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왜 좋으니?"
"그냥 좋아요. 그리고 수학을 잘 하니까 아이들이 물어보고 아이들한테 잘 설명해주고 답해줄 수 있어서 좋아요."
교육청의 영재교육원 5단계 시험인 면접 전날, 약간 긴장된 4학년 여학생과의 대화내용이다. 물론 그 아이는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아이는 떨리고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늘 해오던 대로 선생님과 편안하게 말하도록 여러 이야기를 해주고 잘 격려해 주었다.
아이의 말대로 영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사용하면서 만족감을 느낀 것이고 그러한 만족감이 다시 수학을 좋아하게 해주고, 그래서 수학을 잘 하는 것이다. 영재교육원은 이러한 선순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시 대비하듯이 유형 문제를 풀고 연습하고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는 영재교육원에 합격하기 어렵다.
모든 아이들은 영재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영재성은 언어, 예술, 과학, 수학, 사회 등 각각의 분야로 나뉘기 때문에 수학 영재만 보면 적어도 20%정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영재성이란 특정 분야에서 학습을 쉽게 받아들이고 그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1%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 모든 일에는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영재나 천재는 그냥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정 분야의 영재성이란 그 분야의 학습이나 훈련을 시켰을 때 학습자가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그것을 해도 지겨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냥 가만 놔두면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1만시간의 법칙'에서도 말해준다. 1만시간을 한 가지 분야를 해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그 분야를 좋아하는 힘이 있어서 그 시간을 버티고 고된 훈련을 해 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영재성이다. 즉영재성을 가지고 있어도 영재성을 개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발현될 수 없다.
영재원이든 대학이든 기업이든 사실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기준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떤 영재를 뽑고 싶어할까?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저 활용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알고 있는 것을 되짚어보고 다르게 생각해 볼 줄 알고 끝까지 탐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정확히 표현하고 설명해 낼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견의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예전에는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원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다양하게 적용해 보고 다른 면을 바라볼 줄 아는 창의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그렇다면 영재성을 개발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교육은 과연 어떤 것인가? 수학 영재에 관해서 한번 살펴보자. 기존의 수학 학습 방식은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탐구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 보다는 개념을 설명해주고 그 개념이 문제 풀이에 어떻게 쓰이는지 중심이었다. 그래서 개념 설명 후 바로 문제를 풀게 하고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알게 했다. 더구나 개념설명 없이도 문제를 풀이하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기까지 했다. 현재의 많은 교재나 참고서도 그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영재에게 필요한 방식은 하나의 개념이나 원리도 그냥 설명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 개념이 어디서 나오고 그 개념과 연관된 개념은 무엇인지 그 개념은 어떻게 확장되어 가는지 그 작용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각형의 넓이를 생각해 보자. 이전에는 사각형의 넓이는 (가로의 길이) X (세로의 길이)라는 공식 하나로 대부분의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넓이는 단위 넓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단위 넓이는 왜 정사각형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단위 넓이가 달라질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영재 선발 시 넓이 개념을 이용해 아이의 영재성을 알아보고자 한다면 어렵고 복잡한 넓이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아주 큰 비정형의 넓이를 구하게 한다든가 넓이가 왜 필요한지를 묻게 된다. 또한 생물과 연결하여 연구하고자 하는 생물의 개체수를 구하기 위하여 넓이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구하게 할 수도 있다. 통계에서는 넓이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통계적인 물음을 던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이제 전세계가 함께 경쟁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를 잘 헤쳐가려면 영재의 발굴은 국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수학 영재뿐 아니라 각 분야의 영재가 제대로 발굴되고 잘 교육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앞날이 달린 일이다.
조경희 시매쓰 사고력수학연구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