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는 교역 늘리고… 남미는 태평양동맹·메르코수르 통합모색
대미의존도 높아 … 대륙별로 치밀하게 대응
유럽은 EU 자유무역협정 개정 연내 마무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선 한· 중· 일 교역 강화
기존 TPP가입국과 개별 FTA체결방안 추진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미국 노동자와 미국산 철강 제품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바로 지금부터 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철강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하며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제한해야 하는지를 상무부에 긴급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이 법을 직접 발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1962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2011년 철광석과 철강 반제품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이 유일한 법 적용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조사 당사자인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국내외 산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의 칼날을 꺼내 든 것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의 대응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올해 1월 23일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역 대상 다변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는 무역과 투자·관광·국제협력의 대상을 다변화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지역별로 전략을 세웠습니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멕시코에 인접한 중미 지역은 교역 강화와 이민자 문제 해결 노력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남미지역은 태평양 동맹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통합적인 협력방안 모색하는 한편 아르헨티나·브라질과는 교역 강화를 모색할 예정입니다. 유럽지역은 연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절차를 마무리하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고려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중·일과 교역을 강화하고,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국과도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멕시코가 대륙별로 치밀한 대응전략을 수립한 것은 대미 경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입니다. 멕시코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80%는 미국이 차지했고, 다른 국가로의 수출은 20%에 불과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보호주의 벽을 높일수록 멕시코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멕시코 안팎에서는 이번 대책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멕시코가 메르코수르와 경제동반자협정을 맺어 메르코수르 내 국가들과 FTA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또 아르헨티나와의 경제동반자협정 확장을 통해 제조물품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아르헨티나는 옥수수와 유제품, 콩, 닭고기, 소고기, 와인 수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무역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멕시코는 지난해 미국에서 약 89억달러 정도 수입해 왔습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식품 수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멕시코 농축수산부는 지난 3월 이미 FTA 체결을 한 일본과 미체결국인 한국을 방문해 식품 수출 산업 주요 인사와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본과는 현재 이미 체결한 FTA 조항을 검토해 멕시코산 돼지고기, 소고기, 달걀, 아보카도, 파인애플, 설탕, 바나나 등의 수입쿼터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FTA를 체결하면, 외국산 식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멕시코 농축수산부 관계자는 한국에 레몬, 파인애플, 아보카도, 코코넛 등의 품목에 대해 관세와 별도로 검역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코트라 측은 전했습니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가 약화하지 않도록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채널을 구축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줄이되, 정치적으로는 등을 돌리지 않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정부의 전략에 맞춰 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박민정 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 과장은 "현재 멕시코 내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도 멕시코와 동일하게 전체 생산품 중 약 80% 내외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멕시코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같은 맥락에서 공급처를 다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도움말=박민정 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 과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