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물 고유 기호 부여도 방법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도를 넘어섰다. 그런데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 국회가 정한 식품위생법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원한다고 아무 첨가물이나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품위생법 제7조에 따라 식약처가 고시하는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된 첨가물만 사용할 수 있다. 등록되지 않은 첨가물은 채취ㆍ제조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저장ㆍ소분ㆍ운반ㆍ진열ㆍ수입하는 행위 자체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정부가 식품첨가물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였다. 2013년에 고시된 식품첨가물공전에는 `화학적합성품' 405종, `천연첨가물' 197종, `혼합제재류' 7종에 대해 제조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과 성분에 관한 규격 등이 자세하게 정해져 있다. 공전에 포함되어 않은 천연첨가물의 경우에는 전문 시험검사기관의 검토를 거쳐야만 가공식품에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는 자체 연구와 국제기구 및 선진국의 식품안전 관리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매년 새로운 첨가물을 추가하기도 하고, 문제가 드러난 첨가물을 삭제하기도 한다.
문제는 식약처가 관리하는 방대한 식품첨가물공전이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첨가물공전은 2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체계나 내용 면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의 사회적ㆍ기술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품목별 사용기준'은 엄청난 양의 기술 자료에 묻혀서 찾아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첨가물공전의 인쇄물에서도 그렇고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에서도 그렇다. 가공식품에서 첨가물을 사용하는 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첨가물을 `화학적합성품'과 `천연첨가물'로 구분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화학적합성품으로 분류되는 첨가물의 대부분이 사실은 천연물에서 분리된 것이지만 소비자에게는 화학공장에서 인공적인 공정으로 생산된 합성물질로 잘못 이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MSG와 인산염 논란이 모두 `화학적합성품'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생긴 일이었다.
첨가물 이름의 표기도 정리가 필요하다. 화합물 이름의 우리말 표기에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식초의 신맛을 내는 `초산'(醋酸)은 실제로 질산(窒酸)을 뜻하는 일본의 `초산'(硝酸)과 혼동의 가능성이 있어서 `아세트산'으로 순화시켜야 한다. 일본과 공유하는 자료가 많은 상황에서는 자칫 자료의 번역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개미산, 엽산, 주석산, 빙초산, 계피산, 구연산, 낙산, 안식향산, 사과산, 몰식자산, 자당처럼 화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이름도 많고, 글루타민산, 스테아린산, 소르빈산처럼 처음부터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경우도 있다. 나트륨과 칼륨도 이제는 소듐과 포타슘으로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황산, 아질산, 차아황산이나 제1인산염이나 제2인산염과 같은 일본식 이름도 정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식약처가 식품첨가물공전에 대한 대폭적인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식품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첨가물의 분류체계를 국제식품규격(CODEX)이나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체계로 전환을 준비중이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일부 악덕 식품기업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합성'과 `천연'은 공전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첨가물 표기의 통일이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유럽연합(EU)의 경우처럼 첨가물에 고유한 기호를 부여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U이 사용하는 E-코드를 참고하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첨가물 공전의 체제와 내용을 인터넷 시대에 맞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인쇄물보다 인터넷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돋보이게 만드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첨가물공전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