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방송환경이 변하면서 고화질ㆍ고품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그로 인해 HDTV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또 최근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품질의 UHD TV 서비스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3D TV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화소가 높아지면서, 마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실감 방송이 가능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고화질ㆍ고품질이 실감 방송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상 속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하는 사운드가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실감 방송을 즐기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 마니아들이 멀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홈시어터를 갖추고 몰입도를 높이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지난 2월, UHD TV를 위한 10.2채널 오디오 기술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R)의 새로운 국제 표준으로 승인되는 성과를 이끌었다. 이 국제표준은 UHD TV 등에서 현실감 넘치는 고품질 입체 음향을 제공할 수 있도록 10.2채널 오디오 기술을 사용한다. 지금 사용되는 5.1채널 오디오 시스템이 귀 높이에만 스피커를 배치했다면, 10.2채널 오디오 시스템은 측면 방향에 스피커를 좌우 2개 추가하고, 머리 위 전면 좌우로 2개의 스피커, 머리 위 후면방향으로 1개의 스피커, 바닥 좌우 위치에 2개의 서브 우퍼를 사용한다. 다시 말해기존 5.1채널에서 수평면 상으로 한정되었던 음향 효과가 이제 머리 위와 다리 아래쪽까지 확대되어, 고품질 대화면 영상과 함께 더욱 실감나는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세대 방송으로서의 UHD TV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던 시기가 지난 2010년이다. ETRI는 당시 HDTV의 5.1채널보다 더욱 뛰어난 사실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오디오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10.2채널 오디오 기술을 개발했다. 같은 해 국내의 차세대방송 표준단체인 차세대방송표준포럼에 공동으로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TTA를 통해 국내 표준 제정을 완료했다. 이는 ETRI와 삼성전자가 연구계와 산업계 입장에서 불필요한 연구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산업화를 촉진해 국가적 이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ETRI는 일본 NHK와 국제 표준 개발에 상호 합의하고 2012년부터 2년에 걸친 업무 협력을 통하여 이번 국제 표준 채택의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NHK와 협력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방송 기술 개발 및 관련 산업화에도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10.2채널 오디오 기술은 작년 9월 마련된 HDMI 2.0 표준에도 포함됐고, 같은 해 10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인 ABU(Asia-Pacific Broadcasting Union)에서도 UHD TV 방송 서비스를 위한 사운드 시스템 표준으로 제정됐다.
그동안 오디오 시장은 특정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한국 기술의 국제 표준 채택이라는 성과는 이 같은 오디오 시장을 재편하여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실감방송을 즐기기 위해서 귀로 듣는 음향의 실감화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이제 귀로 듣는 즐거움을 동반한 진정한 실감 방송을 위하여, 국내 음향 기술의 발전을 적극 응원해야 할 때다.
유재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디오연구실 선임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