는 보통의 스마트폰 인증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 과정에 AI 기술이 적용됐다. 평소 스마트폰 카메라가 사용자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얼굴 영상과 음성 데이터, 패스워드 키 입력행위 등을 머신러닝(기계학습) 방식으로 축적한 후 이를 비교 분석해 사용자를 인증한다. 이른바 '다중 기반 생체인증' 절차를 밟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사용자의 이용패턴과 환경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해 인식 정확도가 높다"면서 "앞으로는 사용자가 말하는 그대로를 인식하는 '자연어 처리 인증' 기술도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FIDO' 차세대 보안기술 주목=다중 기반 생체인증이 가능해진 것은 차세대 보안기술이자 핀테크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FIDO(Fast IDentity Online) 기술'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부터다.
FIDO는 은행거래 등 인증 시 사용하는 패스워드 대신 지문, 홍채, 얼굴, 목소리 등 다양한 생체정보를 적용해 쉽고 안전하게 사용자 인증을 하는 국제표준 기술이다. 생체정보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사용자의 단말에 저장해 해킹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을 수 있다.
김수형 ETRI 핀테크보안파트 프로젝트 리더는 "FIDO는 사용자가 패스워드를 일일이 입력하거나, OTP나 공인인증서를 매번 사용할 필요 없이 원하는 기기에 쉽고 편리하게 인증할 수 있고, 보안성도 한층 강력하다"고 말했다.국내에선 ETRI와 삼성전자가 앞서 개발을 시작, 핀테크나 보안분야 등에서 상용화가 속속 되고 있다. 2014년 BC카드의 '오프라인 간편결제(ZEP) 서비스'에 적용됐고, 2015년엔 삼성페이의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구현되는 등 지금까지 29개 기업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FIDO 1.0 기술은 스마트폰에만 적용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개발한 FIDO 2.0은 상황인지기술을 추가해 PC 웹 브라우저를 통해 생체인증을 할 수 있다. 상황인지기술은 사용자의 얼굴, 키, 움직임, 위치 등 정보를 스마트폰 센서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구글, 페이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FIDO 2.0을 브라우저나 운영체제 등에 탑재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진승헌 정보보호연구본부장은 "FIDO는 앞으로 강력한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사물인터넷, O2O 등 서비스와 연계해 가정 내 사물인터넷 기기를 제어하고 스마트카의 시동을 거는 등 다양한 오프라인 주변기기를 인증하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