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삶과 죽음 '우주 진화' 보여줘
'JWST'에 자리 내주고 역사 속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난 4월 발사 25주년을 맞이했다. 디스커버리호에 실린 허블이 지상 550킬로미터 상공의 궤도를 향해 출발한 날이 1990년 4월 24일이었다. 그동안 허블이 보내준 100만 장이 넘는 놀라운 우주 사진들 덕분에 발표된 1만2800편의 학술논문을 통해 우주와 태양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허블은 3년 뒤 새로운 우주망원경에게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1946년 미국의 리만 스피처가 처음 망원경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자는 제안을 했다. 해상도는 10배 이상, 감도는 50배 이상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별빛이 지구 대기에 의해 흡수되거나 산란되지 않고, 대도시의 전깃불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주에 망원경을 설치하는 노력은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1968년 NASA가 처음 천체관측위성(OAS-2)을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1970년에는 X-선 망원경을 탑재한 우후루호 발사에 성공해 최초로 블랙홀 후보(백조자리 X-1)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 후 스피처의 꿈을 온전하게 실현한 것이 바로 허블이었다. NASA와 ESA가 함께 개발한 허블은 지름 2.4미터의 반사경을 이용하는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의 다목적 망원경이다. 허블 운영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특히 허블이 처음 보내온 사진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뒤늦게 거울 한 개가 제작 실수로 가장자리에 2.2마이크로미터 오차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1993년 12월 스페이스셔틀 엔데버호 우주인들이 거울 보정장치를 추가 설치한 후에야 정상 작동하기 시작했다. 카메라·태양광 전지·자이로스코프 등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당초 설계수명이 15년이었던 허블은 지난 25년 동안 5차례에 걸쳐 부품을 수리·교체하고, 새로운 장치를 추가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가 허블을 통해 본 우주의 모습은 놀라운 것이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설치된 망원경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화려한 장관이었다. 허블 사진의 대부분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우주에 대한 신비감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예술작품이다. 허블 25주년을 기념하는 hubble25th.org에서 허블의 작품을 즐길 수 있다.
허블이 이룩한 과학적 성과도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오늘날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허블 덕분에 얻어졌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고,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우리 우주의 나이가 137억9800만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도 허블이었다.
그저 무심하게 빛나는 작은 별이라고 여겼던 수많은 별들이 사실은 수천억개 별들이 모여 온갖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은하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죽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우주가 사실은 수없이 많은 별과 은하가 탄생하고 죽어가는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1960년대에 이론물리학자들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공상소설에나 등장할 것이라고 믿었던 블랙홀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도 허블을 통해 확인했다. 심지어 대폭발 5억년 후 탄생해서 지금은 무려 133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은하의 모습도 확인했다. 허블이 우주와 태양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엄청난 성과를 거둔 허블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NASA는 이미 1996년부터 유럽 및 캐나다와 함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준비해왔다. 허블보다 6배나 큰 거울을 장착한 JWST가 보여줄 우주의 모습은 더욱 혁명적일 것이 분명하다. 오로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는 선진국이 부러울 뿐이다. 우리는 아직 우주를 경제적 대가를 얻기 위한 '개발'의 대상으로 여기는 형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