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
대선 정국이다. 2주 후면 새로운 정부가 태어난다. 그러면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과제들이 제시되면서, 지난 정부의 슬로건과 관련 정책들은 지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신경제, 지식기반경제, 혁신주도경제, 녹색 성장이 그렇게 됐다. 그 결과들은 어떠했던가? 몇 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몰입했던 주요 과제들이 지속되지 못해 국가적으로 손실이 컸고, 이는 결국 국민 모두가 반복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었다.
2013년에 출범한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제시하고, 이를 신설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맡기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큰 투자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추진해온 다양한 '창조경제' 프로그램들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사회는 5년 단위의 단기적, 보여주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 마다, 정책 기조의 변경과 기계적 조직개편, 두 가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과학기술과 같이 길게 봐야 성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는 것들도, 정치권은 5년 안에 가시적으로 큰 성과를 내놓을 것처럼 국민에게 이야기한다. '바꾸면 좋아질 것'이라는 국민들의 '막연한 신념'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방향과 함께 소정의 성과는 거뒀지만, 큰 결실을 만들 수는 없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지속성이 없으면 깊이 있게 내공을 쌓을 수 없다. '전문성', '혁신성'이 나올 수 없고, 의미 있는 중장기 전략을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큰 약점이다. 우리는 잃어버린 20년을 딛고 일어선 '아베 정권'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50~60%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정권은 '좋은 정책은 유지하는 정치'로, 이전 정권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세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 속에서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모두 바꿔야(reset) 한다!"라고 한다. '정책', '제도'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식'과 '태도(attitude)'의 판을 바꿔야 한다. 산업화 시대를 성공적으로 거쳐 오며 굳어진 조급하고 획일화된 사고의 틀을 먼저 버려야만 한다.
과학기술 정책기조는 5년 정권의 차원을 넘어, 긴 안목으로 미래를 보는 철학을 중시해야 한다. 성공적인 정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되는 것인데, 이는 정책의 철학이 분명할 때 가능하다. 국내의 시급한 과제들도 중요하지만, 지구촌이 함께 기후변화, 에너지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과의 공존, 인간이 고유의 인간성 지키기 등을 심각히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여기에서 우리의 생산성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추진과정을 잘 배워야 한다. 이 정책은 학계 등 민간이 중립적 입장에서 주도했다. 이들은 독일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며, 제조업 스마트화를 정부에 제안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와의 모임에 노조도 초청해 의견도 반영하면서, 미래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에 합의하고,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일자리 만들기에 함께 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5년 단위 정부 정책에 순응하기만 했던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양적 단기성과 제시에 급급하기보다, 먼저 주체적으로 학문발전 또는 사회문제해결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한 녹색성장,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하는 창조경제의 철학, 가치도 지속적으로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미래의 희망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태도'에서 기대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